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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6.02.11

경로회관에서 1박2일

30년 된 자전거 타는 유재섭 어르신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6.02.11 14:00 조회 3,9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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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섭(83) 할아버지에게는 20여 년째 그의 ‘다리’를 대신하는 분신(分身)이 있다. 세월 앞에 굳어가는 다리처럼, 검은 녹이 슬어가는 자전거다. 고향이 어디세요? 나는 고향이 충남 금산이여. 우리 안사람이 먼저 가고 나서, 다 큰 자식들 따라 도시로 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무작정 이곳(원완창마을)으로 왔지. 고향 가까이 마을로. 저 자전거는 얼마나 된거에요?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데. 여그로 와서 제일 먼저 친구가 된 사람이 있었어. 가장 친하게 지냈지. 근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자기가 쓰던 자전차를 나한테 주대.

유재섭 할아버지
유재섭 할아버지

내가 탄 것만 20년이 넘었고, 그 친구가 탄 거까지 합치면 30년은 넘었을 것이어. 자전거로 안 가본 곳이 없으시겠어요. 아, 그럼, 물론이지. 내가 이곳으로 이사 와서는 노동일을 많이 했어. 한 15년 운주에 공사하는 사람따라 일 많이 다녔어. 겨울에 동상도 그래서 걸렸지.

지금도 그 손가락이 안 좋아. 자전차를 타고 먼데까지는 못 가도 그래도 이곳저곳 많이 다녔지. 나 가는 곳 있음 자전차가 날 따라갔어. 말 그대로 분신이지. 분신. 수 십 년이 넘었는데 자전거도 고장이 많이 났겠어요. 벨은 여러 번 갈았어. 헌데 다른 건 한 번도 손을 안 뎄어. 무지하게 튼튼하더라고.

녹은 저래 슬었어도 잘가. 내 다리보다 튼튼해. 자전거를 보면 친구 생각이 많이 나시겠어요. 자전차를 준 친구는 먼저 세상을 떠났어. 저 자전차는 내가 이 마을에 산 것보다 더 오래 됐지. 저것만 보면 그 친구가 생각나. 정말 고마워. 완주 요양원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지…. 고마운 친구여.

저 자전차에 정 많이 들었어. 나 사는 동안은 계속 탈거구만. 세월 앞에 자전거는 녹이 슬어간다. 하지만 친구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의 그림자가 되어버린 ‘든든한 다리’. 혹독한 추위에도, 살랑이는 바람에도, 그는 오늘도 가볍게 공기를 가른다.

현장 사진

30년 된 자전거 타는 유재섭 어르신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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