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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1.01.11

사람의 노래

3. 쌍정마을의 생강농부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1.01.11 17:01 조회 2,56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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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도 속내도 생강향처럼 있는 그대로 쌍정마을의 생강농부 처음 도착한 화산을 달리는 길에는 앞으론 두세겹으로 겹쳐진 산 , 양옆으로는 짙은 녹색의 밭이 항상 같이 달리고 있다 .

그 중 봉숭아처럼 낮은 키에 대나무처럼 뾰족뾰족한 잎이 풍성한 밭은 그 모습이 마치 현대 조형물 같아 보이기도하고 , 동시에 상쾌한 향이 날듯 말듯 코끝을 스치어 지나는 길마다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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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시작할 무렵 완주문화재단의 ‘ 예술농부 ’ 프로젝트에 작곡가로써 함께 하게되어 봉동에서 나고 자란 농부를 만나 그 멋진 모습으로 상쾌한 향을 내뿜던 잎들이 생강 잎이라는것을 배웠다 .

앞으로 두달동안 완주문화재단의 ‘ 예술농부 ’ 에 관한 글을 완두콩에 올린다는 소식에 여리여리 고운 박선영작가의 정갈한 글 / 그림과 함께 내가 들은 어르신들의 노래를 같이 그려내려한다 .

쌍봉마을에서 만난 전준기 , 조성자 어르신들은 토종생강잎을 뜯어보여주시고 , 코에 대어주시고 , 생강과 강수를 씻어서 입에 넣어주시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예술가들에게 귀찮은 내색 한 번 없이 항상 기꺼운 기운을 내주셨다 .

어린 손주 등에 업고 바쁜 며늘아기를 위해 군불을 지펴주시려던 시어머니의 이른 배려에 젊은 부부의 작은 집이 불에 타버린 기억부터 하루종일 품을 팔아 품삯 대신 얻은 종강이 다음 해 풍작으로 돌아와 새집을 사는데 큰 밑거름이 된 시절의 이야기까지 매일 아침 마당 수돗가에 앉아 온갖 채소를 다듬어 로컬푸드에 내시는 자리에는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

생강밭의 코끝을 스치던 청량한 향처럼 두분에게서는 건강한 내음새가 풍기고 , 스스로의 이야기를 내비추시면서 , 아픔을 이야기 하시면서 혹은 함께 무릎대고 앉아 생강을 닦고 무게를 재는 반복 속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고 내보이는 청량하고 건강한 기운을 느낄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

어린 시절 밭떼기를 못한 생강을 등에 이고 팔러나가 한톨도 팔지 못해 1 년키운 내 생강을 묻어버리고 돌아오는 길 , 짐이 없는 가벼운 모습에 생강이 다 팔린 줄 알고 기뻐 뛰어나오던 동생들의 표정을 그리시면서도 그 회한을 웃음으로 풀어내시는 모습이 마치 비바람을 다 맞고 새로운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는 고목같이 느껴졌다 .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들이 치기쉽고 듣기도 쉽다 . 있는 그대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모차르트의 본능적인 순수한 인성이 그런 특징을 만든것 아닌가 싶다 . 동시에 거장들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음악으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꼽는 경우도 빈번하다 .

모든것이 다 드러난 꾸밈없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표현하기 힘든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있는 그대로를 노래하시는 쌍봉마을 어르신들의 노래가 모차르트의 그것과 닮은 듯하다 .

성공에 취하고 , 아픔에 닳고 , 부에 흥분하고 , 건강에 치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많이 다를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기고 움켜잡은 , 그래서 어디에서나 그 상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닌 서로를 무던히도 사랑하시고 믿으시며 낯선 예술가들에게 조차 있는것을 그대로 내보여주시는 모습이 문뜩문뜩 흥얼거리게 되는 모차르트의 선율처럼 어르신들의 노래 또한 나의 귀에 오래 들릴 것 같다 .

/김민경(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현장 사진

3. 쌍정마을의 생강농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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