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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0.01.09

기동마을의 새해

마을회관 풍경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0.01.09 15:36 조회 3,4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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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너른 품이 우리에겐 소중한 보물이지 산비탈에 10 여 가구 옹기종기 살아 관광객 상대 약초 - 나물 노점 생계 관광객 줄면 마을회관서 소일거리 - 기동마을에서 훤히 보이는 대둔산 기동마을을 찾은 첫날 , 유독 날이 따뜻했다 . 추위가 꺾이고 햇살이 따사로운 한 때 .

드높이 솟은 대둔산이 감싼 기동마을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 마을회관에 도란도란 모여 앉은 마을 어르신들이 점심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정화신 (82) 어르신은 “ 겨울엔 이 맛에 마을회관에 모인다 ” 며 묵묵히 음식을 준비했다 . 이날 점심은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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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려지는 관광버스 이곳 어르신들에게 대둔산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마을의 자랑거리다 . 현재 기동마을 주민의 대다수는 대둔산 관광객들에게 약초와 나물을 팔고 있다 . 금산 약초시장에서 사온 약초나 근처 산에서 캔 나물을 파는 것이다 .

저 멀리서 관광버스가 보이면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노점으로 향한다 . 박정숙 (71) 어르신은 “ 옛날에는 이 동네가 온통 민박집이었어 . 그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거든 . 전북대학교에서도 많이 오고 서울 , 부산 , 대전 할 것 없이 다 왔지 .

주말이면 방 하나도 안 남을 정도였으니까 ” 라고 말했다 . 낯선 관광객들을 자주 만나서일까 . 기동마을 어르신들은 처음 보는 낯선 객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 이춘자 (77) 어르신은 “ 여까지 왔는데 밥 한 그릇은 먹고 가야지 않겠나 . 그냥 앉아서 밥이나 한 술 뜨게 ” 라고 말했다 .

어린 객들이 일손을 도우려하면 손사래 치며 자리에 앉히곤 했다 . - 마을 회관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기동마을 주민들 -오늘 기동마을회관 점심 메뉴는 갈비탕이다 이곳 어르신들은 사람에게만 정을 주는 게 아니었다 . 마을을 돌아다니는 고양이에게도 아낌없는 정을 쏟는다 .

귀찮을 법도 하지만 어르신들 눈에는 복슬한 털 , 살랑대는 꼬리를 가진 특별한 손님이다 . “ 가게에 앉아있으면 고양이가 한 번씩 와 . 그러면 우리가 먹을 거를 던져줘 .” 정화신 어르신은 점심 때 먹고 남은 걸 따로 챙겼다 . 고기를 먹고 남은 뼈나 살점들을 고양이에게 가져다주기 위함이다 .

박정숙 어르신도 “ 고양이가 있으니까 마을에 쥐가 별로 없다 . 이렇게 같이 사는 것 아니겠냐 ” 고 덧붙였다 . 관광버스가 오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 겨울엔 관광객들이 줄어서 노점에 나가는 일이 별로 없다 .

그래서 주로 마을회관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겨우내 찾아올 손님들을 함께 기다려본다 . ■ 경로당에선 무슨 일이 이춘자 어르신은 “ 아침에 나와서 저녁까지 있다간다 . 우리는 여기서 같이 밥 해먹고 , 얘기하고 논다 ” 며 회관에 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고 말했다 .

평균 나이 18 세에 기동마을로 시집을 와서 한 평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들에게서 기동마을의 역사 한 귀퉁이를 들을 수 있었다 . 기동마을의 최고령 김기수 (89) 어르신은 “ 몇 백 년 전에 여기가 바다였다가 육지가 된 거다 . 그래서 이렇게 깊은 것 ” 이라고 말했다 .

바다가 육지로 변하고 , 대둔산 관광단지가 생기기 전 기동마을엔 호두나무가 가득했다 . 호두를 수확하면 10 포대 20 포대가 넘게 나올 정도라 한때 마을의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 관광단지가 들어선 후 , 호두나무를 전부 베어내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옛 모습 중 하나라고 .

어르신들에겐 ‘ 기동 ’ 이라는 이름보다 ‘ 텃골 ’ 이라는 옛 이름이 더 익숙하다 . 골짜기 마을답게 이곳의 길은 한참 좁아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다 . 경사가 급한 길을 지나야 겨우 마을에 들어올 수 있다 . 좁은 길옆에는 삿갓다랑이가 있다 . 삿갓다랑이는 아주 작은 논들을 말한다 .

21 다랑이가 2 마지기 (400 평 ) 정도 된다 . 마을이 산간지역이라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아주 귀했던 터라 조그마한 땅이었음에도 감사하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 김기수 어르신은 “ 옛날엔 길에서 많이도 미끄러졌다 . 물을 길어다 먹을 적엔 머리에 대야를 이고 저 멀리까지 힘들게 다녔다 .

이놈의 골짜기에서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 ” 며 웃었다 . ■ 대를 잇는 끈끈한 정 13 가구가 모여 사는 기동마을은 70~80 대가 대부분이다 . 농사짓기에 척박한 땅이지만 평생을 함께한 어르신들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고생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도 , 어제 힘든 일을 얘기하면서도 표정이 밝다 . 회관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에게 마을의 자랑거리가 무엇인지 물었다 . 첫째는 대둔산 , 둘째는 향우회라고 답했다 . 정화신 어르신은 “ 마을의 자손들이 해마다 마을 사람들을 챙긴다 .

어버이날이 되면 돈을 걷어가지고 관광 보내주고 맛있는 것도 사준다 .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마을만의 자랑 ” 이라고 말했다 . - 대둔산 정상 마천대 아래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기동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대를 잇는 끈끈한 정이 있기에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이 풍족해진 게 아닐까 .

이곳 주민들은 함께 장사 하고 , 밥을 나눠먹고 , 험담도 하지 않는다 .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 이렇듯 서로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은 오랜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 얼마나 서로 끈끈한지 마을을 떠난 주민의 제사도 기동마을 주민들이 지낼 정도라고 .

이날도 나이가 많은 사람은 회관 바닥을 청소하고 , 나이가 적은 사람은 밥을 준비한다 . 기동마을의 가장 큰 행사인 동네 계는 음력 동짓달 초닷샛날에 지낸다 . 여느 모임과 마찬가지로 모여서 같이 밥 먹고 ,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 .

나누는 정을 간직한 기동마을 주민들은 올 새해 역시 함께 맞이했다 . 마을회관에서 뽀얀 국물의 떡국을 만들어 함께 먹은 것이다 . [관련 ] 기동 ( 基洞 ) 마을은 기동마을은 골짜기에 터 잡은 걸 뜻하며 지어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

현재 마을 가구 수는 13 가구로 대둔산에 자리한 상가까지 합하면 총 53 가구다 . 마을이 충청남도와 인접해 있어 논산시 , 금산군에서 이주한 사람이 많다 . 옛날에 마을에서 금산군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배티재라는 고개를 넘어야 했다 .

배티재는 과거 권율 장군이 험한 지형을 이용해 일본군을 막았던 곳이다 .

현장 사진

마을회관 풍경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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