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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8.04.03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8.04.03 12:19 조회 3,8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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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 경자 돌림! 성만 다른 우리는 형제 마을서 형 아우하며 40 년 태풍 물난리 때도 함께 어려움 해결 ‘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 ~’ 신명나는 노랫소리를 따라 문이 활짝 열린 어떤 집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

듬직한 두 남자 어르신들이 마루 앞 작은 수돗가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 김경표 어르신 (70) 과 주경수 (60) 씨 . 둘은 형 아우하며 대문안마을에서 지낸 지 40 여년 된 친구다 . 지금 막 김경표 어르신 집에서 수도를 손보고 있던 참이다 .

SAM 3988
SAM 3988

“10 년 넘게 처박아 놔서 모터를 다시 달았잖아 . 지하수 말이여 . 수도는 여그 따로 있긴 해도 지하수 가지고 다 할 수 있지 . 수도 안 들어올 때 먹고 또 밭에 물도 주고 . 수돗물로 나무물주고 하면 돈이 그대로 나오잖아 . 지하수로 하면 전기요금 조금 나오지 .

원래 여기 수도 오기 전에 지하수였어 . 집집마다 .” 이야기를 하다말고 경표 어르신께서 잠시 어디를 갔다 오더니 칡즙을 내미신다 . “ 먹어 . 사서 먹는 거 비교도 못혀 이거는 . 저그 산에서 캤지 . 내가 먹을라고 . 사촌이 건강원 혀서 맡긴 거여 .” 어르신의 칡 자랑은 즙에서 그치지 않았다 .

마당 안 작은 비닐하우스로 데려가시더니 말린 칡을 보여주신다 . “ 칡 캐 와서 여기서 말리잖아 . 다 말랐네 . 한번 먹어봐 . 이걸로 칡즙을 만든 거여 .” “ 이게 칡이 달고 맛있어 . 이렇게 큰 거 뜯어서 먹어봐 . 계속 씹으면 알이 나와 . 어느 정도 딱 씹으면 물이 안 나와 .

먹다가 퉤 뱉으면 되야 .” 처음 먹어본 칡뿌리 . 주경수 씨의 말마따나 ‘ 오늘 경험 제대로 ’ 했다 .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경표 어르신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계속됐다 . 노래가 참 즐거웠다 . 원래 흥이 많은 성격인가 . “ 아니여 나 심심해서 그런 거여 .

혼자 있응게 .” “ 그래서 중간에 내가 왔지 .” “ 경표 아버님 , 그러면 경수 아버님이랑 제일 친하세요 ?” “ 아유 그럼 .” “ 막걸리 좋아하니께 그려 우리가 . 그거 아니면 없어 .” 지금은 어떤 농사를 하시냐는 질문에 참 재밌는 대답이 돌아왔다 . “ 막걸리 먹고 화투치고 놀지 뭐 .

( 허허 ) 지금은 헐 것이 없어 . 지금은 놀을 때여 . 봄에는 이제 농사지을 준비를 허는 것이여 . 뭐 오늘 복숭아나무 소독했고 . 5 월 달 가면 인자 고추 , 생강 같은 거 심제 .” “ 날 따순게 누가 안에 있것어 . 돌아 댕겨야지 . 경로당가서 화투치고 딴 집 놀라가고 .

산에 가서 칡도 캐고 . 칡은 내가 먹을라니께 .” 2003 년 9 월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다 . 온 나라가 물난리로 시름하던 그 때 , 이 대문안마을 또한 매미의 재앙을 비껴갈 수 없었다 . “ 태풍 매미 때 이 마을에 물이 엄청나게 찼어 . 허리까지 오고 그랬어 .

그때 내가 성님 괜찮은가 보러왔지 . 아침 일찍 와보니께 저기 마루위에 콘센트까지 물이 찬 거여 . 그 때 같이 가구 끄내고 했그든 . 우리 엄청 절친해서 . 어휴 가구들 다 못쓰고 .” “ 아우 진짜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지 . 그 뭐시기 똥도 둥둥 뜨고 댕겼어 .

개똥에 사람 똥에 .” 매미의 피해가 이 마을에서 더 심각했던 이유는 마을 근처의 방죽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라고 . “ 여기 앞에 물이 넘쳐서 도랑둑을 넘어 버린 거야 . 냇가가 터져가꼬 . 저쪽 옛날집이 종이 문이여 . 그래서 물이 다 들어와서 터져 부럿지 .

문짝 위로 물이 차가꼬 말이여 .” 몇 년 전의 기억은 더 이전의 기억을 불러온다 . “ 저쪽 밑에 논에서 채반에다가 고기 해 놓은 거 같이 먹고 했거든 . 사람들 다 불러다가 . 그 때 성님 아버지 환갑 때인가 ?” “ 그르지 .

근디 그때 나는 군대 갔을 때지 .” “ 어우 그때 고기 담은 채반 엎어져가지고 막 .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어 .”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 닿는 당신의 노래 . 유행가에서 시작되어 유행가로 맺는 두 사람의 이야기 . 앞으로도 계속될 두 사람의 노래 .

현장 사진

열살 차 친구 김경표, 주경수 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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