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 한장 올겨울 덥힐 온기를 나누죠" 사랑의 연탄나눔 현장 겨울이 되면 여느 때보다 분주한 이들이 있다 . 누군가는 이웃에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고 , 누군가는 겨우내 쓸 연탄을 전했고 누군가는 눈 덮인 도로를 쓸어내며 월동 준비에 나섰다 .
연약한 곳으로 추위가 파고들지 않도록 나눔과 봉사로 온기를 더하는 작은 영웅들 .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의 최전선에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 나눌수록 깊어지는 배려 12 월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영하권 추위가 시작됐다 .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 조용했던 골목길에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가득 메워진다 . 오전 9 시가 조금 지난 시각 삼우초등학교 아이들이 교실 대신 마을을 찾은 것이다 .
매년 이 무렵마다 삼우초교 양육자회 주관으로 열리는 봉사 활동 시간으로 전날 밤 골목 어귀에 쌓아둔 연탄 1,600 장을 이웃의 연탄 창고까지 옮길 예정이었다 . 이를 위해 교장 선생님부터 각급 담임 교사 그리고 50 여 명의 아이들이 출동했다 .
본격 연탄 나르기에 앞서 1 학년부터 5 학년까지 한 팔 너비 , 한 줄 서기를 했다 . 아직 경험이 없는 저학년 곁엔 연탄 좀 들어봤음직한 고학년과 어른들이 번갈아 자리했다 . 저학년 동생의 고사리 손에서 3.6kg 의 연탄을 건네받는 고학년 아이들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아슬아슬 마음을 졸인다 .
“ 한 장이요 , 두 장이요 , 세장이요 .” 저마다 들고 싶은 갯수를 얘기하며 연탄을 받아 옮긴다 . 5 학년 한별 양은 한 장 건네주니 씩씩한 목소리로 “ 세장 들 수 있어요 ” 하고 답한다 . 4 학년 강현 군도 누나에게 질세라 호기롭게 세 장을 달랜다 .
1 학년 그림 양과 2 학년 대원 군도 연탄을 소중히 끌어안고 언니 , 오빠 뒤를 따라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는다 . “ 힘내 , 이제 거의 다했어 .” 어른들의 격려가 들리는 사이 어느 덧 연탄탑의 바닥이 보인다 .
앞치마와 팔토시 , 장갑으로 무장을 했지만 왜인지 모두의 얼굴엔 검댕이 분칠이 되어있다 . 그 모습에 ‘ 하하하 히히히 ’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들 . 비로소 연탄 나르기를 마치고 서로 앞치마 끈을 풀어 정리하는 얼굴에 보람찬 미소가 번진다 .
이날 자녀와 봉사를 함께한 학부모 김민희 씨는 “ 오랫동안 간직할 추억을 만든 것 같다 . 오늘 아이들이 전한 연탄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고 소감을 전했다 . 삼우초 이혜진 교장은 “ 평소 우리 아이들은 사회에서 다양한 배려를 받고 자란다 .
그만큼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는 게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 면서 “ 배려를 되갚는 일은 마음이 아닌 몸의 감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조금은 힘든 일을 통해 해마다 실천하고 있다 ” 고 밝혔다 .
■ 연탄 한 장에 담긴 마음의 무게 12 월 6 일 오후 , 경천면에서는 ( 사 ) 따뜻한완주사랑의연탄나눔운동 ( 이사장 이종화 ) 봉사 단체와 경천면 지역사회보장협의회가 함께 연탄 나눔 봉사에 나섰다 . 완주소방서에서 기부한 1,000 장의 연탄을 취약 계층 가구에 전할 예정이었다 .
이종화 이사장은 “ 오복마을 , 가천마을 등 총 4 가구를 방문할 계획이다 . 오늘처럼 각 읍면 마을에 전달할 때는 지사협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 고 전했다 .
이날은 경천 , 그다음 날은 상관과 구이 , 봉동에 이르기까지 완주군 전역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 무렵에는 24 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이렇게 봉사를 이어온 지도 어느덧 9 년 . 2014 년 창립된 이래 해마다 빠짐없이 진행해왔다 .
“ 연탄 나눔은 초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진행돼요 . 여름에는 반찬나눔 , 무료 급식소 등을 운영 해오고요 . 초기엔 봉사자가 600 명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800 명 가까이 모였어요 .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갈 수록 힘든 것보다 보람과 즐거움이 커져요 .
연대의 힘인 것 같아요 .” 이밖에 회원들이 모은 기부금이 연간 4,000 만 원에 달한다 . 또 기업체에서 기부한 금액까지 합하면 6,000 만 원가량이다 . 모두가 긴긴 겨울 무사히 지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뜻을 모았다 .
이 씨는 “ 연탄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 아직까지는 이를 대체할 저렴한 연료를 찾기 어렵다 .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봉사는 꾸준히 이어져야한다 ” 고 설명했다 . 올해로 6 년 째 봉사에 함께해오고 있다는 오복마을 이명례 부녀회장은 “ 나 혼자선 어렵지만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
앞으로도 힘 닿는대로 도움을 주고 싶다 ” 고 바람을 전했다 . 이날 봉사는 오후 2 시부터 해가 기울 무렵까지 이어졌다 .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서로를 응원하며 작업이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 .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동안 각자의 소망도 하나씩 덧붙여본다 .
추위를 무사히 견디시길 바라며 , 건강하시길 바라며 , 이번 겨울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라면서 . 그러한 바람들이 차곡차곡 모여 마침내 이웃집 아궁이에 닿는다 . 이 작은 연탄 한 장에 이토록 무겁고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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