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국도 26 호선 소태정 길 .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차량이 다니는 이 길 아래 , 고요한 마을이 있다 . 반곡마을이다 . 이곳은 완주 소양과 진안의 경계 마을이기도 하다 . 5 월의 마지막 주 , 날씨 좋은 날 .
소양에서 진안으로 향하는 모래재 길로 향했다 . 이곳은 1997 년 무주 동계 U 대회를 앞두고 소태정 길이 뚫리기 전까지 , 진안으로 향하는 번잡한 길이었다 . 과거 이 길을 다녔던 그 많던 차들은 사라졌다 . 이제는 그저 , 한적한 시골길의 느낌이다 . 반곡마을은 이 길의 왼편에 있다 .
보일락 말락 , 목적지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칠 마을이다 . ‘ 신원 · 반곡마을 ’ 이란 표지판을 따라 들어갔다 . 길 어귀에서 신원마을을 지나 만난 작은 다리 반곡교 . 이곳에서부터 반곡마을이 시작된다 . 길쭉한 모양의 마을이다 . 마을 초입에 집과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고 넓은 축구장이 있다 .
반곡마을에는 ‘ 용 ( 龍 )’ 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 마을 위 진안으로 향하는 소태정 길 이름도 본디 보룡 ( 保龍 ) 재인데다 , 마을에 있는 두 개의 절 이름도 용문사와 황룡사다 .
마을을 흐르는 천 이름도 용문천이요 , 과거 마을에 용소로 불렸던 작은 폭포들이 있었고 , 지금도 마을의 끝에는 용문폭포가 흐른다 . 용의 기운이 흐르는 마을 , 그렇게 생각하니 길다란 마을의 형태가 마치 용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반곡교에 세워진 반곡마을 표지석.
여기에서부터 반곡마을이 시작된다. 때이른 무더위에도 어르신들은 밭일을 하고 계신다. 분주함에 허리를 펼 겨를도 없다. 과거 진안을 오가던 고갯길 , 그곳에는 주막터와 폐광이 있다 삿갓봉에 있는 한 폐광의 높이는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높다. 폐광으로 향하는 길, 오디와 산딸기가 지천에 있다.
과거 진안으로 넘나들었던 마을 사람들의 좋은 간식이 되어줬을 것이다. 마을에는 모두 세 곳의 폐광이 남아있다 .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두 개의 동굴에서는 금을 캤고 , 다른 하나는 구리 를 캤다 .
그 중 하나의 폐광이자 과거 보룡치 ( 保龍峙 ) 농골마을 주막 ( 酒幕 ) 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 마을의 끝에 자리 잡은 절 용문사로 가는 방향 , 두 갈래로 나누어진 길목에서 삿갓봉을 향해 오른다 . 15 분 가량 올라갔을까 . 야트막했던 경사가 어느덧 높아졌다 .
마을은 보이지 않고 , 저멀리 소태정 길을 지나는 차량들이 보인다 . 쓰러진 나무 줄기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하기도 한다 . 사람의 왕래가 없어 무성한 나무와 풀 탓이다 . 이들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산을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과거 사람들이 진안으로 왕래하는 길이었다 .
산길에 난 오디 , 산딸기는 지금의 나에게 처럼 , 그들에게도 좋은 간식이 되어줬을테다 . 폐광으로 향하기 전 마을 어르신께 들은 이야기로는 , 이 길을 넘으면 진안 부귀면 봉암리가 나온다 . 반곡마을 여자 어르신들도 나물을 캐러 자주 오가는 길이었다 .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6.25 전쟁 발발 이후 사람들은 모두 봉암리로 내려갔다 . 올라온 지 40 분 가량 , 동굴이 보인다 . 무성한 풀을 해치고 도착한 이곳이 바로 농골마을 주막터다 . 현재는 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편편한 터가 사람들이 쉬어가기 좋았을 곳임은 분명하다 .
주막터 앞 길이 10m 가량의 작은 폐광이 있다 . 마을의 다른 폐광보다 높이도 낮고 , 길이도 짧다 . 미끄러지지 않도록 동굴 벽면을 짚어 들어가니 물소리가 들린다 . 동굴 안 바위를 타고 흘러나오는 물이다 . 주막은 사라졌고 , 왕래하는 사람도 사라졌지만 , 바위 속 물은 여전히 흐른다 .
그 옛날에도 , 지금도 , 땀 흘린 객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준다 . 반곡마을의 끝자락 , 용문사로 향하는 숲길 용문사로 향하는 길에는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시다 숲길이 있다. 걸어서 한 10여분. 숲길 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가 곳곳에 놓여져있다.
용문사로 향하는 숲길은 마을 주민들에게도 좋은 산책 코스다. 성인 남성 한명이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아름드리 나무들이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마을의 끝에 있는 용문사로 향한다 . 용문사로 향하는 길 , 마을을 관통하는 용문천이 흐 른다 . 절이 가까워질수록 물소리도 세차진다 .
물 속에 노니는 물고기가 보일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하다 . ‘ 사찰 경내 ’ 를 알리는 알림판을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다 . 생각지도 못한 선물은 받은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된다 . 성인 남성이 안아도 손이 닿지 않는 아름드리나무 .
이 나무는 수십년 전 산주인 전백용씨가 심어놓은 나무다 . 숲길 곳곳에는 나무 의자가 있다 . 나무가 만들어 놓은 호젓한 그늘 아래 누군가 편히 쉬어가길 바라며 . 의자의 쓸모란 , 바로 배려다 . 늦은 걸음으로 15 분 가량 걸으니 용문사가 보인다 .
절을 둘러싼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구름 , 용문폭포의 물줄기 소리와 법당의 목탁 소리 . 머리 위에는 차들이 정신없이 지나는데 , 이 곳은 이토록 고요하다 . 반곡마을 전경. 저 멀리 삿갓봉이 보인다. 윤유두 어르신이 태어난지 사흘 된 강아지들을 보여주고 계신다.
옛날에는 마을 앞을 모래재로 넘나드는 많은 차량이 지나갔다 . 지금은 마을 위를 소태정으로 넘나드는 많은 차량이 지나간다 . 그 어떤 분주함에도 늘 한결 같은 마을 . 반곡마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 뜨거운 볕을 등진 어르신들은 계속해서 밭일을 하신다 .
얼굴은 붉게 익었고 , 허리는 아직도 구부러져 있다 . 아직 떠있는 태양이 고맙다는 듯 .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