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 예뿐이 ’ 라 부른다 ‘ 제자리색시 ’ 김예분 할머니 같은 동네 총각 만나 결혼 “ 이 마을을 떠나본 적 없네 ” 딸만 셋 있던 부부에게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났다 . 그것도 내리 네 명이나 . 부모는 아들 부자가 된 것이 마치 꼭 , 셋째 딸 덕분 같았다 .
고맙고 예쁜 내 딸 . ‘ 예쁜아 ’ 라고 불리던 그 딸의 이름은 김예분이 되었다 . 마을 사람들은 예분 (73) 할머니를 , 옛날 그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 예뿐이 ’ 라고 부른다 . 예분 할머니는 산정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 동네에서 결혼한 ‘ 제자리 색시 ’ 다 .
“ 옛날엔 내 마음대로 시집도 못 갔어 . 울 아버지가 나를 동네에 여의려고 하길래 안 갈라고 일 년을 삐댔거든 . 근디 결국 이 동네로 시집왔네 .” 남편이 될 동네 남자는 얼굴은 알았지만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던 사이였다 . “ 시방 그 사람이랑 내가 결혼할거라고 생각이나 했었간 .
친정아버지가 원채 ( 워낙에 ) 무서웠어 . 호랑이 같았지 . 그래서 나는 한 동네로 시집 안 가고 싶었어 .” 어린 소녀는 다른 마을로 시집간 또래 친구들을 보고파할 겨를이 없었다 . 친정이 가까이 있었지만 좋은지도 몰랐다 . 그만큼 젊었던 할머니의 삶은 바빴다 .
담배 농사를 했고 , 뽕나무도 키웠고 , 복삭 ( 복숭아 ) 나무도 심었다 . “ 농사에 파묻혀서 심심한지도 모르고 컸어 . 우리 친정아버지가 나를 이뻐해서 그랬나 , 아니면 돈이 없어서 여기로 시집을 보냈나 , 아무튼 난 이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어 .” 농사일로 4 남매를 키워낸 예분 할머니 .
엄마가 됐던 소녀는 , 이제는 할머니가 됐다 . 평생 논과 밭에서 그를 지탱해왔던 허리와 다리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 . “ 올해도 농사지어야 되는데 아파서 큰일 났어 . 나 먹을 놈은 농사지어야지 .
수술해야 되는데 하고나면 병신 될까 무서워서 못하겠네 .( 웃음 ) 나는 이 마을서 일만 하다 죽겠어 . 봄 일철이 돌아오면 심란스럽고 싫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째 .” 김예분 할머니가 밭일을 하고 계신다. 꽃을 좋아하는 예분 할머니의 집과 마당에는 꽃나무가 많다 .
할머니에게 봄이란 , 심란스러운 일철이지만 , 동시에 보고 싶은 꽃들이 망울을 터트리는 환한 계절이다 . “ 아무리 바빠도 꽃나무에 물은 꼭 줘 . 봄 오면 내가 그래서 더 바빠 . 밭도 나가고 꽃나무도 봐야하고 .
저기 마당에 싸리하고 철쭉이 있는데 저것들도 피면 얼매나 이쁜데 .” 지난날 손수 심어놓은 수선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집을 나와 마을로 향하는 길가 . 예분 할머니가 지난날 심어놓은 수선화가 봄볕 아래 할머니를 반긴다 . ‘ 나에게 봄을 보여줘서 고맙다 ’ 는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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