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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18.07.02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5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8.07.02 14:59 조회 3,3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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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5]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구암마을 김갑순 할머니의 요리 우리 엄마는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 엄마의 보살핌은 당연하게 느껴졌고 , 늘 강한 사람이었다 .

어느 순간 엄마가 많이 약해졌다는 걸 알았을 때 , 나는 여전히 그런 엄마보다 내 마음을 먼저 위로하고 있었다 . 오늘 만난 김갑순 (78) 할머니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 어머니의 표상 ’ 으로 세상 그 누구보다 더 강한 엄마였다 . “ 우리 엄마 참 대단한 분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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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도 트랙터와 콤바인 몰면서 직접 농사지으셨던 분인데 , 요즘 많이 아프셔서 속상해요 .” 할머니가 사시는 곳을 묻기 위해 따님과 통화한 후 , 몸이 편찮으셔신 할머니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

할머니가 일하고 계신 비닐하우스에는 김갑순 할머니 외에 마을 어르신 두 분과 큰 며느님이 함께 일하고 계셨다 . 지난주에 수확한 양파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할머니는 일을 마치지 못한 게 아쉬운 듯 무거운 몸짓으로 일어나셨다 .

방금 전까지 어떻게 일하셨을까 싶을 정도로 일어서고 걷는 게 불편하신 할머니는 보행유모차를 끌며 천천히 집으로 향하셨다 . 구 이면에 위치한 구암마을은 100 가구가 사는 제법 큰 마을이다 . 멀리 모악산을 배경으로 집집마다 앞뜰에 정갈하게 가꿔 놓은 텃밭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

마을에서 느낀 첫인상처럼 할머니들과 대화하는 동안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집안으로 들어서니 한동네 이웃이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어머님께서 점심을 차려 놓으셨다 . 한상 가득 차려진 시골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

가지나물과 열무김치 , 방금 밭에서 따온 각종 쌈채소와 할머니께서 지난 겨울 직접 담그신 고추장과 된장 , 묵은 호박나물 , 양파지와 깻잎까지 먹음직스러운 반찬이 한상 가득이다 . 나는 취재할 생각은 뒷전이고 , 한 개의 반찬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식사에 열중했다 .

할미레시피 취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밥먹는 자리에 둘러 앉아 시골밥상의 매력을 맛볼 때다 . 옆집 임양례 할머니가 무쳐오신 가지나물이 특히 맛있었는데 , 다음에 또 놀러오면 가지김치를 해주시겠다고 하신다 . 할머니 세분이 식사를 마치시고 그대로 누우신다 .

12 시부터는 해가 뜨거울 시간이어서 점심식사 후 잠깐 쉬다가 밭에 나가시는데 , 쉬시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 옛 시절 이야기에 피곤한 기색도 사라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얘기가 이어진다 . “ 예전에는 고추가루를 일일이 절구에 빻았어 .

시어머니는 해수가 있어서 방아를 찧을 때마다 연신 기침을 했는데 나는 기침도 안했지 . 시어머니가 ‘ 너는 애가 독살스럽게 기침도 안한다 ’ 고 했어 ” 고단한 시집살이와 힘들었던 농사일을 어떻게 견디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재봉틀과 직접 짠 베 할머니의 방 한켠에 오래된 재봉틀이 보인다 .

“ 나 시집올 때 중고로 샀응께 60 년도 더 됐지 .” 할머니는 자랑스러운 자식을 보듯 , 든든한 친구를 보듯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 젊은 시절 삼베와 모시를 직접 짜서 수의도 만들고 집에서 입는 옷도 직접 만드셨단다 .

장농속에서 오래된 삼베와 모시를 꺼내서 보여주셨는데 , 색은 바래져 있어도 아직 시원한 공기를 머금어 숨쉬는 듯 살아있는 것 같았다 . 할머니 두분이 일하러 나가시고 김갑순 할머니와 임양례 할머니는 아침에 사온 다슬기로 장조림을 해주셨다 . “ 다슬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건디 ?

입맛 없을 때 다슬기 넣고 국 끓이면 한대접 잘 먹었지 .” 예전에는 논이나 저수지 주변에 다슬기가 많았다고 한다 . 논에 나갔다 올 때면 한 바가지씩 잡아와서 감자넣고 국 끓여먹곤 했다는데 , 요즘은 논에 약을 쳐서 그런지 다슬기가 없다며 짐짓 아쉬워하신다 .

“ 예전에는 다슬기를 넣어서 끓이면 퍼런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는데 , 요즘은 시장에서 사다 먹어도 그 맛이 안 나 ” 할머니께서는 입맛 없을 때 가끔 모악산 밑에 있는 다슬기 수제비집에 가서 한 그릇씩 드시고 오신다고 하셨다 .

요즘들어 입맛이 통 없어 점심도 많이 못드셨는데 다행히 이 날은 된장 한숟갈과 조선간장 1 큰술을 풀어 삶은 다슬기를 잘 드셨다 . 스물 한살 시집 왔을 당시 구이면 일대 트랙터 모는 유일한 여성이었다는 할머니 취재를 마치고 할머니와 함께 마당으로 나왔다 .

아기자기한 텃밭과 빈 공간에 심어 놓은 꽃송이들이 보인다 . 그 옆에는 트랙터와 이양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 꽃을 좋아하는 젊은 색시는 이양기와 트랙터도 몰아야 했다 . 할머니는 차례대로 앉아서 익숙한 듯 시동을 켜서 운전을 해 보이신다 .

“ 스물 한살에 시집와서 보따리 장사도 하고 경운기 , 트랙터 , 콤바인 같은 걸 몰면서 구이면 일대 모를 다 심고 다녔지 . 그 때 트랙터 운전하는 여자는 나 하나였어 .” 할머니께 농기계 운전을 배우게 된 계기를 물었다 . “ 할아버지가 술을 좋아혔어 .

술 마시고 경운기를 못 갖고 오니께 내가 가서 몰고 와야혔지 . 그 뒤로 기계 모는 걸 배워서 논을 100 마지기가지 늘렸어 ” 할머니의 표정에서 지난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 요즘 들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라지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많아졌다 .

할머니와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삶에 대한 자신감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인생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 다슬기 장조림 재료 : 다슬기 1kg, 진간장 1 컵 , 물엿 1 컵 , 통마늘 2 쪽 , 양파 1 개 , 통깨 1.

다슬기를 흐르는 물에 세번 정도 씻어 둔다 . 2. 냄비에 물을 넣고 팔팔 끓을 때 다슬기를 넣어 5 분 정도 삶는다 . 3. 한번 삶은 물은 따로 건져둔다 . ( 수제비를 끓이거나 국물 요리에 활용 ) 4. 냄비에 다슬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남겨두고 간장과 물엿을 넣는다 .

1:1 비율로 넣되 간은 조절 할 수 있다 . 5. 마늘은 얇게 편을 썰고 , 양파도 썰어서 넣어 끓인다 . 6. 한번 끓으면 불을 꺼서 식히고 통깨를 넣는다 . 비법 * 국물의 간이 세지 않게 해야 맛있다 . * 입맛 없을 때 다슬기 장조림 간장에 밥 비벼 먹으면 여름에는 이만한 반찬이 없단다 .

/조율과 박지숙은 IT와 농촌, 몸과 음식을 주제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다르게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완주로 함께 이사 온 친구들입니다.

현장 사진

더위에 지친 입맛 찾아줄 다슬기 장조림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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