"청국장 맛의 비밀은 자식사랑이지!" 마을 둘레길로 산책을 다녀 온 임정님 (88) 할머니를 만났다 . 할머니는 두 손에 지푸라기를 쥔 채 뒷짐 지고 걸었다 .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묻자 “ 집 가서 청국장 만들어 먹을 때 넣을 거 ” 라며 웃었다 .
말동무가 되어 자연스레 따라 걷다 보니 , 상망표회관을 지나 할머니 집이 나왔다 . “ 아이고 , 우리 집까지 무슨 . 추잡시럽게 .” 할머니에게 청국장 만드는 비법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 하지만 이내 웃으시며 지푸라기를 다듬었다 . 오랜 경륜이 느껴지는 단단한 솜씨였다 .
“ 우리 아들이 내가 만드는 청국장을 좋아해서 직접 콩을 팔아왔어 ( 사왔어 ). 텃밭에 콩을 키우려고 해도 고라니가 다 뜯어먹어 못 키워 . 청국장은 이렇게 짚을 넣어야 잘 때져 ( 발효가 잘 돼 ).
지금 해 놓고 나서 모레 저녁에나 김치 넣고 삼삼하게 찌면 돼 .” 전주에 사는 아들이 종종 집에 오는데 미리 청국장을 만드는 것이다 . 망표마을이 고향인 할머니는 이곳에서 결혼해 7 남매를 낳아 키웠다 . 억척스레 고생하며 키운 자식들이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
“ 우리 막내딸이 반에서 우등생이었는데 대학교 가고 싶다고 했어 . 이불 뒤집어쓰고 드러누워도 별 수 있나 . 가난하니까 못 보내는 거지 . 그게 지금도 한이야 .” 전주 사는 아들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띄우는 임정님 할머니. 먹고 살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 시골에서의 돈 벌이는 더욱 마땅치 않았다 .
당시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식구가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지었고 옷도 직접 만들어 입었다 . “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내가 고생했어 . 주변에 산밖에 없으니까 나무를 해다 팔아서 먹고 살았지 . 또 마을 사람들 모여가지고 길쌈해서 삼베 , 명주 , 모시 옷 같은 거 해 입었어 .
고생스러웠어도 옛것이 좋아 . 그때는 냉장고도 없어서 시암 ( 우물 ) 에다가 김치 놓고 했는데 그게 더 맛있었네 .” 마당에서 지푸라기 다듬고 청국장 뜨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 할머니는 기분 좋게 옛 이야기를 마치고선 마당에 놓인 장독대로 향했다 . 그리고 양갱 세 개를 꺼내어 건네주셨다 .
“ 커피도 못 챙겨줘서 어떡해 . 이거라도 먹으면서 조심히 들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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