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고산향교에서 한문 공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머리가 굳지 않아 김영중 어르신 겨울의 문턱에서 부쩍 선선해진 오전 , 텃밭에서 마늘을 심고 있는 김영중 (79) 어르신을 만났다 .
“ 나이가 들어서 농사를 크게 짓지는 않고 , 먹을 만큼만 조금씩 하는 정도 ” 라고 말한 영중 어르신은 어제부터 부지런히 쪼갠 마늘을 밭고랑에 뿌리고 흙으로 잘 덮었다 .
텃밭의 반절은 마늘을 심었고 , 나머지 반절에 심었던 고구마는 이미 수확했다 , 가족들에게 나눠 주려고 정성스럽게 기른 고구마를 우리에게도 한 바구니 안겨주는데 , 어르신의 넉넉한 마음씨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
영중 어르신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안으로 들어서자 ‘ 입춘대길 ( 立春大吉 ) 건양다경 ( 建陽多慶 )( 봄이 시작되었으니 , 크게 길하고 경사가 많이 생기기를 기원함 )’ 이라는 글귀가 먼저 눈에 띄었다 . 한눈에 봐도 수준급 실력인데 , 아니나 다를까 40 대부터 한자로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
처음에는 볼펜으로 쓰다가 최근에는 붓글씨로 기록하고 있다 . 거실 탁자 주변에 놓인 책 , 기록물 , 서예 도구들에서 손때가 느껴진다 . 군대 제대 후 16 년 동안 이장으로 활동했던 영중 어르신은 젊은 시절 바쁜 나날을 보냈다 .
장선천을 가로질러 완창마을과 엄목마을을 연결하는 , 현재의 마을 입구 쪽 다리를 놓는 큰 규모의 공사도 그 당시 진행됐다 . 이곳에서 나고 자라 오랫동안 마을을 위해 힘써 온 영중 어르신은 엄목마을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다 . “ 엄목마을은 한국전쟁 때에도 전사자가 없었던 평화로운 마을이야 .
7 월에 비가 많이 왔을 때도 우리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큰 피해는 없었어 .
마을에 나이 든 사람들이 많아서 감나무든 밭이든 농사를 크게 하지는 않았거든 .” “84 세대가 살았던 예전과 달리 사람이 많이 줄었다 ” 고 덧붙인 그는 “ 그래도 다들 육각정에 모여서 담소 나누는 일은 여전하다 ” 고 웃었다 .
요즘 영중 어르신의 낙은 매주 금요일 오후 2 시부터 4 시까지 고산향교에서 한문을 배우는 것이다 . 국민학교 입학 전부터 천자문을 뗀 그는 지금까지 꾸준히 한문 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
한문 실력이 뛰어난 덕분에 옛날부터 운주면에서 한문으로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누구나 영중 어르신을 찾아가고는 했다 . 이렇듯 이미 뛰어난 실력인데도 어르신은 “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머리가 굳지 않는다 ” 고 말한다 .
겸손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갈고닦는 그의 모습을 통해 현명하게 나이 들어감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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