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슥들이 곁에 있으니 든든하제" 농사 짓는 노부부 윤윤구-김판순씨 5 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 마을 안쪽 정자에 백발의 할머니가 앉아계신다 . 위아래로 어여쁜 분홍빛 옷을 입은 김판순 (79) 할머니 . 정자 앞 밭에서 남편과 아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는 걸 바라보고 있다 .
나이를 여쭤보자 손가락을 펴신다 . 손가락 열 개가 부지런히 움직여 칠을 만들고 구를 만든다 . 올해로 칠십구세 . “ 아들하고 영감님이 오늘 처음으로 심구길래 구경하러 왔어 . 저 사람들 온 게 나도 오토바이 타고 집에서 올라왔지 . 내 고향 ? 저 산 하나 넘어왔어 . 가까우니까 못써 .
보따리 싸들고 친정도 못 가고 .” (위) 김판순 할머니는 정자에 앉아 남편과 아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는 걸 보고 계셨다. (아래) 아침부터 고구마를 심고 계시던 윤윤구 할아버지가 겨우 허리를 펴시고 잠시 쉬고 계신다.
고구마 모종을 심고 있던 남편 윤윤구 (86) 할아버지는 그제야 허리를 펴고 바닥에 앉으신다 . 그리곤 모종이 심어있는 바구니를 가리키신다 . “ 오늘 여달시 좀 넘어서 나왔지 . 뜨거워서 못혀 . 근데 아직도 솔찬히 남았어 . 저거 다 해야혀 . 고구마 지금 심으면 초하루나 8 월달이면 캐먹어 .
난 여가 고향이여 . 군대 갔다 올 때 빼곤 쭉 살았지 . 군대 가서 고생 제일 많이 했어 . 강원도서만 6 년 정도 있다 왔응게 . 여그가도 강원도 저그가도 강원도 . 그놈의 강원도 땅이 그리 넓은지 몰랐네 . 군대 갔다 와서 장가 갔어 . 젊을 땐 나락농사 좀 지었지 .
딴 거 할지도 모르고 농사 지으면 잘 죽고 . 몰라갔고 . 지금은 나락 안하지 .” 신원리 대승마을에서 시집온 판순 할머니는 반곡마을에서만 자란 윤구 할아버지를 만나 평생을 산을 개간한 땅에 고구마를 키워 자식을 키웠다 . 고구마도 키우고 자식도 키우다보니 세월이 지나갔다 .
부부는 칠남매 중 둘째인 아들 성우 (54) 씨와 함께 지낸다 . 든든하고 , 또 든든하다 . “ 목장 우유 짜는 자동화 기계 설비업을 하는데 이렇게 시간 될 때는 부모님하고 농사도 짓죠 . 저도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았어요 .” (아래) 성우씨가 가꾸는 그만의 정원.
정자 옆에는 그가 가꾼 정원이 있다 . 소나무 , 블루베리 , 아로니아 , 하수오 , 민들레까지 . 그의 손길이 닿은 나무와 꽃들이 오뉴월의 햇살과 바람 아래 싱그럽게 커가고 있다 . 그의 부모가 고구마를 키웠듯 , 그는 나무를 키운다 .
큰 소나무는 50 년도 넘었고 , 어린 것은 30 년 정도 됐다 . “ 별 건 아니어도 제가 정원처럼 가지고 있는 거에요 . 더 심을 욕심내지 않고 관리를 잘 해야죠 .” 마을에서 젊은 청년에 속하는 그는 고향 자랑을 늘어놓는다 . 안전하고 아늑하다 . 조용하고 공기가 맑다 .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다 . “ 저녁에 우리 동네에 오면 공기가 엄청 맑아요 . 전주하고 온도도 1~2 도 차이는 날 거에요 . 우리 마을을 관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아니라서 마을에 차량이 많이 오가질 않아요 .
우리 마을은 청정지역이죠 .” 아직도 트랙터를 운전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중 성우씨가 슬며시 미소 짓는다 . 저 멀리 정자에 앉아있던 판순 할머니도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 건강한 영감님과 듬직한 아들이 있어 행복하노라 , 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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