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온 오청남-우순례 부부 "아침에 일어나면 꽃향기에 취해요" 장미, 목련, 수선화, 복숭아, 배꽃... 문을 열면 부부만의 비밀화원 노부부를 만난 것은 평일 아침 . 오청남 (74) 할아버지와 아내 우순례 (69) 할머니는 마을 어귀로 쑥을 캐고 다녀오던 길이었다 .
“ 아침 9 시에 나왔나 . 쑥 좀 캐려고 다녀왔어 . 아까 새벽에는 로컬푸드에 납품하고 왔고 . 이따 오후에는 쑥도 다듬어야지 . 우리 바빠 .” 부부가 타고 있는 낡은 빨간색 오토바이 . 매일 아침 이들을 이곳저곳으로 실어다주는 오토바이는 낡았지만 이들의 두 다리를 자처한다 .
한해가 갈수록 내딛는 발이 조심스러워지는 걸음걸이지만 오토바이는 아직 성하다 . “( 오토바이를 가리키며 ) 우리집 귀염둥이야 . 2 만 km 탔네 . 로컬푸드 매장에도 데려다 주고 쑥 있는데 까지 데려다주기도 하고 . 우리는 맨날 이거 타고 댕겨 .
다리 같은 존재지 .” 부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 집 대문을 지나 안쪽의 또 다른 문을 여니 이들만의 정원이 펼쳐진다 . 단단한 콘크리트로 가려져있던 부부의 ‘ 비밀의 화원 ’ 이다 . 장미 , 목련 , 수선화 , 복숭아 , 배 , 매실 , 자두 , 단감나무 .
꽃을 좋아하는 순례 할머니가 하나둘 심어놓은 것이 어느새 이렇게 자랐다 . 겨우내 웅크렸던 나무들은 4 월 중순이 되면 망울을 환히 터트린다 . 그제야 그들의 정원은 비로소 제 색깔을 입는다 . 이때가 되면 정원을 지키는 강아지 달롱이도 신이 난다 . “ 내가 꽃을 좋아해 .
저 장미도 뿌리를 사다 심어놨는데 저렇게 컸네 . 장미 심은 지 한 20 년 됐나 . 가지 쳐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많이 줬어 . 예쁜 거 나눠서 보면 좋잖아 . 봄에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꽃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 여기가 내 정원이지 .
배꽃이랑 복숭아꽃이 어우러지면 참말로 멋있어 .” 우순례 할머니가 아침에 캐온 쑥을 다듬고 있다. 다음날 새벽에 로컬푸드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도 쉴 틈이 없다. 말을 마친 부지런한 부부는 또다시 일을 시작한다 . 아내는 호미를 들고 , 남편은 예초기를 맸다 . 그리곤 풀을 메기 시작한다 .
“ 풀을 메야 뭣도 심지 . 그래야 우리도 먹고 살잖아 . 우리는 겨울에도 못 쉬어 . 냉이 씨 받아서 뿌려야 되거든 .” 살림살이가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넉넉한 부부 . 한 달에 3 만원씩 해외아동들을 위해 후원을 한다 . “ 외국 불우이웃돕기인가 .
전에 테레비 나오길래 그때부터 조금이라도 보내고 있어 . 한 3 년 됐지 . 우리도 힘들어서 그만둘까했는데 못 그러겠더라고 . 아이들이 가엷잖아 . 그 돈도 만만치가 않으니까 더 부지런히 일해야혀 .” 풀을 메는 순례 할머니 손이 흙으로 새까맣다 .
뜨거운 봄 햇볕이지만 언젠가부터 볕을 가리는 일도 불필요한 일이 됐다 . “ 아 , 다 늙어서 모자는 써서 뭐해 . 장갑 같은 것도 필요 없어 . 할 일이 태산이야 . 이제부터 제대로 바빠지거든 . 이번 주말에는 고구마 심어야해 .
담주 부터는 배나무 열매를 속아야 되고 .” 부부의 집 뒤에는 그들만의 정원이 있다. 4월 중순이면 배꽃, 복숭아꽃 등이 만발해 집 안까지 꽃향기로 가득하다. 낯선 객에게 차려준 정갈한 밥상. 두릅, 나물 등에서 봄향기가 난다. 호미가 지나간 자리에서 지렁이와 벌레가 기어 나온다 .
이것은 땅이 살아있다는 증거 . “ 아침 5 시에는 일어나야해 . 잠 덜 자고 부지런 떨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잖어 . 남보다 부지런해야 사는거야 . 이 지렁이나 벌레도 부지런하잖어 . 땅이 살아있다는 것이지 .” 평생을 쉬지 않고 , 부지런하게 살아온 노부부 .
그것이 그들 스스로의 삶을 움직이게 한 동력이자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 “ 그나저나 점심은 먹었어 ? 미나리 김치 좀 담갔는데 맛이 참 좋아 . 점심 안 먹었으면 먹고 가면 좋은데 . 자시고 가 .”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