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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1.08.11

사람의 노래

10.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1.08.11 14:54 조회 2,5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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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을 다녔다 . 내가 살던 곳 옆으로 땅이 팔렸고 , 그 위로 건물이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공격과 성격이 갖다고 생각하던 아버지는 나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은 공사장 앞을 서성이라고 하셨다 .

너 혼자 시골에 내려가 그렇게 희희낙낙하는게 말이되냐며 화를 내는 그를 위해 매주 올라가서 그 앞을 바보처럼 서성였다 . 그러다 어느날 작은 언쟁이 났고 , 나는 ‘ 때는 이때다 ’ 싶어 , 레미콘과 건물 앞에 비스듬히 차를 대고는 오늘 공사못한다며 세상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

김민경 그림
김민경 그림

큰 소리로 경찰서 , 구청에 민원을 넣어 그 사람들의 약점을 건드렸고 , 더 소란스러워지라고 동네 통장까지 다 불렀던것 같다 . 화가 난 건 아니었다 . 대표와 건축소장에게 조심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동시에 아버지를 안심시키려는 마음이었다 . 나는 원래 그렇게 사는거라고 교육받은대로 하는 중이었다 .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인부들이 쳐다보는 레미콘 앞에서 차를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 꼴이 끔찍했는지 건물주는 결국에 직원들을 버려두고 도망갔고 나는 나중에 원하는 서류와 각서를 받아냈다 .

완주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의 뿌듯해하는 목소리를 들었고 , 동시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던 기억이 난다 . 며칠전 완주에서 첫 차사고가 났다 .

오른쪽으로는 벼가 한참 자라는 물 찰랑이는 논이 , 왼쪽으로는 지 멋대로 자라난 나무가지들이 내 차를 긁어대는 차가 한대 겨우 지나는 작은 길을 가슴졸이며 가는데 무언가 찌이익 차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

차에서 내리니 작은 논길 빨간 스쿠터에 앉아계신 할아버지가 바닥에 떨어진 낡은 쓰레빠를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고 계셨고 , 뭐지 ? 하면서 본 내 차는 문짝 두개에 걸친 긴 상처가 패여있었다 . 쓰레빠를 주워드리자 “ 하이고 , 참 네 … . 난 괜찮아 …

” 하시며 스쿠터의 조이스틱을 앞으로 밀어 다시 갈 길을 가신다 . 그 모습이 마치 도망가시는듯 보이길래 “ 할아버지 , 어디가세요 ?” 하며 나의 빠른 걸음보다도 한참 느린 스쿠터를 쫓아갔다 . “ 어디가긴 어딜가 ?

우리집에 가지 !!” “ 아니 , 어디 사시는데요 ?” “ 내가 이마을에 살지 , 어디 살긴 뭘 어딜살아 !!” 이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흘리며 나에게 화를 내시는 어르신 사는 곳까지 함께 가는 동안 , 동네 아는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스쿠터 할아버지 마당에서 부인까지 나오셔서는 큰 소리로 넌 도대체 누구냐 ? 보험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 내 남편 죽을 뻔했다 , 사정이 곤란하니 좋게하고 가라 등등 내가 아는 사고 후처리 과정과 거리가 너무나도 먼 전개가 펼쳐졌다 .

아무리 나에게 블랙박스가 있어도 스쿠터 할아버지가 어눌한 말투로 소리를 지르시며 드러누우신다면 혹은 다리를 못 움직이겠다며 그자리에 주저 앉으신다면 나는 할 말이 없었을것이다 . 하지만 그들은 잘못을 걸린 어린 아이처럼 절절매는 마음을 소리 큰 땡깡으로만 표현하고 계셨다 .

어르신들 맘 편하시게 상황을 처리하고 , 이후로 두번을 더 찾아뵈어 내 마음도 편하게 만들었다 . 지저분한 뒷처리는 보험사가 해주기로하고 , 어르신들과 나는 그냥 서로를 걱정하는 좋은 얼굴을 짓기로했다 .

공업사에 자동차를 맡기고 , 일주일동안 타고다니라며 주신 차를 덜덜거리며 집으로 오는 길에 레미컨차를 줄줄이 세우고 오늘 공사 끝났다고 소리를 지르던 나와 , 작은 스쿠터를 쫓아가며 할아버지 어디가시냐며 징징거리며 땀흘리는 내가 겹쳐졌다 .

화산에서 체험한 ,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 하루 끝에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고 차분한 마음만 남는다 . /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현장 사진

10.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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