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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5.03.14

완주의 문화예술인들

07. 옹기 작가 전설희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5.03.14 12:45 조회 1,57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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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옹기를 키우는 농부" 옹기 작가 전설희 전설희 씨는 옹기작가다 . 옹기 하면 보통 장독 같은 항아리나 뚝배기를 먼저 떠올리는데 그녀는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그릇을 만든다 . 주로 차 도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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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토와 약토 , 나뭇재같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재료를 사용해 만들지만 방식은 상감 같은 자기의 기법을 일부 응용하고 있다 . 왜 옹기였나요 처음 도자기를 배울 때 책에서 옹기의 자연 환원성에 관한 글을 읽었어요 .

옹기는 자기에 비해 온도가 낮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흙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 학부시절 옹기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 덕분에도 확신을 얻었어요 .

재료에 대한 실험을 많이 시키셨는데 예를 들면 학교 뒷산에 있는 대나무를 태워서 그 재로 잿물을 만드는 실험을 한다든가 , 개펄이나 황토 , 야산에 있는 흙을 캐와서 흙 실험을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는데 그런 실험을 하면서 주변에 있는 자연물로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

자기류는 유약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광물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 광물은 제가 직접 채취할 수가 없잖아요 . 옹기는 제가 직접 다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내가 혼자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게다가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 담백하고 명쾌한 것이 좋아요 .

옹기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 작업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옹기가 저의 속도와 잘 맞는다는 것이에요 . 옹기 재료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주세요 옹기의 재료는 단순합니다 . 흙과 천연유약인 잿물이 다예요 . 잿물은 약토와 나뭇재를 섞어 만들어요 . 그렇다고 아무거나 쓰는 건 아니에요 .

흙은 철분 함유량과 입자를 봅니다 . 약토도 실험을 통해 원하는 흙을 찾아요 . 옹기에 입히는 잿물은 세 가지 종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 상감용이 있고 , 발색이 조금 다른 두 종류의 잿물을 사용하는데 그릇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그에 잘 맞는 색감을 사용하려고 해요 .

약토는 김제에서 직접 퍼 오는데 수비를 해서 고운 입자의 흙을 골라내서 사용하고 나뭇재는 요즘 소나무 재를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 소나무 재와 약토의 배합 비율에 따라 발색이 달라져요 . 나뭇재가 꼭 소나무일 필요는 없어요 . 콩대도 쓰고 참나무나 잡재도 괜찮아요 .

작가마다 원하는 발색을 찾아 재료를 선택합니다 . 환경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건가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만들었던 것들도 흔적을 안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고 또 이걸 해야 제가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옹기가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옹기를 만들고 있으면 그냥 좋거든요. 도기와 자기의 차이가 뭔가요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한 말이에요. 옹기는 도기에 들어가요.

백자, 청자, 분청은 자기류에 속하는데 도기와 자기는 불 때는 온도도 다르고 작업 과정도 달라요. 자기류는 초벌과 재벌 이렇게 두 번 불을 때는데 옹기는 거의 한 번 땝니다. 재벌이 없어요. 재료의 특성 때문이에요. 일단 자기류가 초벌하는 이유는 그냥 마른 흙에 유약을 입히면 흙이 주저앉아버려요.

그 형태 유지가 안 돼요. 그래서 만든 형태가 유지될 수 있게 조금 낮은 온도에서 초벌로 단단히 만든 다음에 유약을 바르고 재벌 과정을 거쳐 완성합니다. 도기는 달라요. 그냥 흙 상태의 그릇에 잿물(유약)을 쳐서 구어요. 그래도 형태가 변하지 않아요. 재료의 특성이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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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어떤 작업을 하고 있습니까 옹기는 숨을 쉰다고 하잖아요 ? 그릇에 미세한 기공이 많아요 . 액체나 향이 강한 음식물을 담고 자주 씻어 재사용해야 하는 생활 식기로는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 저도 생활 식기는 자기를 추천합니다 . 몇 년 전까지는 의뢰가 들어오면 자기도 만들었어요 .

지금은 옹기만 만들어요 . 흙도 다르고 제작 방식도 달라서 힘들더라고요 . 결국은 옹기인데 재료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자기가 아닌 도기를 택한 것 같아요 . 저는 쓰임이 있는 그릇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 가끔은 무용한 것을 만들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 쓰임이 있는 그릇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

요즘은 옹기의 보관성에 초점을 맞춰서 차를 담는 합과 같은 무언가를 보관할 수 있는 단지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옹기가 자기에 비해 시장이 굉장히 좁아요 . 지금 옹기를 만드시는 분들은 가업으로 해오는 분들이 많아요 . 젊은 분들은 옹기를 잘 안 해요 .

요새 시장에서 찾아보기도 힘들 거예요 . 옹기라고 하면 대개 장항아리나 뚝배기를 떠올려요 . 저는 사람들이 옹기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던 것 같아요 . 투박하고 무겁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 그걸 깨고 싶었어요 . 옹기도 충분히 예쁘고 실생활에 잘 쓸 수 있다고 .

그래서 일부러 날카롭고 섬세한 옹기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백자나 분청의 기법을 옹기에 적용하고 있어요 . 현대적이고 세련된 옹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면을 깎아보고 상감기법을 활용해 그림도 그려보고 뚜껑과 몸통을 달리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스케치는 잘 안 하는 편이에요 , 예전에는 일부러라도 했는데 요즘은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좋아서 일단 손이 가는 대로 만들고 샘플링 한 것들을 토대로 크기나 형태를 조금씩 수정해서 만들어보며 디자인을 완성해요 .

제 작업은 일단 상감을 한 그릇과 상감이 들어가지 않는 그릇으로 나뉘는데요 , 두 작업 모두 전기물레 성형을 해요 . 건조 후에 후작업을 하고 어느 정도 마르면 잿물을 입혀요 .

이때 상감이 들어가는 작업은 잿물을 입힌 후에 조각을 하고 초벌 - 상감 - 재벌의 순으로 진행이 되고 , 상감이 들어가지 않는 그릇은 잿물을 입히고 완전 건조 후 바로 단벌로 번조를 해요 .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

예전에는 산책 , 꿈 , 박물관 , 전시회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았던 것 같아요 . 최근 몇 년간은 그냥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에서 얻는 것 같아요 . 풀꽃 , 달 , 비 같은 건데 결국 자연이네요 . 그리고 가끔은 예전에 해뒀던 스케치나 작업을 보기도 해요 .

IMG 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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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유분방했던 초기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어요 . 브랜드가 < 옹기밭 > 이죠 ? 어떻게 지은 거예요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 작업실이 옹기를 만드는 밭 같았어요 . 저는 옹기를 키우는 농부 . 당시 공방 겸 집이 논밭 한 가운데 있었거든요 . 게다가 제 성이 전씨잖아요 .

밭전자 . 이름이 한 부분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 힘든 시기도 있었겠죠 ? 지난 몇 년간 출산과 육아를 하며 많은 좌절을 겪었던 것 같아요 .

작업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실수도 , 실패도 많이 했던 것 같고 딱히 만들고 싶은 게 없었던 시기이기도 해요 . 만들고 싶은 게 없는 데도 작업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는 현실이 무척 불안하고 늘 조바심이 났었어요 .

그러던 중에 몇몇 친구들이 차 수업을 함께 듣자고 해서 들었는데 그게 지금 작업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어요 . 제가 차 도구 작업을 좋아했다는 게 생각난 거예요 .

그동안 차를 마시지도 않으면서 차 도구를 만들다 보니 점점 투박해지고 쓰임이 있는 도구임에도 그 기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어느 순간 차 도구 작업을 하지 않았거든요 . 차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사용할 도구들을 한두 개 만들다 보니 점점 만들고 싶은 게 많아지더라고요 .

그렇게 차를 통해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요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 늘 지금을 살아내느라 목표나 계획을 세우진 않는데 그럼에도 굳이 이야기해보자면 호기심을 잃지 않고 다양한 재료들을 실험해 보는 것이에요 .

작업실 옆에 몇 년 동안 묵혀둔 개펄 , 그리고 콩대 재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은데 자꾸만 미뤄지네요 . 느려도 조금씩 재료들을 탐구해 나가는 것이 목표 혹은 다짐입니다 . ※ 본 지면은 완주문화재단의 '완주예술발굴·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 사진

07. 옹기 작가 전설희 사진 1 07. 옹기 작가 전설희 사진 2 07. 옹기 작가 전설희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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