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이웃과 땅과 자연을 향해 따로 또 같이 스며드는 시간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9기 새벽이 맑은 마을 낮에서는 햇살이 들고 밤엔 별이 가까운 곳, 완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이하 귀농인의 집) 9기 교육생 14명이 이곳에서 두 번째 삶을 그려가고 있다.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내려와 농촌이라는 낯설고도 단단한 땅 위에 자신만의 속도로 뿌리내리는 중이다. 어떤 이는 오래 품었던 농사에 첫발을 내디뎠고 어떤 이는 “ 이 삶이 나랑 맞을지 시험해 보러 왔다 ” 고 말한다 . 완주살이를 통해 다시 ‘ 살아보는 ’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잔치 같은 아침 , 웃음 가득한 텃밭의 오후 초여름 해가 저물어가는 5 월 26 일 오후 4 시 , 공동텃밭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이날은 ‘ 완주에서 살아보기 ’ 프로그램에 참여자들까지 함께해 텃밭은 평소보다 더 북적였다 .
이랑을 고르고 , 고랑을 다듬는 손길마다 활기가 가득했고 , 그 속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 늙은 사람 일 시키려고 그런다니까 .” “ 이건 힘든 일도 아니에요 !” 권봉엽 씨와 김동건 씨가 주고받는 농담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
말은 그렇게 해도 봉엽 씨는 어느새 호스를 손에 쥐고 꼼꼼히 작업에 임했다 . 동건 씨 또한 갈퀴를 챙겨 들고 고랑을 손보았다 . 세대별 텃밭을 돌보는 사람들 너머로 산나물 팀의 공동경작이 이루어졌다 . 네댓 명이 서로 분업해 산나물 모종을 심고 , 땅을 고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
“ 여기 조금만 더 펴줘요 !” “ 알았어요 , 거기 맞추면 되죠 ?” 웃음 섞인 대화와 손발 척척 맞는 호흡이 , 이들이 이제 막 만난 지 4 개월도 안 된 사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 어떻게 이렇게 금세 정이 들 수 있었는지 궁금해져서 슬쩍 최수안 씨에게 물었다 .
“ 아침마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밥을 먹어요 . 처음엔 몇 명 안 됐는데 , 지금은 거의 매일 포틀럭 파티예요 . 각자 뭐라도 하나씩 들고 오거든요 .” 그 시작은 ‘ 큰형님 ’ 같은 존재인 봉엽 씨가 커피를 내려주던 자그마한 다방이었다 .
아침이면 철우 씨가 빵을 가져오고 , 수안 씨는 샐러드를 만들고 , 동건 씨는 계란말이를 만들어 오는 식이다 . 자연스레 생긴 모임은 이제 그날그날의 작은 잔치가 되었고 , 아침의 따뜻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하루를 온종일 덥히고 있었다 .
■ 완주를 알아가는 네 번째 걸음 ‘ 완주알기교육 ’ 4 차 프로그램이 5 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완주에 정착한 이들이 이웃과 땅 그리고 자연을 이해하며 지역에 스며드는 시간이다 . 첫 일정은 경천면에 위치한 ‘ 엘리스의 텃밭 ’ 이다 .
이곳은 체류형 3 기 교육을 수료한 김경한 · 정유진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농장으로 교육생 출신이 정착해 가꿔가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귀농이라는 선택이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
이날 교육생들은 쌈채소와 고추가 알차게 자란 밭을 둘러보며 김경한 대표로부터 작물의 생육 과정과 관리 노하우를 배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 다음으로 향한 곳은 용복리에 자리한 ‘ 청정베리팜 ’. 김은주 대표는 폐농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아스파라거스 노지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
참여자들은 넓게 펼쳐진 밭을 걸으며 아스파라거스가 자라는 모습과 재배 방식을 가까이에서 살펴봤다 . 서민호 씨는 “ 뿌리가 이렇게 깊게 내려가는 줄은 몰랐어요 . 수확하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해서 재밌다 ” 며 웃었다 .
이어 “ 아스파라거스는 굵은 게 식감도 좋고 특히 소고기랑 같이 먹으면 정말 잘 어울려요 ” 라며 작물에 대한 애정도 덧붙였다 . 김 대표는 블루베리 재배 중 인건비 부담과 수확 후 관리 문제로 폐농 결정을 내린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선택 이후의 전환도 함께 소개했다 .
기존 블루베리밭 약 1,000~1,200 평 규모에는 이제 땅콩이 자라고 있다 . 땅콩 심는 법부터 선별작업까지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이지만 오히려 운영 측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 청정베리팜은 2016 년부터 꾸준히 아스파라거스뿐 아니라 마늘과 양파도 함께 재배해 왔다 .
마늘과 양파는 시기에 맞춰 적절히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주는 단순한 작업 같지만 , 병해를 막기 위한 토양 관리와 수확 후 저장법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자세한 방법도 공유해주었다 . 교육생 이재선 씨는 “ 이런 현장의 이야기는 센터의 교육이 아니었다면 쉽게 접할 수 없었을 거예요 .
이번 완주알기 교육 덕분에 작물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은 물론 농사의 태도까지 배운 것 같아 정말 뜻 깊었다 ” 고 소감을 전했다 . 점심 식사 후 교육생들은 운주면에 위치한 ‘ 강순후 커피농원 ’ 으로 향했다 . 이곳은 농사와 체험을 함께 운영하며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는 조금 특별한 농장이다 .
이날 교육생들은 신선한 커피 수확 체험과 버섯재배장을 둘러본 뒤 강순후 대표가 직접 들려주는 농장 운영 사례 발표를 경청했다 . 강 대표는 “ 농업은 단순한 작물 재배를 넘어 삶을 디자인하는 일 ” 이라며 농장의 전환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
교육의 마지막 일정은 완주 제 1 경인 대둔산 도립공원 탐방했다 .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 구름다리를 건너는 순간은 참여자들에게 또 다른 완주의 매력을 선사했다 .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의 자연자원과 풍경을 몸소 체험하는 의미 있는 마무리였다 .
교육생 김민근 씨는 “ 농촌 현장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연을 직접 느껴보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완주를 알아가는 길 같다 ” 고 소감을 전했다 . 이번 4 차 완주알기교육은 귀농 ·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 완주에서 살아간다는 것 ’ 에 대해 깊고 풍성한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
땅을 일구는 손길과 실패를 마주한 이야기 ,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공간들까지 . 이 모든 경험이 앞으로 귀농 · 귀촌을 꿈꾸는 9 기 교육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 비닐하우스 작업 현장 아침부터 초여름 햇빛이 유독 따사로운 5 월 30 일 , 이날은 공동텃밭 한쪽에 세운 비닐하우스 문을 만들기로 했다 . 2015 년에 귀촌한 윤종범 씨가 멘토로서 2 회차 교육을 진행했다 . 그는 “ 서울에 아직 사업체가 있어서 이곳과 왔다 갔다 하며 지낸다 .
오늘 교육을 위해 어제 서울에서 막 내려왔다 ” 고 웃었다 . 선배가 능숙한 손길로 자재의 길이를 재고 , 자르는 시범을 보이면 교육생들이 집중해서 과정을 관찰했다 . 눈으로 배운 다음에는 몸으로 직접 익힐 차례다 .
각파이프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 나사가 들뜨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작업하는 사람들에게서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진다 . 그렇게 김동건 , 주철우 , 김민근 씨가 번갈아 가며 실습하는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조금 떨어진 105 호 텃밭을 살피는 사람이 있었다 . 바로 204 호에 사는 최수안 씨다 .
비닐하우스 문을 만드느라 바쁜 동건 씨를 대신해서 그의 텃밭을 정리하고 있던 것이다 .
“ 쌀 가져다 먹는 친정 오빠 같은 사람이라 대신 해준다 ” 고 웃은 그는 “ 배추벌레가 열무를 많이 갉아 먹어서 그나마 쓸만한 것은 두었다가 샐러드로 만들어 먹고 , 나머지는 다 갈아엎어서 다음 작물을 재배할 때 양분으로 쓸 예정 ” 이라고 설명했다 .
문 한 개를 다 만들고 잠시 담소를 나누며 쉬던 교육생들은 “ 이제 2 개 만들었으니까 , 밥 먹기 전까지 2 개 더 후딱 만들어봅시다 !” 라고 외치는 동건 씨의 말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 교육생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그 덕분에 다들 웃으며 작업을 재개했다 .
몇 번 합을 맞춰봤더니 이제 척척 분업이 잘된다 . 철우 씨가 문 안쪽 코너를 둥글게 다듬고 ,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 이 정도 속도라면 점심 전에 작업을 모두 끝낼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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