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면 신사봉마을 원덕례 할머니 이야기
"이 손이 내 훈장이야"
‘건곤드래, 멜라추, 토종밤, 냉이, 감삐지, 깐쬭파, 호박고지, 꼭감, 고사리, 건취나물..’ 사계절을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고 거둬들였을 작물들의 이름이 할머니의 수첩에 적혀있었다. 키우는 정성 못지않게 한 획 한 획 꾹꾹 눌러쓴 이름들이다. “공부를 못해서 글씨를 쓸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내가 농사짓는 것은 쓸 줄…
Life Landscape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이 손이 내 훈장이야"
‘건곤드래, 멜라추, 토종밤, 냉이, 감삐지, 깐쬭파, 호박고지, 꼭감, 고사리, 건취나물..’ 사계절을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고 거둬들였을 작물들의 이름이 할머니의 수첩에 적혀있었다. 키우는 정성 못지않게 한 획 한 획 꾹꾹 눌러쓴 이름들이다. “공부를 못해서 글씨를 쓸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내가 농사짓는 것은 쓸 줄…
Archive
내가 하고 싶은 노동을 천천히 해 나가는 것
노동절을 하루 앞둔 날, 노동환 씨의 목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2025년 11월 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날’은 ‘노동절’이 되었지만, 무심코 튀어나온 익숙함에 그만 “내일 근로자의 날인데 쉬셔야죠?”라고 묻고 말았다. 아차 싶은 마음도 잠시, 그는 씨익 웃으며 “노동절이죠”라고 나지막이 정정해 준다. 사용자를 위해 부지런…
내가 하고 싶은 노동을 천천히 해 나가는 것
노동절을 하루 앞둔 날, 노동환 씨의 목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2025년 11월 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날’은 ‘노동절’이 되었지만, 무심코 튀어나온 익숙함에 그만 “내일 근로자의 날인데 쉬셔야죠?”라고 묻고 말았다. 아차 싶은 마음도 잠시, 그는 씨익 웃으며 “노동절이죠”라고 나지막이 정정해 준다. 사용자를 위해 부지런…
그저 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소자(小子) - 화산면 라복마을 박일진 이야기 1994 년 박일진 씨는 무소유와 영성 수련을 실천하는 공동체 ‘ 전원살림마을 ’ 의 수련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 그곳에서 현재의 삶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 “ 무소유 공동체 생활을 2 년 동안 했죠 . 수련생들 뒤치다…
그저 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소자(小子) - 화산면 라복마을 박일진 이야기 1 월의 새벽 6 시 . 집을 나선다 . 까마득한 어둠을 뚫고 화산면 라복마을로 향한다 .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다가 산언저리 하늘 끝이 까만색에서 쪽빛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일 테다 . 화산면 화월…
쉬거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위크앤드! - 봉동 낙평리 유아름, 이종철 이야기 2013년에 임순례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던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 는 기존 사회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찾아 ‘남쪽’으로 떠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산에서 빵집 ‘구운’을…
파란만장 유쾌한 왕언니 - 봉동읍 둔산리 왕안라 이야기 일흔을 넘긴 왕안라 씨 (1953 년생 ) 에게 최근 새로운 직장이 생겼다 . 완주 삼례에서 20 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지만 , 코로나 19 위기를 겪으며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 집에서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던 왕 씨는 친구의 권유로 완주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
서북 머스매가 토끼어매, 염생이 할매가 되기까지 - 고산면 어우리 이인수 할머니 이야기 이인수 할머니는 1941 년 충남 예산군 광시면 동산리에서 태어났다 . 그 시절의 여자들은 결혼과 동시에 이름을 잃고 , ‘ 누구의 아내 ’, ‘ 누구의 어매 ’ 로 불렸다 . 유년 시절에는 비교적 풍족한 삶을 누렸지만 , 원치 않�…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맺힌 관계들의 힘 - 고산면 상리 김지연 이야기 김지연 씨가 일하는 사무실은 내가 일하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 . 오랜만에 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 지연 씨는 완주친환경농업인협회가 운영하는 친환경자재 판매점에서 실장 직책을 맡아 일하고 있다 .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편안…
늙음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 비봉면 원소농마을 김정희 할머니 이야기 몇 해 전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서 김영옥 선생님이 진행하신 ‘ 노년되기 : 나이 듦에도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 라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 시골의 어르신들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젊은이지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생애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때였다…
다부진 팔뚝과 단단한 손의 이력 - 화산면 죽동마을 유미 씨 이야기 어디에서든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사람이 있다 . 으스대지 않고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어려움 있는 곳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성큼 다가가는 사람 . 이렇게 자신을 표현한 글을 읽고 있을 유 미 (1962 년 생 ) 씨의 표정이 떠오른다…
촘촘한 돌봄의 연결망 속에 산다는 것. -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씨 : 완주노인복지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대뜸 ‘ 밥은 챙겨먹고 다니냐 ’ 는 꾸중같은 질문을 던지고 텃밭으로 총총총 사라졌다가 푸성귀를 잔뜩 들고 오는 동네 할머니의 무심한 다정함 .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 어디 가냐고 ’ 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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