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욕심 안 부리고 살았으면 된 거야 도로를 따라 평지마을로 가는 길 . 버스 정류장에 닿기 전에 좁은 길로 빠져서 들어가다 보면 집이 몇 채 보인다 . 그중에서도 제일 안쪽에 오래된 집이 있다 . 너른 마당 한쪽에는 아담한 외양간이 있고 장작더미가 쌓여 있는 창고를 가진 집이다 .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국춘호 (79) 할아버지가 때마침 어미 소를 살펴보고 있었다 . 낯선 객이 불쑥 찾아왔지만 어르신은 자연스럽게 거실로 안내했다 . 곁에 있는 쌀강정 몇 개를 꺼내서 “ 일단 이거라도 먹으라 ” 며 건네주셨다 . 그 말투는 건조했지만 따뜻했다 .
마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한평생 농사일을 했다 . 젊을 적에는 보리농사 , 벼농사를 주로 했고 이후로는 양파나 상추 같은 밭농사를 지었다 . 지금은 콩 농사를 짓고 있다 . “ 우리 집 마당이 큰 것도 정부에서 벼 수매했을 때 여기서 나락 말리려고 크게 한 거였어요 .
그땐 순전히 나락농사만 지었을 때죠 .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땅인데도 그땐 왜 그렇게 못 살았나 몰라요 . 그땐 정부에서 나락농사 지으라고 권장했는데 지금은 벼농사 지으면 밑지니까 못 해요 .
기계가 없는 집은 품삯 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거든요 .” 벼농사 짓는 게 부담이라 콩 농사를 택한 춘호 어르신 . 콩 농사는 비교적 약값도 안 들고 손이 많이 안 가기 때문이었다 . “ 저수지 생기고 나서 하우스가 하나둘씩 생겨났는데 그땐 정부에서도 보조해줬어요 .
한때는 여기가 수박단지였는데 하우스 농사는 대간해요 ( 고단해요 ). 여름엔 숨 막히고 덥거든요 .” 세월 따라 , 시기마다 짓는 농사도 달라졌다 . 농부로서 어르신은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왔다 . 소를 키우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
“ 소 키우는 게 재밌는 것도 아니고 딱히 예쁜 것도 아니에요 . 그냥 농촌에서 생계 유지하고 먹고살려고 하는 거죠 . 많이는 안 키워도 그래도 꽤 오랫동안 키웠어요 .
지금 사료 한 포대에 2,300 원인데 두 마리서 이틀이면 다 먹으니까 쉽진 않죠 .” 고향을 떠나지 않고 시골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춘호 어르신 . 지금껏 살아오면서 힘든 적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 “ 촌에서 생활비도 부족한데 아들 딸들 갈치는 게 곤란했죠 .
우리는 못 배웠을망정 애들은 백프로 갈쳐야 할 거 아니에요 . 그래도 평범하게 욕심 안 부리고 나쁜 짓 안 하고 살았어요 . 나이 먹었으니까 이제 건강밖에 바랄 게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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