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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3.01.09

소양 대흥마을이 좋아!

소양천 줄기 따라 뻗어내린 마을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3.01.09 16:46 조회 3,08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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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를 말릴때면 온 마을이 흰 파도치듯 출렁였지 소양천 줄기 따라 뻗어내린 삶의 터전 연일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평일 , 밤사이 푹푹 쏟아진 함박눈으로 온 마을이 하얗게 물들었다 . 소양천 줄기 따라 자리한 대흥마을에도 어김없이 흰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다 .

그 사이를 한순철 (74) 이장의 빨간색 오토바이가 분주히 오고 간다 . 이날 마을회관에서 지급되는 완주군 제 6 차 재난지원금 수령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과 시간 등을 집집마다 알리고 있는 것이다 . 덕분에 온 주민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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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둘러앉아 그간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눈다 . 한적했던 마을회관에 웃음소리가 가득찬다 . 손녀와 함께 온 박영희 (78) 어르신은 지급 받은 카드를 보며 “ 우리 집은 딸이랑 손녀랑 세 식구가 사는데 생활비에 보탬이 많이 되겠다 ” 고 웃었다 .

이종례 (80) 어르신은 “ 날이 상당히 추워져 주유소에 기름 사러 가려고 한다 . 요새 기름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었는데 이걸로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 ” 고 말했다 .

그림책 ‘ 대흥마을이 좋아 !’ 출판기념회 열려 지난 12 월 21 일 오후 ,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 내 ‘ 그림책 교육문화 공간 ( 이하 그림책공감 )’ 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 그림책 『 대흥마을이 좋아 ! 』 의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

그림책 '대흥마을이 좋아!' 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마을 주민들이 책을 선물받고 즐거워했 다. 대흥마을은 지난 2021 년 완주군 마을로 청년 인큐베이팅 공모사업을 통해 미운영 시설인 마을찜질방을 개보수해 ‘ 그림책공감 ’ 문을 열었다 .

이곳은 마을과 지역 주민들이 그림책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이자 교육문화공간이다 . 이날 그림책공감에는 그림책의 주인공이 된 마을주민들과 그림책 작가인 소양중학교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책 출판을 기념하고 축하했다 .

행사에 참여한 한순철 이장은 “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주고 책으로 만들어주니 감사한 마음 ” 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 그림책공감은 지난해 전라북도 생생마을플러스사업에 선정되어 < 그림책 출판 캠프 > 를 진행하면서 이번 그림책을 만들었다 .

소양중학교 학생들이 기자단을 꾸려 대흥마을 곳곳의 대문을 두드리며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경청했고 , 그들이 인터뷰한 마을 주민의 삶을 그림과 글로 엮어 한권의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

대흥마을 김진선 어르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소양중학교 김보민 (15) 양은 “ 그림을 그릴 때 이야기의 시점이 옛날이다 보니 ‘ 과거 ’ 에 중점을 두고 그렸다 . 원래는 그림에 별로 자신감이 없었는데 쉽게 도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 며 웃었다 .

전주고등학교 정현빈 (19) 군은 “ 소양중학교를 졸업하고도 아직도 종종 작은도서관을 찾고 인연을 이어가다가 그림책 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

윤석영 개발위원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렸다 ” 며 “ 어릴 때나 그림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림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 고 소감을 밝혔다 .

그림책공감 박미경 (42) 대표는 “ 요즘 세대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이렇게나마 소양 지역의 어르신과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어서 의미 있게 생각한다 .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엔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 고 말했다 .

하이얀 한지 물결 일렁이던 풍경 대흥마을 한순철 이장의 고향은 소양면 해월리다 . 그곳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후 서른 살 무렵 이곳을 찾았다 . 그는 “ 옛날 대흥마을은 한지 산업 호황으로 규모가 매우 컸고 ,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북적이던 곳 ” 이라고 설명한다 .

마을은 날마다 북새통을 이루었다 . 이곳에 살기 위해 왔다가 빈집이 없어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 위_ 하늘에서 바라본 대흥마을의 모습. 아래_ 오랜만에 회관에 모두 모이니 얼굴도 보고 안부를 물을 수 있어 좋다는 어르신들.

“ 지금은 인근의 대승한지마을이 더 유명하지만 , 한지 제작하기로는 대흥마을이 최초였어 . 주민들 중 닥나무 껍질 한번 벗겨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지 . 옛날 한옥은 문하고 벽 , 장판에 모두 한지를 사용했고 명절이면 대부분의 집들이 창호를 새로 발랐으니까 수요가 풍부할 수밖에 없던 거야 .

또 , 전국 각지로 한지를 제작해서 차에 실어보내기도 했어 .” 익산 왕궁에서 대흥리로 시집와 40 년 넘게 살았다는 박영희 어르신도 그 무렵 한지를 만들었다 . 그가 낳은 막내둥이가 갓난쟁이일 때부터 , 큰아들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으니 기나긴 세월이었다 .

대흥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 한지를 통해 자식교육을 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 “ 바깥양반이랑 오랫동안 한지 만드는 일을 했어 . 남원에서 종이가 오면 돌가루를 풀이랑 넣어서 방아 찧고 , 판판해지면 기계로 기름칠해 풀을 붙여 말렸지 .

주문이 계속해서 들어오니까 하루도 쉴 틈 없이 일했던 것 같아 .

한지 덕에 이렇게 먹고 살았지 ,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거야 .” 한지를 건조할 땐 대나무 발을 사용하여 뜬 종이를 차곡차곡 쌓은 후 물기를 제거했는데 , 주로 바람이 통하는 냇가나 볕이 좋은 곳에 두다 보니 마을 곳곳에 한지가 널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

주민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 언덕에 올라가 풍경을 내려다보면 , 한지가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꼭 하얀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 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 위_ 완주군재난지원금 수령을 위해 한데 모인 마을 주민들. 아래_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순철 이장.

이러했던 대흥마을의 한지 산업은 1988 년 이후 농촌주택개량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점차 규모가 감소되기 시작했다 . 유리창이 창호를 대신했고 , 새롭게 등장한 벽지와 화학 장판이 한지의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 현재는 단 두 가구만이 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

이제는 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적어졌을 뿐더러 함께 한지를 만들던 주민들도 연로하여 예전과 같은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 세 살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이곳에 이사왔다던 김정애 어르신도 어느덧 흰머리가 지긋한 노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 “ 그 당시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니까 . 백중날 당산나무에서 그네도 뛰고 , 모정서 음식도 같이 해서 먹고 , 농악놀이도 하고 .

가만 생각해보면 번성했던 마을이 그리운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면서 정겹던 풍경이 그리운 것 같아 .” [ 박스 ] 그림책 ‘ 대흥마을이 좋아 !’ 그림책공감에서 기획 · 제작한 그림책 ‘ 대흥마을이 좋아 !’ 는 소양면 대흥마을 주민 일곱 명이 마을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소양중학교 학생 , 졸업생이 그림으로 그려 엮은 책이다 .

이는 2022 년 전라북도 생생마을플러스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되었고 이육남 작가의 그림 지도도 함께 이뤄졌다 .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순철 , 윤덕영 , 안봉선 , 박영희 , 김정애 , 김진선 , 권원덕이다 .

이들은 각자 어려웠던 시절 옛 이야기부터 마을에 오게 된 이유 등 과거와 현재를 들려주었고 학생들은 이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 삶의 터전인 대흥마을에서 평생 토박이로 살아온 사람들과 운명처럼 이끌려 새로 정착한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

현장 사진

소양천 줄기 따라 뻗어내린 마을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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