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한지를 향해. 그림 그리는 전지홍 스토리 1. 나 소개하기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작가 전지홍입니다. 저는 길 위를 걷고, 탐색하고, 감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걸어 나가며 수집한 이야기, 머릿속에 그려지는 길과 풍경을 지도로 그려요.
특히, 한국의 전통 고지도 안에서의 걷기 방식을 따라 걸어 보며 동양화 매체를 사용하여 지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양화 매체 중, 전통 종이인 ‘한지’를 가장 좋아하고 ‘한지’ 위에 그림을 즐겨 그리곤 하는데요, 이곳 완주가 한지의 고장이라 하여 종이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2.
입주공간과 마을 대승한지마을 저는 소양면에 위치한 대승한지마을에 입주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대승한지마을이 있는 이곳은 들어오는 입구는 작지만 길을 따라 들어오면 산으로 둘러싸인 큰 마을이 있어 항아리 마을이라고도 불린다고 해요.
어디를 바라보아도 겹겹이 둘러싼 산이 저를 포근히 감싸고 있어 참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제가 본 대승한지마을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세대에 한지를 잘 전하기 위해, 한지를 애정하는 마음으로 마을을 가꾸고 계셔 인상 깊었습니다. 3.
진행 중인 프로젝트 <너른 종이 길> 저는 한지와 가깝게 지내고 싶어 이곳 대승한지마을에 오게 되었어요.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작가 활동을 하는데요, 최근 서울에서 국내산 한지(특히 순지)를 구하기 쉽지 않아요.
오랜 시간 한지를 기다리며, 제가 사용하고 또 좋아하는 한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단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가 사용하는 한지는 누가 만들었는지, 왜 한지가 나오지 않는지 등.
한지가 제게 오기 전 어떠한 시간을 보냈는지 알고 싶었고, 한지를 향해 걸어보고자 다짐했어요. 그렇게 한지를 향해 걷는 길을 <너른 종이 길>이라고 부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 전통 종이를 살피고 종이의 시간을 따라 걸어보고자 해요. 4. 완주의 첫 인상: 연한 초록 5.
나를 설레게 하는 것: 한지 만들기 이곳에서 ‘한지 만들기’가 설레어요. 요즘 한지마을에 계신 김한섭 장인 선생님을 따라 한지를 만들어보고 있는데요, 정말 흥미로워요!
작년 종이를 만드는 작가님께서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종이를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라고 제게 말해주었어요.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정확한 두께와 같은 모양으로 수백~수천 장의 종이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흔들림 없는 참 단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종이를 직접 떠보며, 종이 만드는 것은 종이와 제가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장인선생님으로 부터 한지 만드는 것을 보고들으며, 종이를 만드는 자리에 서기전, 마음을 덜어내고 여유롭게 준비하는 시간을 찬찬히 배워 나갑니다. 종이는 오랜 시간 만들 수 없어요.
한 장의 종이와 또 한 장의 종이 사이엔 긴 텀이 있는데, 선생님과 함께 종이를 몇 장 뜨고 함께 주변을 산책하고, 또 몇 장 뜨고 바깥 벤치에서 바람을 쐬며 커피 한잔하고, 그렇게 다시 종이 틀 앞에 서요.
그리고 다시 잡은 빈 틀에는 방금 느낀 바람과 숨, 다채로운 새소리 등을 가득 품은 여유로운 마음을 발틀 위 종이 한 장으로 떠보아요. 욕심을 부려 급히 움직이거나, 머릿속에 생각이 많거나 무거운 마음이면 그 마음이 종이에 고스란히 보이더라고요.
손과 틀 그리고 고른 나의 마음이 함께 리듬을 타며 유연하게 떠지는 종이를 보면 점차 고마움과 너그러움으로 종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한 달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지만, 이 짧은 시간을 통해 제 작업을 긴 호흡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어요.
그리고 특히 종이 한 장이 내게 온 시간을 이해하며 종이를 마주하는 마음 또한 다시금 되새겨 보아요. 요즘 하루하루가 한지를 만들 순간이 설레고 기다려집니다! 6. 기회가 된다면 ‘이것’까지 해보고 싶어 여성 한지장이 되고 싶어요!
직접 제 손으로 뜨는 종이는 마치 거울같이, 그날의 저를 바라볼 수 있답니다. 그날의 마음의 무게는 어땠는지, 그날의 컨디션은 어땠는지, 그날은 어떠한 기분을 종이를 떠냈는지 등. 종이를 통해 저를 잘 마주할 수 있어 즐겁고, 종이를 뜨는 것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 꾸준한 마음으로 배워나가고 싶어요!
전통 한지 뜨기인 ‘외발뜨기’는 이제 하시는 분도 적고 배우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아직 여성 초지장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요, 이번 완주한달살기를 기회로 김한섭 선생님으로부터 꾸준히 전통 외발한지 뜨기를 배워 다음 세대를 이어 여성 초지장을 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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