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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5.02.18

완주의 문화예술인들

06 캘리그라피 작가 신선하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5.02.18 17:11 조회 1,7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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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격려하는 글씨 캘리그라피 작가 신선하 미술을 좋아했지만 소질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전공도 공학이다 . 취미가 될 수도 있었지만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해 세 자녀의 엄마가 되는 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어야 했다 . 취미생활을 즐기는 또래 여성들을 볼 때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

작품을 들고 서 있는 신선하 작가
작품을 들고 서 있는 신선하 작가

“ 어느 정도 육아에서 해방되면 나도 반드시 취미생활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어요 . 셋째가 어린이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문화센터로 달려갔죠 . 수채화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 그런데 모집 마감된 거예요 . 마감 안 된 게 뭐가 있나 살펴봤죠 .” 딱 한 자리 남아 있던 게 캘리그라피였다 .

신선하 작가는 그렇게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캘리그라피를 만났다 . “ 처음에는 선생님 글씨를 따라 쓰는데 소질이 별로 없더라고요 . 재미를 못 느껴 몇 개월 배우다 말았어요 . 남은 재료가 아깝더라고요 . 다른 곳에 다시 등록했죠 .

어르신이 많은 곳이었는데 젊은 사람이 옆에서 하고 있으니까 ‘ 잘한다 , 잘한다 ’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거예요 . 재밌더라고요 . 용기도 생기고요 .” 즐거우니 온라인 등을 보면서 혼자서 막 써보고 그걸 어르신들에게 가져가면 또 칭찬받고 하는 동안 자신감이 올라갔다 .

배우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찾아서 수강했다 . 그런 삶이 지속되던 어느날 ,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 애들을 재운 것 같은데 벌써 새벽이었고 자신은 그때까지 앉아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 “ 그때 ‘ 나 왜 이러지 ’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

왜 어렸을 때 어른들이 두근두근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잖아요 .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 심장이 뛰더라고요 .” 그녀는 그렇게 캘리그라피 작가가 되었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캘리그라피 공방을 운영하면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

꾸준히 전시도 하고 있고 요새는 글씨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대학원에서 서예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 캘리와 서예를 구분하지 못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서예가분이 방송에 나와 ‘ 캘리그라피는 꽃이고 서예는 산이다 .

그래서 꽃구경하러 왔다가 등산을 하게 된다 ’ 는 말씀을 했는데 꼭 제 얘기더라고요 . 사전상 캘리그라피도 ‘ 서예 ’ 로 정의됩니다 .

전통적인 서예가 문방사우라는 정해진 도구를 가지고 정해 놓은 법칙에 따라 쓰는 정적인 예술이라면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도구 ,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 동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전통서예와 구분 지어 현대서예라고도 합니다 .

간판 , 로고 , 드라마 타이틀 , 각종 생활 소품 등 실생활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실용성 , 대중성을 갖고 있죠 . 또한 글이 주는 감동과 아름다운 문자가 주는 감동 , 두 가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예를 공부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글씨를 쓰다 보니 전통적으로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건지를 자꾸 파고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 또 붓과 먹 , 화선지 같은 전통 재료가 주는 아름다움 , 안전감 같은 걸 더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더 잘 알기 위해서 깊이 배워보자는 마음이었죠 .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죠 일단 주제를 정한 다음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자료를 찾죠 . 스케치도 하고요 . 그런데 막상 처음에 정한 주제가 잘 안될 때가 있어요 . 머릿속의 생각을 손이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요 . < 나비 > 전시를 진행했는데 처음 주제는 그게 아닌 ‘ 컬러풀 ’ 이었어요 .

작품
작품

까맣게만 보이는 먹 안에 다양한 색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그런데 그게 잘 안 풀렸어요 . 막막하고 힘들어할 때였는데 윤도현의 < 나는 나비 > 라는 노래를 듣게 된 거예요 . 그 가사에 꽂혔죠 . 마치 캘리그라퍼로서의 제 삶을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

그렇게 주제는 변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고 자료를 찾고 스케치하고 준비가 끝나면 본 작업을 합니다 .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게 뭔가요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감정들이에요 .

그 감정들을 글씨와 함께 풀어내어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 한때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었어요 . 책을 읽고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죠 . 그래서인지 나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들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어요 .

자신조차 격려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작품은 다른 이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 제가 느낀 감정이 오롯이 다른 이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굉장히 정제해서 담잖아요 . 그렇기에 그 안에 표현된 글이나 그림들은 무척 아름답거든요 . 그림책을 읽어줄 때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 그리고 어떤 사진이나 음악을 통해서 또는 주변의 풍경들을 볼 때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

본인만의 작품세계가 있다면 나만의 글씨 , 나만의 느낌을 담고 싶어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굳이 꼽자면 세 아이 엄마로서의 경험과 감정이 작품에 깊이 배어 있는 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

저는 강렬한 메시지보다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안정을 주는 따뜻함을 글씨에 담고 싶어요 . 또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통 서예의 기법과 깊이가 현대적 감각과 어우러져 전통적인 붓글씨의 안정감과 현대 캘리그라피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네요 .

선생님의 작품을 잘 감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씨가 가지고 있는 흐름과 리듬 , 그리고 먹의 작은 번짐 속에도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 그런 의도들을 잘 파악해 보려면 천천히 오래 , 지긋이 보아야 합니다 .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나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 풀꽃 ’ 처럼 말이죠 . 특별히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 < 나비 > 연작입니다 . 제 속의 이야기를 윤도현 씨의 노랫말에 기대 표현하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이 있거든요 . 추운 겨울을 이긴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잖아요 .

작품 2
작품 2

저도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상처받는 과정들을 통해서 성장해 왔고 지금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나비가 돼서 자유롭게 날고 싶었거든요 . 그 마음을 담았기에 더 마음이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요 나는 일상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글씨로 풀어내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 세 아이를 키우며 겪는 다양한 순간들을 통해 , 나 자신을 격려하고 ,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

전통 서예의 기법과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 글씨가 단순한 형식을 넘어 깊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내 작품을 보는 동안만은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잠시 멈추어 줄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또한 글에서 한 번 , 글씨에서 한 번 , 그림에서 또 한 번 이렇게 세 번의 감동을 주는 시서화의 조화가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하지도 않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계속 소문내고 있는 게 있어요 . 바로 캘리그라피 에세이집을 펴내는 일입니다 .

직접 쓴 글과 글씨와 그림으로 된 저만의 책을 내는 소망이 있거든요 . 앞서도 글과 글씨 , 그림으로 세 번의 감동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를 위해 간간이 글을 써놓고 있습니다 .

끝으로 한 말씀 캘리그라피 작가로 하나하나 펼쳐지는 세상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 이 일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무척 기대되고요 . 내가 무언가를 던지면 화답하듯 돌아오는 세상의 대답을 하나하나 엮으며 만들어 가는 지금의 이 삶이 참으로 즐겁고 감사한 나날입니다 .

※ 본 지면은 완주문화재단의 '완주예술발굴·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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