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스개꽃 피는 서계마을 ] 경로당 터줏대감 한점순 할머니 “ 부스개 공장 바빠지면 회관은 한산 ” 날마다 회관 나와 TV 보는 게 일과 “ 옛날에 엄마가 해준 한과 그리워 ” 마을의 쉼터인 서계마을회관을 찾았다 . 오랜만에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
몇 차례 마을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마을회관을 갔는데 그 곳에 갈 때마다 한점순 (87) 할머니를 만났다 . 매일 회관 오시는 게 할머니의 일과라고 . 이날도 경로당에는 점순 할머니 단 한 분만 계셨다 .
회관에 사람이 많을 때는 10 명 조금 넘게 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부스개 공장일이 바빠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라 한다 . 서계마을 한점순 어르신이 경로회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할머니는 이리 ( 현재 익산 ) 에서 10km 더 떨어진 마을에서 스물한 살 되던 해 시집 오셨다 .
“ 그때만 해도 다 트럭타고 왔어 .” 당시 한 동네에 살고 있던 고모가 중매를 서 이 마을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 결혼 후 슬하에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뒀다 . “ 서계마을은 원래 신기마을하고 한 동네였어 . 마을이 떨어진지 한 10 년 정도 됐나 . 이 회관도 새로 지은 거여 .
마을이 갈라지니 신기마을은 잘 안가지대 .” 서계마을에는 유난히 여자 어르신들이 많다 . 남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혼자 사는 할머님들이 많아져 그런 거라고 하셨다 . 점순 할머니도 그 중 한 분이다 . 서계마을에 있다 보니 할머니와도 자연스레 부스개 이야기를 하게 됐다 .
할머니는 젊을 적 모든 한과를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셨다 . “ 요즘에는 전부 기계화 되었잖아 . 쌀을 기름에다 튀기기도 하는디 원래 기름 안하고 해야 더 맛있어 . 지금은 기름에 튀기는 게 다인디 , 그라믄 눅눅혀 . 구운 놈이 더 고소하니 맛있어 . 찹쌀로 해야 돼야 . 맵쌀은 안 돼 .
멥쌀은 흰떡만 빼 .” 점순 할머니는 친정어머니가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과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하셨다 . 시집와서도 그 방법 그대로 시어머니와 함께 만들어 먹었다 . 조청도 빠질 수 없다 . 조청을 직접 고은 날이면 꼭 흰떡을 뽑아 조청에 찍어먹었다 .
풍족한 날들은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날들이었다 . “ 부자 집 아니어도 설이 돌아오면 집에서 한과는 다 해먹었어 . 집이 풍족 안 혀도 옛날에는 다 혔어 . 여기 공장에서 나온 건 그 맛이 안나 . 기름으로 튀겨서 . 그려가지고 나는 잘 안 먹지 .
옛날 맛은 아니여 .” 지금이야 명절 때 먹는 ‘ 특별한 ’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과거에는 한과가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 아들과 딸이 집에 오거나 , 손님이 집에 오면 자주 먹었던 간식 .
그리고 무엇보다 갓 혼인한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음식을 장만해 가는 이바지 음식에도 한과가 , 특히 부스개가 들어갔다 . “ 그날에는 집에서 돼지도 잡고 , 술도 한 병씩 놓고 , 적반 ( 부침개 ) 도 부쳐서 한 솥하고 할일이 많았어 . 그거 다 장만하려면 열흘씩이나 걸리고 그렸어 . 많이 혔지 .
집안 식구들 맥일랑게 많이 혔어 . 옛날엔 다 그랬어 .”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마을회관으로 오곤 한다는 점순 할머니는 어린 객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셨다 . 부스개 이야기에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묻어있다 . “ 난 안자 . 밤새도록 잠이 안와 .
젊어서는 잠도 많고 그랬는디 지금은 편하게 먹고 논게 밤새도록 티비만 보고 조금 누웠다 앉았다 그 정도야 . 여기도 티비 보러 오는 겨 .” / 임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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