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바위산 등에 지고 겨울엔 눈 구경 봄에는 꽃구경 낮 기온이 18 도라고 했다 . 걸으면 조금씩 땀이 나는걸 보니 , 겨울이 떠났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 용진읍 상삼리 설경 ( 雪景 ) 마을은 산 하나를 두고 소양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
겨울철 눈이 내리면 마을 뒷산인 금바위산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 설경마을이라 불린다 . 마을의 뒤는 산으로 막혀있어 마을을 오가는 길도 하나 . 이 조용한 마을엔 20 여 가구가 산다 . 눈 내린 풍경 아름다워 설경마을 마을 초입에서 쥐똥나무를 캐러가는 김종국 (67) 씨를 만났다 .
울타리용 나무인 쥐똥나무를 임시로 딴 곳에 심었다 팔 요량이다 . 그는 바지런하다 . 마을을 거닐다 일하는 누군가가 있어 알은척을 해보면 또 김씨다 . “ 요새는 날씨가 좀 풀려서 일거리가 많아요 . 예전에 이 동네가 나무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 지금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못해요 .
일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요 . 좀이 쑤신다고 하죠 ?” 털털털 . 김종국씨가 경운기를 타고 떠난다 . 소리가 경쾌하다 . 봄이 왔구나 . 설경마을에도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곳곳에 개나리가 보인다. 용진로컬푸드직매장과 인접한 용진의 마을들은 로컬푸드에 상품을 출하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
설경마을도 세가구가 로컬푸드에 물건을 내놓는다 . 박은순 (63) 씨도 그 중 한명 . 그는 마당에 앉아 파를 다듬고 있었다 . “ 요새는 로컬 ( 푸드 ) 에 풋마늘 , 파 정도만 내놔요 . 가지나 당근 같은 건 아직 땅속에 있어요 . 로컬을 다니니까 겨울에도 못 놀아요 .
농사도 깨끗하게 해야 하니 힘들어 . 그래도 못 쉬고 힘들어도 좋아요 . 재미나거든 .” 홍의영 (61) 씨는 집 앞에 주차된 차 먼지를 털고 있었다 . 막 트랙터로 일을 하고 온 참이다 . 봄볕이 생각보다 뜨거웠지만 모자를 쓰지 않았다 . 어차피 까만 피부라 모자는 뭣 하러 쓰냐며 무심하게 말한다 .
이날은 미세먼지 나쁨 표시가 뜬 날 . 홍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 콤바인 , 트랙터를 몰 때 먼지가 한 가득이라 어차피 자신 같은 사람은 먼지에 면역이 됐다나 . “ 지금 엄청 바쁠 때죠 . 오늘 새벽 6 시부터 일했어요 . 로컬푸드 다녀오잖아요 . 앞으로 더 바빠지겠죠 . 겨울이 좋아요 .
봄여름가을에 실컷 벌어서 그때 다 까먹는 거죠 ( 웃음 ). 오후에는 농사 짓는 친구 로타리 치는데 도와주러 가려고요 .” 날이 풀리면서 농부들은 논과 밭으로 나간다. 날 풀리니 다들 논으로 밭으로 경로회관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 저 멀리 밭에 앉아 비닐을 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
전주에서 온 신용호 (73) 어르신이다 . 어르신은 퇴직 후 설경마을에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 전문 농사꾼은 아니지만 어느덧 농사를 시작한지 9 년차가 됐다 . “ 보통 아침 아홉시쯤에 와서 일해 . 지금은 참깨 심을 자리에 비닐 씌우고 있지 .
혼자서 밭을 일구긴 하지만 틈틈이 하니까 많이 힘들진 않아 . 집에서 놀면 뭐해 . 술 먹고 고스톱 치는 것밖에 더 하나 . 차라리 이렇게 일하고 수확물도 얻는 게 좋지 . 자식들한테 주는 재미가 있어 .”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들뜨는 계절 . 그게 봄인가 보다 .
신용호 어르신이 일을 하던 중 잠시 쉬고 있다.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들은 자식들에게 줄 생각이다. 설경마을 사람들은 친절하다 . 낯선 이에 대한 경계도 크지 않다 . 밭에서 완두콩을 심고 있던 이종학 (85) 할아버지는 유독 사람을 반가워했다 . 어디서 왔어 ? 차 한 잔 줄까 ? 우리 집으로 가 .
허리가 낫처럼 굽은 종학 할아버지는 바닥이 닳은 낡은 지팡이를 옆에 두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간다 . 눈가와 입가에는 기분 좋은 웃음 주름이 선명했다 . 앵두나무를 앞에 두고 콧노래도 불러본다 . 오랜만에 동네를 찾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 이종학 할아버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을을 찾은 낯선 사람들을 보고 콧노래를 부르신다. “ 나는 사람이 오면 좋아 . 이 늙은이가 말이 좀 많아서 미안혀 . 내가 시간 뺏었지 ? 자슥들한테 늘 하는 소리가 있어 . 돈 아껴 쓰고 친구 잘 사귀라고 .
그리고 부모한테 잘 해야 복이 온다고 .” 눈이 내리면 아름다워 설경이라 불린다는 마을 . 홍중선 (74)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봄은 봄대로 예쁘다 . “ 설경이 예쁘다 해서 설경마을이긴 하지만 여긴 봄에도 예쁜 곳이야 . 예전에 야산에다가 벚꽃나무랑 복숭아나무를 심었거든 .
그래서 봄 되면 꽃이 펴서 마을이 환해지지 . 예뻐 .” 4 월 봄바람이 좀 더 살랑대면 설경마을은 꽃대궐이겠지 . 벌써 눈에 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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