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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9.06.04

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마을이 정원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9.06.04 11:41 조회 3,5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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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마을이 정원 어디에나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김준오 (78) 할아버지는 집근처 작은 논에서 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 흙을 으깨서 논에 흙벽을 만드는 작업 . 물이 귀한 논이라 물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 모 심으려고 .

괭이로 해도 되긴 하는데 그래도 미장삽으로 해야지 . 대충하면 되가니 ." 괭이로 으깬 흙을 낡은 미장삽으로 단단하게 쌓는다 . 쉼 없는 노동에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 새액새액 . 그가 지나온 논바닥에 물길이 생긴다 . 김준오 할아버지가 미장삽으로 흙벽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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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면 고덕터널을 지나면 보이는 고덕산 아래 마을 . 이름도 어여쁜 화원마을이다 . 화원마을 길가 곳곳 , 마당 곳곳에 꽃이 선들거린다 . 이름처럼 마을이 하나의 정원이다 . 서른 한 가구가 사는 제법 큰 마을 . 산 아래 있고 마을에 나무가 많다보니 기온이 시내와 다르다 .

옆 마을과도 2 도 정도 차이난다 . 모정 아래 앉아있는데 선득한 기분이 든다 . “ 엊그제 더웠는데 밤에는 추워서 누워있질 못했어요 . 이 동네가 전주보다도 온도가 낮아요 . 오늘 아침에 서리가 내렸다고 하대요 .”( 임일빈 ·60) 농부들은 분주해지고 있다 .

평일 한낮 사람들은 논과 밭에서 일을 한다 . 누군가는 깨를 심고 어떤 이는 옥수수에 웃거름을 준다 . 빨간 옷을 입은 아낙도 밭으로 나갈 준비에 분주했다 .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서 비료와 이것저것을 챙기고 오토바이를 탄다 . 이름을 묻자 ‘ 유진이 엄마 ’ 라고 소개한다 .

“ 옥수수 거름도 주고 깨도 솎아줘야 해요 . 아침에는 고추 세워주고 왔어요 . 평소에는 내가 직장을 다니는데 쉬는 날에는 이렇게 밭에 나가요 . 오늘은 해가 안 떠서 일하기가 괜찮네요 .” 카메라를 들고 수첩을 들고 다니는 우리에게 유진이 엄마가 말한다 .

타인에 대한 경계심보다 마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 “ 마을 이야기 쓰신다고요 ? 우리 마을 예쁘잖아요 . 좋은 이야기 많이 써주세요 .” 길가에는 발그레한 미니사과나무 왕래 없는 집 뒤뜰에도 꽃무더기 화원마을은 곳곳에 꽃이 피어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법한 곳에도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위 꽃은 접시꽃과 흰 장미.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고덕산이 보인다 . 마을 앞은 멀리 경각산이 펼쳐져 있다 . 초록으로 덮인 산이 뿜어내는 기운이 상당하다 . 마을이 산 안에 안겨있는 기분 . 그 산 아래 임채경 · 권동화 (60) 부부는 집을 지었다 . 집 마당과 베란다에는 다육식물이 가득이다 .

“ 저는 채소보다 나무나 꽃 심는 게 좋더라고요 . 심심해서 하나둘 키우다보니 중독 된 거 같아요 . 120 종류 정도 있어요 . 다육이가 의외로 까다로운 식물이에요 . 올해는 코스모스 밭을 해보려고 꽃을 심어 놨어요 . 우리 뒷집이 형님 집이에요 .

우리 동네는 조용하고 공기도 참 맑아요 .” 화원마을은 마을 어느 곳에나 꽃이 보인다 . 어르신들 집 마당에도 꽃이 있고 , 심지어 사람 왕래가 없는 집 뒤뜰에서도 꽃이 얼굴을 내민다 . 어디에 핀들 중요하겠는가 .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데 . 이맘 때 쯤 마을에는 복숭아 농사가 한창이다.

과수원 사람들이 봉지를 감싸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꽃 보면 싫은 사람이 있간 . 사람이 예쁜 거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 나는 꽃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 . 그래도 보면 좋아 .”( 임금례 ·83)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할 일이 없어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진다고 하신다 .

하루가 기대되지 않는 나이라고 . 금례 할머니도 그렇다 . 하지만 꽃을 보고 가꾸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취미라고 말씀하신다 . 고마운 꽃 친구들 . 마을 길가에는 미니사과나무가 세워져있다 . 2019 완주군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마을에 꽃길을 조성한 것이다 .

아직은 열매도 맺지 않은 작은 나무이지만 이제 곳곳에 발그레한 작은 사과들이 열릴 것이다 . 바람이 분다 . 일하기 좋은 날씨다 . 농부들이 논으로 밭으로 나간다 . 목을 축이라며 금례 할머니가 건넨 물 한잔이 시원하고 달다 . 이제 곧 진짜 여름이다 .

[관련] 땅 속에 금부처 전설 유연심(88) 할머니가 마을 모정에 앉아 마을의 옛 이야기를 꺼낸다. 원래 마을 이름은 큰골이란 뜻을 가진 항골이었다 . 백제 말기 650 년대 고덕산 경복사 창건 때부터 마을이 조성되었고 풍천 임씨의 집성촌이었다 . 마을 뒤로는 고덕산이 있고 앞으로는 경각산이 보인다 .

현재는 31 가구가 산다 . 평균 연령은 65 세 이상이며 여자 어르신들이 많다 . 과거에는 복숭아 농사를 많이 지어 4월 중순이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 최근에는 몇 가구가 소규모로 논 농사를 짓고 그 외에는 참깨나 배추 , 고추 등 밭농사와 복분자 농사를 짓는다 .

화원마을과 상하보마을을 잇는 고덕산 능선에는 경복사 터로 추정되는 절터가 있다 . 경복사는 고구려의 보덕화상이 국가가 도교를 받들고 불법을 믿지 않아 백제로 옮겨 온 이후에 지어진 사찰로서 조선시대에는 36 본사의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

임진왜란 이후까지 지속되다가 없어졌는데 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 권명자 (72) 할머니는 “ 경복사 스님이 계셨는데 매일 꿈자리가 좋지 않아 절에 있던 금부처를 땅에 묻어버렸다고 한다 . 그 금부처를 찾으려 했으나 지금까지 못 찾았다고 들었다 .

또 마을 입구부터 경복사까지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어 사람들이 버선발로 올라 다녔다고 한다 . 절 기둥이 칡나무로 되어있었다 ” 고 말했다 . 이웃간 사이가 좋다 . 2017 년부터는 마을에 사는 5 가구가 함께 배추농사를 지어 로컬푸드에 납품 하고 있다 . 지난해에는 절임배추 1 만포기를 납품했다 .

현장 사진

마을이 정원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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