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이 품은 이야기 곽순임 어르신 댁 수선화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집 교동마을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30 년 . 곽순임 (76) 어르신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마당과 넉넉한 밭 150 평을 돌보며 혼자 살아간다 .
이 집은 주말이면 자식들이 하나둘 찾아와 웃음꽃을 피우는, 말하자면 ‘ 펜션 ’ 같은 곳이다 . 손수 키운 텃밭에서 갓 딴 채소를 씻어 내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마당 가득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 그 냄새를 따라 다들 둘러앉고 이야기꽃은 그때부터 피어난다 . “ 이젠 혼자 살아도 외롭진 않아 .
이 집도 나도 이제는 익숙하거든 . 계절이 오고 가듯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 길 고양이 출신 희망이 어느 날 마당에 나타나 밥을 먹고 가던 고양이 한 마리 . 하루 , 이틀 밥을 챙겨주다 보니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렇게 ‘ 희망이 ’ 는 어르신 집에 머물게 됐다 .
길 위에서 왔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편안한 얼굴로 마당에 앉아 햇볕을 쬔다 . 함께한 지 1 년. 이름처럼 기분 좋은 희망을 가져다준 고양이다 . 장작불이 지키는 별채 아궁이 본채는 도시식 가스보일러가 들어와 있지만 마당 옆 별채는 여전히 장작을 태운다 . 어르신은 이 방에 가끔 불을 지핀다 .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면 밤새 방이 뜨끈해져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을 만큼 훈훈하다 . 아궁이는 단지 난방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 감자를 굽고 찌개를 끓이며 어르신의 하루를 채우기도 한다 . 불 앞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노라면 아궁이도 사람도 천천히 따뜻해진다 .
꽃이 있어야 집이 산다 “ 보면 기분 좋잖아 . 괜히 심은 거 아녀 . 허전하니까 .” 집 마당엔 뭐든 하나쯤은 피어 있다 . 담장 따라 개나리가 노랗게 올라오고 매화나무 옆으론 쥐똥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 봄이면 제비꽃이 귀엽게 피고 감나무엔 가을이면 단감이 주렁주렁 . 소나무도 하나 세워뒀다 .
보기 좋으라고 . “ 할미꽃 ? 그건 그냥 이쁘더라고 . 심어놓으니까 마당이 훤해져서 좋지 .” 마당과 텃밭 어르신의 손끝에서 자라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을 마당과 텃밭 일을 하는 날로 정했다 . 150 평의 넓은 마당과 텃밭에서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생강과 도라지를 심고 마당을 쓸고 때로는 잔디도 관리한다 . “ 이 날만큼은 뭐든 해 . 꽃도 보고 풀도 보고 나무도 살펴야 하니까 .”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 번 , 이렇게 마당과 텃밭을 돌보며 하루를 보낸다 . 그 손길 하나하나가 마당을 더 푸르고 활기차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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