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위봉마을] 엄마 옆으로 돌아온 조경자씨 자식 위해 서울행 , 엄마 위해 완주행 자식들에게 십년자유 선언하고 엄마 모시려 30 년 만에 귀향 어린 자식들 교육을 위해 ‘ 무작정 ’ 서울로 올라갔던 조경자 (69) 씨는 지난해 10 월 ‘ 무작정 ’ 고향으로 돌아왔다 .
자식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고향을 떠났던 그녀가 이제는 고향에 계신 친정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딸의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온 것이다 . 고향으로 다시 오기까지 30 년이 걸렸다 . “ 어릴 때부터 이 마을에서 나고 컸어요 . 결혼도 이 마을 사람이랑 했고 자식들도 여기서 낳았죠 .
하지만 이 산골에서 애들을 가르칠 수 없겠다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갔어요 .”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 고향에 남편과 자식들을 놔두고 홀로 서울로 올라가 남의 집 일부터 시작했다 . 이후 남편과 자식들까지 서울로 올라왔고 그렇게 30 년 .
삼남매는 어느덧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고 자식을 낳았다 . “ 시골뜨기가 서울 가서 어렵게 천막집 얻어서 살았어요 . 고생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서울 가길 잘했어요 .” 집 앞 쉼터 의자에 두 모녀가 앉아 있다. 재작년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 고향에 계신 친정어머니의 외로움이 커졌다 .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어머니 곁에 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경자씨는 고향에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 “ 아이들에게 십년만 자유를 달라고 선언했어요 . 내 능력으로 , 내 취향으로 고향에 집을 짓겠다고요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사람을 못 알아보셨어요 .
서울에서 어머니 생각에 많이 울었죠 . 이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기라도 한다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보살펴 드리고 싶어서 내려왔어요 .” 그렇게 지난해 5 월 허석순 (91) 할머니 집 바로 뒤에 경자씨의 집이 지어졌다 .
손주들이 와서 마음껏 뛰어놀 커다란 다락방이 있는 집이다 . 동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뜰 수 있는 침실이 있고 엄마 집을 향해 커다랗게 난 창이 있는 집이다 . 집 앞 마당 장독대 “ 고향에 내려오니 시골 인심이 참 좋아요 .
마을 어르신들도 우리 어머니와 놀아주고 저 보면 먹을 것도 나눠주시고 . 수십 년 만에 내려왔지만 낯설지가 않아요 . 마음이 편안해요 .” 딸의 앞집에 살고 있는 석순 할머니는 위봉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 . 남편이 떠나고 그 자리에 새롭게 딸이 오니 신기하리만큼 건강이 좋아졌다 .
요새는 한 달에 두어 번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에 있는 병원도 다녀오신다 . 말씀도 잘 하시고 귀도 잘 들리신다 . 석순 할머니는 “ 딸집은 맨날 와 . 아침저녁으로 . 딸이 서울에 있을 때는 외 로웠지 . 아들도 좋지만 딸이 이물 없잖어 .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 .
나 그때 금방 죽을 줄 알았거든 . 근디 명이 길어가지고 이제 구십한 살이여 . 내가 딸을 둘 낳았어 . 큰 딸이 서울 간다고 했을 때 걱정 많이 했었어 . 마음이 안 좋았지 . 근디 지금 옆에 있으니까 든든해 .” 라고 말했다 . 석순 할머니는 문득 남편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떠오른다 .
집 앞에서 부부가 콩 타작을 하고 있을 적 지나가던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이다 . 지금은 사라진 사진이지만 . “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우리 사진을 찍대 . 그리곤 나중에 그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집으로 보내줬어 . 생각도 못했는데 그 사진을 보내준거야 .
고맙더라고 .” 그때를 떠올리며 모녀가 카메라 앞에 섰다 . 눈매가 닮았다 .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 남에게 뭐라도 나눠주고 싶어 하는 성격도 , 부지런한 것도 닮았다 . 그래서 엄마와 딸이다 .
“ 따님 한번 바라봐 주세요 .” 라는 요청에 경직되어 있던 석순 할머니 얼굴에 그제야 웃음이 지어진다 . 바라봐도 또 보고 싶은 얼굴 . 내 딸의 얼굴 . “ 고향에 집도 지었고 이제 여기서 살아야죠 .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으셔서 다행이에요 . 좋은 사람들과 사이좋게 살고 싶어요 .
우리 어머니와 함께요 .” 경자씨 텃밭에 어머니의 조언으로 심은 배추가 크고 있다 . 잘 자란 배추는 올해 모녀의 김장 재료가 될 것이다 . 텃밭으로 나비가 날아든다 . 서로를 바라보던 모녀가 환하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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