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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5.09.30

정겨운 묘동마을 초가을 풍경

상관저수지 옆집 강수재 어르신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5.09.30 14:03 조회 87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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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매일 마을회관 오가요" 묘동마을 끝, 상관저수지 옆에 사는 강수재 어르신 상관저수지 물비린내와 풀내음이 스며든 구불구불한 길, 강수재 어르신의 자전거는 매일 마을회관과 집을 오간다. 밀린 집안일을 하러 회관 문을 나서는 수재 어르신의 뒤를 이웃들이 따라 나왔다.

#배추밭에서 턱괴기 작업을 하는 강수재 어르신
#배추밭에서 턱괴기 작업을 하는 강수재 어르신

“저녁 반찬 만들어 먹을 가지 얻으러 왔다”고 웃는 이웃을 위해 그가 두 손 가득 가지를 땄다. 너무 많다며 손사래 치는 이웃에게 크고 실한 것만 골라 봉지에 담아주며 “가지가 많이 열렸으니까 넉넉히 가져 가시라”고 미소 지었다.

수재 어르신의 집 마당에는 계절 따라 취나물, 들깨와 참 깨, 옥수수, 인디언감자, 열무, 가지, 생강, 배추까지 없는 게 없다. “남 주고 싶어서, 또 누굴 찾아갈 때 평소 받았던 정을 보답하고 싶어서”라며, 욕심 아닌 나눔의 마음으로 손수 작물을 키운다.

마을회관에서 모여 먹는 밥상에도 수재 어르신의 텃밭 채소가 자주 올라온다. 가끔 고기나 생선같이 좋은 식재료가 생기면 마을회관 냉장고에 넣어 놓기도 한다. 이날도 미리 손질해 둔 병치와 조기로 매콤한 생선찜을 만들어 함께 점심을 들었다. 김제에서 시집와 처음 묘동마을에 왔을 때의 기억이 여전히 선하다.

배추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꺼진 흙을 다시 채우고 있다 (2)
배추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꺼진 흙을 다시 채우고 있다 (2)

평야에서만 살다가 첩첩산중에 오니 마치 백두산인 줄 알았다던 그 첫인상, 그리고 1978년에야 전기가 들어오던 시절의 불편함이 떠오른다. 힘들었던 새댁 시절 을 견디게 해준 것은 이웃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결혼식 있으면 천막 치고 마당에서 전을 부쳤어요.

초상이 나면 온 동네가 모여 상복을 짓기도 했죠. 젊은 사람들은 음식 나르며 일손 돕고, 어르신들은 늘 다독여주시며 함께하셨죠.”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던 그 시절을 회상할 때면 올해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큰 어르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마을잔치나 행사마다 가장 먼저 나와 솔선수범했던 그분의 모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보기였다. “그 분이 계실 때는 늘 마음이 든든했어요.

수재 어르신의 자전거
수재 어르신의 자전거

젊은이들이 실수하더라도 큰소리 내지 않고 품어주시는 인품이라 본받고 싶은 분이셨죠.” 마을회관 마당에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 잔칫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풍경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수재 어르신은 여전히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다른 이웃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실천하고 있다.

“저는 바라는 게 딱히 없어요. 아무 바람이랄 게 있나요. 그저 내 자식들이 건강하고, 마을이 늘 지금처럼 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전 찍은 리마인드웨딩사진
10년 전 찍은 리마인드웨딩사진

현장 사진

상관저수지 옆집 강수재 어르신 사진 1 상관저수지 옆집 강수재 어르신 사진 2 상관저수지 옆집 강수재 어르신 사진 3 상관저수지 옆집 강수재 어르신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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