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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4.05.27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완주에서 한 달, 예측불허의 시간 속으로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4.05.27 13:03 조회 2,69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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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에서 한달, 예측불허의 시간 속으로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을 하나 게시 했다. 며칠 전 간만에 모두가 모였던 자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초저녁 어스름한 빛이 돌 때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며칠 전이 아니라 몇 년 전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참여자들 단체사진
참여자들 단체사진

게시물에 "이 사람들 여기 온 지 벌써 한 달···"이라는, 훌적 지나가 버린 시간을 실감하는 혼잣말을 추가했다. 참여 작가들이 완주에 내려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사업 이름인 '한 달 살기'는 정든 이름일 뿐, 실제로 참여 작가들은 꽉 찬 50일 동안 완주에서 살게 된다.

표면적인 것만 보자면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를 변화된 환경, 공간적 차이에 집중하는 사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매년 이 사업을 취재해가는 여러 매체에서도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예술가들', '경쟁적인 도시를 떠나 여유가 있는 농촌으로 온 예술가들' 정도로 <한 달 살기>를 일별한다.

하지만 막상 참여 작가들에게, 그리고 현장에서 사업을 꾸려가는 나에게 공간이나 지역보다 와닿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 감각의 차이는 뚜벅이인 작가들이 가장 자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거다.

두억마을 깊숙한 곳, 행복드림한옥에 입주 한 작은섬(김영준, 김진아)은 간단한 장을 보려고 해도 3~4시간은 마음먹고 집을 나서야 한다. 잠시 외출하려다가 여행을 하고 오는 꼴이다. 버스를 한 대만 놓쳐도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가끔은 발에 불이 나게 뛰어야 할 때도 있다.

뚜벅이가 아닌 작가들에게도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원오산마을 한가운데 집에 입주한 콜렉티브 품(김소연, 김현진)이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언제 일하러 나오시냐 물었던 적이 있다. 돌아온 답변은 몇 시쯤이 아니라 자다 일어나면, 다리 안 쑤시면, 비 안 오면 나온다는 것.

또 한 번은 마을 어르신께 당신이 심어둔 참깨가 언제쯤 다 자라는지 물었던 적도 있는데, 어르신은 ‘금방 자란다’고 했고 김소연 작가는 매일 같이 밭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며칠이 지나도 기별이 없어 다시 물어보니 그 금방이 여름이란다.

어르신들의 느슨하면서도 확고한(!) 시간 개념에 몇 번 당한(?) 뒤로 이곳에서의 시간이 내가 알던 시간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 다. 이런 시간(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사소하고도 생경한 순간들이 50일 동안 쌓이면 <한 달 살기> 가 된다.

내가 <한 달 살기>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참여 작가들의 이런 허둥지둥, 어설프고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
워크숍

언제 올지 모르겠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이름 모를 벌레에게 말을 건네기까지의 시간, 아무것도 안 해도 불안하지 않은 시간, 비효율적인 시간, 때때로 적막하고 지루한 시간, 낯선 마을 사람들과 서서히 가까워질 수 있는 적당한 시간.

그래서 나는 <한 달 살기>가 단순히 완주의 공간을 예술가와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가에게 도시에서와는 다른 종류의 시간을 제 안하는 제스처가 되기를 바란다. 오는 5월 30일, 2024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참여 작가들과 마을 사람들의 50일을 담은 결과 공유회가 열린다.

2024 <한 달 살기>의 과정과 후기, 그리고 참여 작가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언젠가는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니게 될 수도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될 어떤) 작업(과정)도 공개할 예정이다.

[box]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사업은 2017년부터 시작된 완주문화재단의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는 낙후된 완주군의 유휴공간과 작업실이 필요한 예술가를 매칭해 마을에는 새로운 활기를, 문화예술계에는 지역의 현황과 고민을 반영한 '지역형 레지던시'를 제시해 왔다.

지난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자율실행형(2년 지원)에 선정되어 '공공예술'로서 의 사업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있다. 2024년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는 완주군 내 7개 마을 공간에 총 10명의 예술가(7팀)가 입주했으며 4월 11일부터 5월 30일까지 총 50일간 진행된다.

[box] 참여예술인 대상 워크숍 2024 <한 달 살기>는 참여 예술가에게 완주에서 살고 탐색하며 지역에 다르거나 새로운 질문을 해보기를 제안했다. 내부 워크숍은 참여 예술가의 사전 몸풀기로, 참여자 각자가 나로부터 출발한 질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북돋는 자리였다.

워크숍의 진행은 최선영 기획자(문화예술기획자이자 작가이자 (구)유구리최실장, (현)복많관 운영자)가 맡았다. / 글=완주문화재단 한상은 PM(프로젝트매니저)

현장 사진

완주에서 한 달, 예측불허의 시간 속으로 사진 1 완주에서 한 달, 예측불허의 시간 속으로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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