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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6.03.16

노거수 아래, 봄이 오는 원수선마을

류점순 어르신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6.03.16 09:47 조회 1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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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시집 와 일곱 남매 키웠지" 류점순 어르신 원수선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선 두 그루의 노거수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이 나무 아래에서 류점순(92) 어르신의 삶도 함께 흘러왔다.

열일곱에 이 마을로 시집온 류 어르신은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일곱 남매를 키웠다. 남편은 일흔을 조금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전까지 두 사람은 논밭을 일구며 부지런히 살림을 꾸려갔다. 어르신은 마을의 옛 풍경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마을에 한 사십 가구는 살았어.

마당 앞에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류점순 어르신
마당 앞에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류점순 어르신

집집마다 스무 마지기쯤 벼농사를 지었고 고추도 따다 팔며 살림을 했지. 읍내에서 마을까지 들어오려면 한나절이 걸리던 때라 손님이 찾아 오면 그냥 보내질 못했어. 밥을 지어 같이 먹고 쉬어가게 했지. 젊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내가 음식도 하고 같이 나눠 먹곤 했어.

사일로 바빠도 집에는 늘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밥상에서 마을 이야기가 오갔지.” 이어 어르신은 마을에 오래 서 있는 노거수 이야기를 꺼냈다. “마을 입구에 노거수도 옛날부터 우리 마을 상징 같은 거였어. 보름이나 칠석이면 나무 아래 모여 제도 지내고 풍물도 치고 그랬지.

정월대보름에는 집집마다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으면서 한 해 무탈하고 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빌곤 했어.” 지금은 나이가 들어 큰 농사는 짓지 않는다. 마당 한 켠 텃밭에 상추와 쪽파를 조금씩 심어 가꾸는 정도다.

예전에는 검은콩을 심어 자식들 에게 나눠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힘에 부친다며 주변에서 말린다. 자식들은 포항과 성남, 서울에 흩어져 살아 명절 때나 한 번씩 마을을 찾는다. 막내딸도 어느덧 환갑을 맞을 나이가 됐다. “자주 못 봐서 요새는 좀 외롭지. 그래도 자식들 잘 사는 게 제일 좋지.”

현장 사진

류점순 어르신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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