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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8.11.05

가을 한자락 가척마을

토박이 하헌국씨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8.11.05 17:18 조회 3,7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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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한자락 가척마을 ] 토박이 하헌국씨 “ 농사꾼이 어때서요 ? 나는 농사가 체질 ” 이웃들이 지어준 별명 ‘ 농사박사 ’ 할아버지 때부터 4 대째 뿌리내려 가을비가 내린 날 , 하헌국 (60) 씨를 만났을 때는 비가 막 그친 참이었다 .

동네에서도 깊숙이 들어가 산의 낙엽을 밟고 경사를 오르니 높다란 사다리가 보였다 . 그리고 그 사다리 위에 장대를 든 그가 있었다 . 감나무의 감을 따고 있던 중이었다 . 10 월말의 찬바람 속에서도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 “ 아침 7 시부터 감 따기 시작했어요 . 올해는 감이 귀해요 .

★IMG 6080
★IMG 6080

더 늦으면 감이 물러버리니까 어서 따야죠 . 운주면은 지금이 제일 바쁠 시기에요 . 온 가족이 총출동하죠 . 사람 쓰면 남는 게 없거든요 .” 아래에서 사다리를 탄 그를 바라보니 아찔하다 . 헌국 씨가 감농사를 지은 지 45 년여 째 . 안전줄 하나에 의지해 능숙하게 감을 딴다 .

“ 이 정도 높이는 낮은 거예요 . 12m 까지 올라간 적도 있어요 . 어릴 때부터 나무를 탔으니까요 . 한번 타다 큰일 날 뻔 한 적 있는데 그때부터는 많이 조심해서 타죠 . 감 딸 때는 나무에 사다리를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

안전하고 직결되니까요 .” 마을사람들은 그를 ‘ 운주 농사박사 ’ 라고 부른다 . 농사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 “ 전 농사꾼이 된 걸 후회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 농사도 성격이 맞아야 하는 거죠 . 일반 직장인에 비해 농부들은 자유가 있잖아요 .

쉬고 싶을 땐 쉬고 일 하고 싶을 땐 일 하고 . 내 신조는 하루 밥값은 하고 살자 예요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힘들어도 짜증이 안 나죠 . 눈치 볼 것 없잖아요 남한테 . 저는 농사짓는 것이 재미있어요 . 그래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그는 가척마을 토박이다 .

할아버지 대부터 이 마을에 살았으니 4 대째가 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 . 그의 할아버지도 , 그의 아버지도 모두 감나무로 자식들을 키워냈다 . “ 인생은 유머로 살아야 혀요 . 인생은 고민하면 안돼 . 그보다 유머스럽게 살아야 혀요 . 남보다 좀 더 손해 보면 어때 .

내 마음이 편하면 됐어요 .” [ 관련 ] 30 여년째 쓴 영농일지 『 2 월 5 일 오후부터 비 내림 . 도로래 설치 마무리 1 월 1 일 취 마지막 수확 , 인건비 지불 6 월 19 일 보리수 열매 20kg 수확 , 백설탕에 혼합처리 1 포 15kg, 비 가끔 내림 …』 하헌국 씨는 부지런하다 .

매일같이 습관처럼 영농일지를 써온 지 무려 30 여년 . 일기이긴 하지만 매일의 날씨와 농사업무 , 지출 · 입 , 그 외 기록해야할 특이한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있다 . 권수만 해도 x 권 . 30 년간 헌국 씨가 어떤 일상을 보내왔는지 알 수 있다 .

헌국 씨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농사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 며칠만 지나도 생각이 안 나기 마련인데 일기를 써 놓으면 잊어버릴 염려가 없었다 . 게다가 일기를 통해 올해와 지난해 농사비교도 가능했다 . 농사박사라는 별명은 그냥 붙은 게 아니다 .

현장 사진

토박이 하헌국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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