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목마을 소문난 7공주네 일은 많이 했어도 자식들 보며 버텨낸 세월 지영순 어르신 천천히 마을 길을 걷다 보니 하얀 육각정이 보인다 . 육각정 앞 , 파란 대문이 다래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 마당에 실버카가 놓여있는 이곳은 지영순 (83) 어르신의 집이다 .
“ 대문에 키위나무야 아직은 덜 익었는데 좀 더 있으면 노랗게 익어 그때 따먹으면 엄청 달고 맛있어 .” 마당에 가지런히 놓인 대추가 보인다 . 집 앞에 대추나무에서 따온 대추들을 손질한 상태다 . 오늘 같은 마을에 사는 넷째 딸 주영에게 나눠줄 참이다 . “ 내가 7 자매를 낳았어 .
옛날에는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 막내를 내가 50 대에 낳았어 . 딸인 줄 알고 안 키우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이렇게 예쁜 딸을 어떻게 그러냐 그려 . 그래서 우리 집이 7 공주가 된 거야 . 딸들이 좋아 . 집에도 자주 오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 내가 편안하지 .
자식들이 오면 집이 엄청 북적북적해 그런 낙으로 사는 거지 .” 서울 사는 큰딸 나이가 쉰아홉 , 대전에 사는 막내딸 나이가 서른 .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영순 어르신은 일을 많이 했다 . “ 나는 엄목마을이 고향이야 . 스물넷에 마을에서 우리 영감을 만나서 결혼했지 .
시집오니깐 집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 애들 키우려고 그때부터 두부 장사를 시작했어 . 운주는 충남이랑 가까워 양촌리라고 있는데 두부를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팔았어 . 그렇게 두부 팔아서 땅을 사고 딸기 농사를 영감이랑 지었지 .
나도 남편도 고생 진짜 많이 했어 .” 살기 위해 두부를 팔았다는 영순 어르신은 “ 그래도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한 거라 어떻게든 버텼네 ” 라며 웃는다 . 인상 좋은 영순 어르신은 웃음도 많다 . 결혼 후 궂은 일을 많이 했지만 그것도 싫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
“ 그래도 그런 세월이 야속할 만큼 자식들이 크고 다 시집가서 잘 사니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 . 사위들이 나한테 잘하는데 , 특히 셋째랑 넷째 사위가 입담도 좋고 아주 웃겨 . 항상 챙겨주는 딸네한테 보답하고 싶어서 작년 내 생일에는 고산미소시장에서 소고기 100 만원어치를 샀어 .
우리 집 마당에서 다 같이 모여 구워 먹었는데 ,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더라고 .” 어르신 집에는 가족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 단체복을 입고 일곱 명의 딸 , 사위들과 찍은 사진 , 손주들 사진 , 분홍색 정장을 입은 어르신 독사진까지 .
“ 나 팔순 잔치에 찍은 건데 내가 사위들 옷도 브랜드로 다 사줬어 . 엄청 예쁘지 ? 내가 분홍 정장 입고 찍은 사진은 딸들이 대전으로 데려가서 찍은 거야 . 잘 나와서 내 영정사진으로 쓰고 싶은데 딸들이 실물이랑 다르다고 안 된다네 . 그래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진짜 좋아 .
다음 주면 김장해야 하는데 가족이 모두 모여서 엄청 북적거리겠네 (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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