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국수 한 가지로 36년 한결같이 우리국수 문향순 사장 매일 새벽 4시, 봉동 우리국수의 하루는 고요한 불 위에서 시작된다. 76세 문향순 사장이 가게 문을 연 건 1988년. 봉동 생강골시장 초입에 국수집이 단 두 곳뿐이던 시절 ‘주부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장사는 어느덧 36년째다.
“요리 잘하진 않아. 그냥 간 맞추면 되는 거지.” 그는 오랫동안 소면 하나로만 승부해 왔다. 메뉴는 단출하 게 물국수 한 가지, 사이즈는 소·중·대 세 종류다. “국수는 5분이면 삶아. 국수 삶는데 뭐 그리 복잡한 게 있어.” 정갈한 한 그릇은 오히려 서두르지 않은 삶처럼 담백하다.
쉬는 날이면 매장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는 것도 그의 방식이다. “안 써놓으면 손님들 이 뭐라 해. 주일 빼고는 거의 다 열어.” 단골손님은 여전히 많다. 전주에서도 일부러 찾아오고 더운 여름이면 더 붐빈다. “여름에 벌어서 겨울에 먹고 살아.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손님이 좀 줄긴 했지.” 작은 가게는 협소하지만 국수를 먹기 위해 기꺼이 기다리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기다린다고 짜증 내는 손님은 없어. 다들 국수 한 그릇 하러 오는 거니까.” 김치와 고추, 국수에 들어가 는 재료는 모두 국산이다.
김치는 손수 담는데 국수와 잘 어우러져 손님들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반찬이다. “음식은 뭐든 간이 맞아야 돼. 재료만 좋으면 맛은 따라오게 돼 있어.” 매일 새벽 4시 가게 문을 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육수를 끓이는 일이다.
별다른 비법이랄 건 없지만 오랜 시간 손으로 익힌 그대로 정직하게 만들어 온 맛에는 묵직한 힘이 있고 단순하지만 분명한 방식 덕분에 오늘도 국수 한 그릇엔 그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랜 세월 주방에 서다 보니 손목 관절은 약해지고 허리도 늘 아프지만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은 없다.
“이게 내 일이잖아. 해오던 일이고 지금도 이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힘닿는 데까지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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