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지원 안했다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3 배 더 비싸게 샀을 것 ” 농촌 지원이 소비자 지원이라는 인식전환 강조 어려운 현실 직불금으로 안정적 삶 떠받쳐 물과 땅 , 생태보호 등 농부가 국토의 관리자라는 자부심 높아 하늘에서 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땅은 반듯하고 정갈했다 .
수직 , 수평으로 교차하는 그리드의 향연이 땅 위에 펼쳐졌다 . 몬드리안의 ‘ 빨강과 파랑 , 그리고 노랑 ’ 이라는 유명한 그림이 떠올랐다 .
차이가 있다면 밀이 올라온 땅은 연둣빛으로 찬란하고 파종을 기다리며 속살을 드러낸 곳은 흑갈색으로 건강했다는 것 정도였는데 완주군농어업회의소 연수단이 이 땅에서 마주한 건 국토의 관리자라는 농부들의 드높은 자부심이었다 . 그리고 이 자부심은 단박에 완주의 농부들을 사로잡았다 .
완주군농어업회의소 해외연수가 17 일부터 24 일까지 6 박 8 일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됐다 . 유럽 직불금의 운영체계와 농업회의소의 역할 등 선진 농정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
연수단은 출 · 입국에 걸리는 시간을 제한 5 일 동안 독일 칼슈타트 농림청과 관련 축산농장 , 하나우 유기농농장 , 아샤펜부르크농민연맹 , 바이에른주 농림부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농업회의소 , 잘츠부르크주 지역농업회의소 , 잘츠부르크주 현지농민위원장 농장 등 8 곳의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통시장 1 곳씩을 둘러보았다 .
이 과정에서 보고 들은 걸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나눠 소개한다 . 독일은 국토면적의 48% 인 1,700 만 ha 가 농경지로 우리나라의 10 배에 달한다 .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2% 정도인 170 만 명 , 28 만 5,000 농가 . 이중 가족농의 비율이 90% 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16 년 기준 EU( 유럽연합 ) 농업규모의 13% 를 차지하는 농업강국이다 . 프랑크푸르트에 짐을 푼 연수단은 실질적인 연수 첫날인 18 일 아침 일찍 아샤펜부르크로 이동했다 . 프랑크푸프트에서 대략 40 여 km 거리에 있는 칼슈타트 농림부 (AELF) 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
AELF 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소비자의 안전 , 농업인의 소득 안정 및 경쟁력 향상 , 농촌지역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우리나라로 치면 농업기술센터와 비슷했다 .
이곳에서 연수단이 눈여겨본 건 중등과정부터 시작되는 직업교육과 농가지원에 대한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관한 것이었다 . 교육담당 책임자 Eberhard Heider 씨가 특히 강조한 것도 이 부분이다 . “ 우리는 아이들이 농업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음식물이 어디에서 우리에게 오는지 관심을 갖게 하려는 노력이지요 . 동물복지나 축산분뇨처리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렇게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습득한 청소년들은 자라서 농부가 되거나 농업을 강력히 지지하는 소비자가 된다 .
“ 농업을 지원한다는 생각보다는 생필품을 살 때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해요 .
직불금이나 지원이 없다면 지금 비용의 3 배를 내야한다는 걸 소비자는 알아야 합니다 .” 이후 방문한 Hofladen Brunner 농장과 Obst und Gemusehof Wurbs 농장은 각각 축산과 과수로 분야는 달랐지만 자체 생산한 농축산물로 가공품을 만들어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
여기서는 4 차 산업이라 하고 우리는 6 차 산업이라 부르는 형태였는데 무엇보다 두 곳 다 대를 잇는 가족농이었다 . 연수단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알고 싶어 한 것 중 하나가 협치농정 시스템이었다 .
이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의 농부나 기관 담당자들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 그들에게 협치농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온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 중요한 정책결정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
물론 이 같은 상황이 그냥 주어진 건 아니다 . 여러 가지 선행조건이 필요한데 조직화된 농민도 그 중 하나다 . 독일의 농부들은 스스로를 조직화 해 힘을 키웠다 . 독일농민총연맹이 그 단적인 예였다 .
독일농민총연맹 (DBV) 은 16 개주 농민연맹과 라이파이젠협동조합 , 독일농촌청년연맹 등 20 여개의 단체를 정회원으로 거느린 독일 내 최대 농민조직이다 . 주 농민연맹 조직율이 평균 90% 이상이니 대부분의 독일농민이 가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19 일 오후 바이에른주 농민연맹 아샤펜부르크지부 Michael Roßmann 지부장을 만나 지역 농업현황에 대해 들었는데 독일의 농업현실도 낙관적이진 않았다 . “ 소비자의 관심이 다양해지면서 농업을 영위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게다가 동유럽에서 넘어오는 농축산물은 상황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어요 .” 통계에 따르면 1990 년대 초 60 만이 넘어가던 농가수가 지금은 30 만 아래로 떨어졌다 .
원유 쿼터제라는 보호장치가 사라지면서 낙농가가 타격을 입었고 강화된 동물복지 기준을 따라가지 못해 포기하는 작은 농가들도 생겨났다 .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절망산업에 속했다 .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농부들의 삶은 안정적이다 . 직불금 때문이다 .
유럽의 직불금은 기본직불과 환경 , 조건불리 등의 가산직불을 병행하고 있다 . 기본직불은 농민소득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EU 가 100% 지원한다 . 가산직불은 각 회원국과 지방정부의 재량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데 EU 와 연방정부 , 주정부가 분담하고 있다 .
조건불리직불은 산악 , 고위도 , 경사지역 등 자연의 제한이 있는 경우에 지불하는 것이고 환경직불은 환경보전 활동으로 공공재를 생산하는 소요비용과 그에 따른 소득감소분을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취지이다 . 연수단이 특히 주목한 건 환경직불이었다 .
기후변화 , 토양침식 및 오염 방지 , 생태계 다양성 유지 , 문화경관 보전 , 동물복지를 실천해야 받을 수 있는 직불금이다 . 지구의 생태계를 살리고 농민의 기본소득도 보장하겠다는 전략인데 이것을 받으려면 세부적으로 규정된 엄격하고 강력한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
농부들은 이를 통해 국토의 관리자 , 국토의 정원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 20 일 오후 뮌헨으로 이동한 연수단은 독일의 마지막 방문지인 바이에른주 농림부를 방문해 Anton Hübl 씨로부터 바이에른주 농업현황에 대해 설명 듣고 직업교육에 대해 물었다 . 독일은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요구한다 .
농업도 마찬가지 . 농부가 되려면 그에 맞는 자격을 갖춰야한다 . 독일의 교육제도는 주마다 다른데 어떤 주는 초등과정이 4 년제고 또 어떤 주는 6 년제다 . 하지만 기본적으로 초등과정을 마치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서 중등과정에 진학하는 시스템은 동일하다 .
중등과정을 크게 보면 우리의 인문계격인 김나지움과 실업계 격인 하우프트슐레 ( 직업학교 ) 와 레알슐레 ( 실업학교 ) 로 나눠진다 .
농부가 되려면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에 진학해서 5 년이나 6 년의 과정을 거치고 Fachoberschule( 직업전문학교 ) 3~4 년의 과정을 마친 뒤 자격시험을 치러 마이스터가 되어야 한다 . 농장 ( 농업경영체 ) 의 대표가 되려면 마이스터가 되어야 한다 .
이는 모든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이다 . 독일에서 대학진학률은 높지 않다 . 그만큼 장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공고하다 . 직업교육은 이론교육과 현장실습교육을 병행한다 . 직업교육 지원은 농림부나 농업회의소 같은 기관의 주요업무 중 하나다 .
독일 일정을 마친 연수단은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이동했다 . /안충환 완주군농어업회의소 회원(완두콩 콘텐츠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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