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춘-장세윤 부부 돌고 돌아 다시 고향 겨울이었다 . 사윗감 선 보러온 예비 장모가 산을 넘어 눈밭을 걸어왔다 .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산골마을을 보며 예비 장모는 딸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 “ 예전에는 결혼하기 전 미리 부모가 얼굴을 보러 왔어 . 그때는 여기가 더 산골이었거든 .
우리 장모님이 딸 못 보내겠다 하시더라고 . 그래서 결혼 후에 여기서 안 산다고 하니까 시집을 보내시더라고 . 사람 하나 보고 보낸다고 하시며 .” 다자미마을의 부녀회장 장세윤 (67) 씨는 전남 순천에서 시집왔다 .
순천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시외버스 타고 완주에 온 후 배 타고 물을 건너 다자미마을로 들어왔다 . “ 그때는 길이 없응게 배 타고 넘어와서 걸어서 집까지 왔지 .
뱃사공이 운전하는 나룻배에서 내려 우리 동네까지 걸으면 한 10 리 (4km) 정도 됐어 .” 남편 전영춘 (72) 씨는 다자미마을이 고향이다 . 예전에도 감나무가 많은 동네였기에 전씨는 어릴 때에도 곶감을 깎아 장에 내다 팔았던 기억이 있다 .
“ 지금이야 깨끗한 시설에 위생을 신경 쓰면서 작업하지만 옛날에는 안 그랬어 . 곶감 깎아 말려서 서울에 팔았는데 그땐 탁 난 것도 다 사갔거든 . 달고 맛있어서 우리 감이 잘 팔렸어 . 가격도 쌌고 .
내가 그때 장사를 배웠던 거 같아 .” 전영춘-장세윤 부부는 요즘 감말랭이, 곶감 작업에 정신없이 바쁘다. 부부는 결혼 후 일 년 정도 마을에서 살다 전주로 나갔다 . 젊은 부부가 산골에서 자식까지 가르치며 먹고살기란 쉽지 않았다 .
“ 그때 나이로 남자 스물아홉 , 여자 스물넷에 결혼했으니 지금말로 노총각 , 노처녀였지 . 결혼하고 일 년 정도 살다 전주로 나가서 장사를 했어 . 그때 남부시장서 감자 장사를 했는데 하루 에 십만 원도 벌고 그랬어 . 감자를 깎아서 봉다리 ( 봉투 ) 에 물 넣어 놔두면 잘 안 변하거든 .
그렇게 많이 팔았어 .” 전주에서 살다 다시 서울로 이사를 갔다 . 더 바빠졌다 . 당시 세살이었던 막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살았으니 서울살이를 제법 오래 한 셈이다 . “ 전주에서도 좀 힘들었거든 . 서울로 가서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락동 시장에 물건을 떼다 팔았어 .
그걸로 전셋집 장만하고 애들도 다 키웠지 .” 매일 바쁘게 자동차를 운전하고 물건을 팔면서도 전씨 마음에는 늘 고향에 홀로 남아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 “ 애들도 다 컸고 하니 고향으로 내려왔지 . 이 집도 짓고 .
그러고 나서 몇 년 후에 ( 어머니가 ) 세상을 떠나셨어 . 고향에 내려오니 마음이 편해 . 서울에선 새벽부터 나가 장사하며 경쟁해야 했거든 . 지금은 그런 걸 안하니까 .”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장세윤씨는 부지런한 천성 때문인지 하루가 늘 바쁘다 .
집안일부터 농사일 , 각종 마을일까지 신경쓰다보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새가 없다 . 마침 비가 내리자 돼지감자를 캐러 나갔던 그가 집으로 돌아와 그때서야 한숨 돌린다 . 제일 좋아하는 커피믹스도 한잔 타 마시며 . “ 아유 . 비가 오니까 오늘은 쉬는 날이네 . 낮잠이라도 자야 되나 .
이번 주말엔 또 우리 애들이 오니 마늘도 까야 하고 양파도 까야 하는데 . 깍두기를 좀 담가야겠어 . 애들 주게 .”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한다 . 마음은 편하지만 몸은 고된 것이 시골생활이라고 . 부부도 그렇다 . “ 우리 동네는 곶감이 좋지 . 물도 좋고 공기도 좋고 .
인심도 좋아요 . 서울 살 땐 몸도 아프고 그랬는데 여기 오니까 건강도 좋아졌어 . 근데 몸은 힘들어 . 시골은 일이 많으니까 . 돈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살아보겠다고 오면 편할 텐데 그게 아니거든 . 그래도 우리 마을 살기 좋지 . 우리 마을만한데도 없어 .” 어느새 눌러앉아 버린 고양이들.
밥 때가 되면 현관으로 들어와 밥 달라고 운다. 부부는 닮았다 . 사람 좋아하고 유쾌한 성격이 똑같다 . 부부의 집에 사는 길고양이 네 마리도 그들의 성격을 닮아간다 . 사람을 보면 경계하기보다 슬며시 다가와 얼굴을 비빈다 . “ 저 어미 고양이도 여기 산지 3 년 정도 됐어 .
작은 고양이일 때 집안에서 씻기고 밥 주고 했더니 이젠 나만 보면 밥 달라해 . 아랫동네에서 새끼까지 데려왔더라고 . 그것도 세 마리나 . 새끼들 모두 어미가 다른데 저렇게 같이 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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