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에 만난 구순 동갑내기 오순도순 살아온 세월이 65 년 이종구 - 유경님 어르신 죽절마을에서 마주한 이종구 (90), 유경님 (90) 부부는 올해로 결혼 65 주년을 맞았다 . 스물다섯에 만나 평생을 함께한 두 사람은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잉꼬부부로 , 서로를 의지하며 세월을 견뎌왔다 .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종구 어르신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마을 풍경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 “ 농사 끝나면 음력 7 월 15 일 백중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술도 한잔하고 , 정월 대보름에는 산꼭대기에서 달집도 태우고 풍장도 치고 .
나는 징재비 ( 두레패 따위에서 징을 치는 사람 ) 였어 , 징을 막 쳤지 .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 그때는 품앗이도 일상이었다 . 그는 “ 요즘은 기계로 다 하지만 예전엔 사람 손이 최고였다 . 집마다 돌아다니며 김매기도 했다 ” 고 설명했다 . 부부의 결혼 이야기도 정겹다 .
중매로 만난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음력 9 월 9 일은 종구 어르신이 무엇보다 또렷하게 기억하는 날이다 . “ 그땐 예식장이 따로 없어서 집 마당에서 했어 . 마을 남자끼리 ‘ 사모관대 계모임 ’ 이 있어서 혼례복도 서로 돌려 입었지 .
그때는 혼례복이 무척 비싸서 계원들이 함께 돈을 모아서 산 옷을 같이 입고 , 계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돈 받고 빌려주고는 했어 .” 결혼은 부모들이 선을 보고 정했다 . 시어머니가 며느리 될 사람을 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 그제야 여자 쪽에서 남자 집을 둘러보는 식이었다 .
농촌에 살아도 집이 깨끗하고 크게 잘 지었으면 괜찮은 집안이라고 평해졌다 . 종구 어르신 또한 열심히 모은 돈으로 결혼 직후 328 평이나 되는 현재 집터를 마련해 집을 짓고 밭을 일구었다 . 그렇게 현물도 보고 사람도 보고 나면 두 사람의 사주팔자를 살펴서 궁합이 좋으면 혼례가 이루어졌다 .
당시에는 축의금 대신 형편에 따라 국수나 달걀 한 줄을 챙겨오는 게 관례였다 .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집을 둘러보니 65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보인다 . 손재주 좋은 경님 어르신이 그린 꽃 그림과 손수 모은 도자기 , 여행에서 어깨를 맞대고 찍은 사진 등 차곡차곡 쌓인 부부의 추억이 눈에 들어왔다 .
“ 아프다는 소리 안 하고 우리 둘이서 잘 의지하고 사니 자식들이 큰 걱정은 없을 것 ” 이라며 웃은 경님 어르신은 “ 이번 연휴에 큰아들네와 여수로 1 박 2 일 여행도 간다 ” 며 자랑했다 .
한평생 죽절마을에서 손잡고 살아온 구순의 부부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조금은 바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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