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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5.12.16

지금 여기, 고산로 100

동일세탁소 이영권 사장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5.12.16 13:36 조회 96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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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점 하다 세탁소로 50년째 동일세탁소 이영권 사장 고산면 중심가에는 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곳이 있다. 바로 동일세탁소다. 이영권 사장은 고산 토박이로, 초등학교 졸업 후 윗동네 삼거리에서 재단과 세탁 등 기술을 어깨너머로 일하며 배웠다.

이후 지금의 자리에 양복점을 열었고, 세월이 흐르며 주력 업종은 세탁으로 바뀌었지만, 간판의 이름처럼 ‘동일’한 자리에서 5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사장은 7남매 중 다섯이 함께 면내에 거주할 만큼 ‘고산 사람’ 그 자체다. 한자리를 지키는 동안 이곳의 변화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3대에 걸친 고객을 보유할 만큼 50년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인 이영권 사장
3대에 걸친 고객을 보유할 만큼 50년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인 이영권 사장

“그때는 윗동네에 시장이 섰고, 이 밑에는 시장이 없었지.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거긴 다 없어지고, 농협 앞 주변이 시장이 돼버렸어.” 그의 말처럼 상권이 이동하면서도, 동일세탁소만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읍내에만 7~8곳이나 있던 양복점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세탁, 드라이, 그리고 수선까지 50년 경력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가을철이면 코트나 양복 드라이를 맡기려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얼룩이나 오염을 제거해달라는 의뢰가 들어 오기도 하는데, 오랜 경험에서 나온 그의 철칙은 분명하다.

눈으로 쓱 훑어봤을 때 옷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으면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한다. “괜히 만지작거리다가 빵꾸 나면 안 되니까 못하는 건 그냥 못한 다 딱 말해줘야지.” 오래 자리를 지킨 만큼 기억에 남는 특별한 단골손님도 있다.

“총각 때 내게 양복을 맞췄던 손님이 결혼하더니 아들을 낳았더라고. 그 아들이 학교 들어가면서 교복을 맡기러 오고, 또 장성해서 결혼 전 양복을 맞추러 다시 왔지. 3대에 걸친 인연이 생긴 셈이야.” 최근에는 허리 수술로 잠시 쉬고 있는 아내를 대신해, 이 사장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반세기 세월이 묻어 있는 그의 손끝은 오늘도 고산 사람들의 옷과 추억을 곱게 다림질하고 있다.

현장 사진

동일세탁소 이영권 사장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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