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궁금해?] 술객, 생을 걸어 술을 쫒다 술이야기꾼 박영국 관장 하나의 박물관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까. 어쩌면 답은 누군가의 전 인생(人生)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술에 쏟은 박영국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장을 만났다.
1980년대 갓 군대를 제대한 박 관장은 수원의 한 동네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시작했다. 당시는 해마다 각 주류회사 병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박 사장은 매번 바뀌는 술병 디자인에 흥미가 생겼다. “그것을 계기로 술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일본인이 우리나라 술 문화를 말살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내 약이 올랐다. 우리 술을 공부하니 자연스레 농경·음식 문화에 다다랐다.” 이후 그는 전국 팔도의 고물상, 양조장 등을 찾아 술 관련 물건을 수집했다. 혹자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 봤다.
물건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내 일처럼 고물을 정리하는 그를 보며 야박하던 고물상 주인들도 마음을 열었다. 그때부터였다. 그가 거쳐 간 전국의 고물상, 양조장에서 먼저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모은 술 관련 유물이 모두 3만5,000여 점이다.
그는 손수 터를 잡고 물건을 전시해 2002년 경기도 안성에 술박물관을 열었다. - 박 관장의 술 철학은 단순하다. 낮술은 금지, 1차 기분 좋게 마실 것. “술은 시동이 걸리면 기어가 필요 없다. 술 자리에서 기분이 나쁘면 당장 일어나야 한다. 기분이 나쁜 상태로 술을 대하면 독주가 된다.
술자리는 웃으며 끝나야한다.” 술박물관 관장이다 보니, 주변에서 그에게 물어오는 단골 질문이 있다. ‘어떤 술이 좋냐’는 질문이다. 그의 답은 단순하고 또한 명쾌하다. “훔쳐 먹는 술, 공짜 술, 외상술.” - 2015년 구이에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갖춘, 모두 8개의 관을 갖춘 술과 관련된 대형 박물관이다. 이곳에 있는 유물은 모두 5만여 점. 단순히 술과 관련된 유물 뿐 아니라 농경문화, 음식문화 등의 방대한 자료를 갖추고 있다.
안성을 떠나 새 둥지를 찾을 때 제주도나 서울 인근에 박물관을 열자는 제안이 많았지만 박 관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전라도, 그것도 북쪽으로 가야한다고. “전북은 농경,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술판을 벌이러 이곳에 오게 됐다.” 박물관이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이 역시 술과 관련됐다. “모악산 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진한 색깔의 무지개가 눈에 띄었다.
무지개를 찾아 와보니 모악산과 경각산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곳이었다.” 고래경, 뿔각 한자를 쓰는 완주의 경각산 아래, 술박물관이 세워졌다. 술을 많이 마시는 술고래도 찾고, 술잔으로 쓰이던 동물의 뿔이 있는 곳. 한 가지 여담을 덧붙이자면 박 관장 전화번호 두 자리 숫자는 다름 아닌 ‘92’.
누군가 박 관장에게 그랬다. “당신은 완주군 구이면에서 살 팔자”라고. 어떨 땐 우연이 필연이 된다. - 술박물관을 찾는다면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박 관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는 술 이야기를 찾아 이곳에 도달한 이들의 사연과 추임새에 집중한다. 술과 사람.
이 둘이 만나면 이야기는 결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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