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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19.12.10

로컬푸드 食이야기

⑩ 기고을식품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9.12.10 17:21 조회 2,8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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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 빚어낸 황금빛 걸작메주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은 직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 내가 만든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 그 음식이 먹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몸의 일부가 되는 일 . 그래서 어떤 일보다 책임감을 요하는 직업이다 .

나는 책임감으로만 사는 삶을 거부하며 , 재미있는 삶을 살겠다며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며 내가 만든 음식을 돈을 내고 구입하는 사람들을 매주 만나면서 책임감은 내가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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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을식품의 김성환 대표를 만나고 머릿속에서 이 사람을 소개하는 한마디가 바로 이 ‘ 책임감 ’ 이었다 . 음식과 전통문화 , 고객과 가족 ,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뭉친 이 사람은 언제가 자신이 갖고 있는 계란으로 바위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김성환 대표 (39) 는 87 년에 귀농한 아버지를 따라 전주로 내려왔고 , 초등학교 때부터 어깨너머로 농사를 배웠다 . 한문학을 전공했던 아버지는 1999 년 진안에 있는 폐교를 구해 건강과 식품의 영향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

지금까지 온생명평생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20 년 넘게 발효식품과 건강 교육에 힘쓰고 있다 .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김성환대표는 자연스럽게 전통장류와 발효식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 대학에서 전통음식을 전공한 김성환씨는 같은 과 동기인 아내를 만나 10 년 전에 진안으로 귀농했다 .

5 년간 아버지와 함께 전통 장류 개발과 교육을 병행하다가 5 년 전 완주군 경천면으로 귀농해 아내와 함께 기고을식품을 설립했다 . “ 장을 만드는 분들은 각자 오랜기간 연구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

하지만 저는 전통음식의 비법은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당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손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통 음식의 맥이 끊기지 않는 게 더 중요하죠 .” 김성환 대표는 전통을 이어가는 일을 단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마케팅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

오랜 세월 쌓아 온 연륜은 아니지만 , 비교적 어린 나이인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장맛을 내는 비법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던 건 이 일의 중요성을 알고 늘 배우려는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리라 .

된장 제조법을 가르치는 일을 했던 경험으로 좋은 된장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 그리고 그의 된장과 청국장을 먹어본 나는 그 선택이 반갑고 고마웠다 . 진심을 담아 일하는 사람에게 매출에 대해 묻는 순간은 늘 조심스럽다 . 나는 의외의 답을 들었다 .

“ 수익을 생각하면 된장을 파는 게 낫지만 , 매출의 80% 이상을 메주가 차지해요 .”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잘 사지 않을 것 같은 메주가 주력상품이라는 것이다 .

어린 시절 , 겨울만 되면 할머니가 빚어 놓은 메주 때문에 집안 가득한 쿰쿰한 냄새가 싫어서 한동안 코를 막고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상에서 멀어진 메주를 도대체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 .

“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내주던 된장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직접 만들어 보려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 아이들을 위해 체험하려는 주부도 있구요 .

대부분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작은 항아리 하나를 두고 메주로 된장을 담그고 있어요 .” 짧게는 1 년 길게는 3 년 이상이 되야 제대로 된 장맛을 볼 수 있기에 메주를 파는 일은 고객과 관계를 맺고 그 집의 장맛을 책임지겠다는 각오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

대부분의 고객이 서투른 솜씨로 장을 담근다 . 담그는 과정부터 숙성되서 거르는 기간 , 보관 중에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끊임없이 많은 질문을 받는다 . “ 장은 만지는 사람의 건강상태 , 공기의 질 , 온도 등 살아 있는 균을 다루는 일이어서 변수가 많아요 .

옛말에 집안에 우환이 들면 장맛이 뒤집힌다는 말이 있는데 ,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에요 .” 바쁜 와중에도 손님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고객과 함께 된장을 연구하며 그가 담그는 된장을 최상급품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메주는 보통 12 월에 만들어 한달 정도의 발효 기간을 거쳐 1 월부터 판다 . 예전에는 메주를 매달아 놓고 발효시켰지만 , 대기오염 문제로 이제는 깨끗한 시설에서 발효해야 한다 . 김성환씨가 직접 설계한 발효실은 공기정화를 위해 3 중 필터를 쓰고 보일러를 돌려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한다 .

발효 과정에서 잡균의 침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뒤로 문을 만들고 , 발효실 내부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 요즘은 작업 편의를 위해 메주를 건조할 때 양파망을 쓰는 곳도 많지만 음식에 직접 닿는 것인만큼 화학제품이 아닌 볏짚을 고수한다 .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하며 연구한 결과인지 김성환씨의 메주에는 황색 곰팡이인 황국균이 핀다 . 보통 메주에는 흰색곰팡이가 많이 피는데 황색곰팡이는 그보다 더 최상품이다 . 요즘은 자연발효의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균을 배양해 넣어주는 방식을 많이 쓴다고 한다 .

발효 초기에 균을 넣어주면 먼저 자리 잡은 균 때문에 다른 균이 생기지 않는데 , 김성환씨는 인위적인 방법은 쓰지 않는다 . 발효의 핵심 과정은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 설비는 변화된 자연환경에 맞게 효율적으로 바꿨다 .

휴대폰 사진첩을 뒤지며 못생김의 대명사였던 메주를 보여주고 연신 “ 예쁘죠 ?” 라며 묻는 그의 얼굴에 자부심과 천진함 , 애정이 묻어 있었다 . “ 저는 적어도 제가 만드는 음식에는 국산 재료를 고집해요 .

국산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쓰지만 이 때에도 원가가 비싸더라도 중국 가공이 아닌 국내 가공품을 써요 . 원가를 생각하면 결정할 수 없는 일이지 전통을 지키는 일을 한다면서 외국산을 쓰는 게 스스로 납득이 안되서요 .

더 좋은 재료를 쓰고 소비자를 설득해서 제 값을 받으면 좋지만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요 .” 매년 수확한 햇콩으로 아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양만큼 만들어 팔고 있다 .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직거래 장터에 직접 나가 매주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

“3 년 째 이 일을 하는데 처음에는 경비 15 만원을 들여 서울을 왔다갔다하면서 하루 매출이 7 천원이 안되는 적이 많았어요 .

저녁에 휴게소에서 7 천원짜리 밥을 차마 먹지 못했죠 .” 김성환씨의 눈은 먼 곳을 보며 전통장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이상을 향해 있었지만 , 발밑에 둔 현실은 세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 오늘의 매출에 실망하며 주저앉아 있는 시간도 사치였고 , 그 옆에는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아내가 있었다 .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싶다는 바램은 지키지 못했지만 ,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기고을 식품도 함께 성장해 귀농 10 년차인 지금에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최근에는 음식 솜씨 좋은 장모님과 아내 김화영씨가 함께 개발한 시래기청국장과 시래기된장국이 히트를 치고 있다 .

장맛이 좋으면 음식맛도 좋다지만 한식 국물 요리만큼 까다로운 것이 없다 .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준비과정도 복잡한데다가 오랜 연륜 없이는 쉽게 맛을 낼 수 없을 것 같다 . 요즘 사람들의 식탁에서 한식이 점차 멀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인지도 모른다 .

기고을 식품의 시래기청국장과 시래기된장국은 맹물에 한팩 그대로 넣고 끓이면 엄마가 해준 것만큼 , 혹은 더 맛있는 한끼 식사가 완성된다 .

멸치로 육수를 우려내지 않아도 , 한 번 먹고 냉장고에서 오랜 시간 보관해야 할 각종 야채가 없어도 인심좋게 들어간 무청 덕분에 누구에게 내놔도 손색없는 요리가 된다 . 물론 혼자 밥해먹기 귀찮은 혼밥족에게도 충분히 매력있는 간편식이다 .

“ 일을 하면서 내 뜻과 달리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이 많이 생기기도 해요 . 하지만 이럴 때 맞서서 경쟁하기 보다는 더 좋은 신제품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려고 해요 . 결국 경쟁을 하면 본질에서 멀어지게 되고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한 뜻과 멀어지게 될거에요 .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면서 그간의 고충을 한마디로 압축하며 그다운 결심을 말해주었다 . 우리는 싸고 좋은 것을 찾는다 . 하지만 옷이나 다른 공산품은 가성비 좋은 제품이 있을지 몰라도 음식만큼은 예외다 .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를 써서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만들어야 하는데 , 당연히 이런 과정은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 . 비싼 국내산 재료를 쓰고 , 남들보다 더 많은 공정을 하더라도 내가 만든 음식이 먹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들 .

올해 식스토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돈버는 일보다 제대로 만드는 일을 더 잘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어느것하나 게을리 할 수 없이 바쁘고 고된 일상을 견뎌내는 사람들이었다 .

이들의 정성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내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이 숨겨진 보물같은 좋은 음식을 먹도록 발굴해 내려고 한다 . 기고을식품은 이런 제품을 만들어요 . 메주 , 된장 작은 항아리 하나 분량인 이 메주로 된장 14 키로를 얻을 수 있다 .

최소 1 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 . 1 년 이상 숙성하면 이 물질이 없어져 김성환씨는 최소 2 년 이상 숙성된 된장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메주는 매년 1 월에 판매하며 5 장 (7 키로 ) 기준으로 12 만원 ( 택배비 5 천원 별도 ) 에 판매된다 . 메주를 사면 된장 만드는 법을 함께 배울 수 있다 . 간장 간장은 숙성기간에 따라 햇간장 , 중간장 , 진간장으로 나누는데 5 년 이상되면 진하다고 해서 진간장이라고 부른다 .

잘 만들어진 진간장은 새카만 색 위에 황금빛이 돈다 . 이런 색을 띄는 간장은 씨간장으로 제격이다 . 흔히 간장을 달여 쓰거나 파는데 , 김성환씨의 간장은 잘 숙성되어 변질 염려가 없어 끓이지 않는다 . 장독대에서 바로 먹어본 간장맛인데 맛간장처럼 달달한 맛이 있다 .

이 간장맛을 본 사람들은 조미료를 넣었냐고 의심하는 일도 더러 있다고 한다 . 시래기청국장 , 된장 청국장에 시래기와 간장 , 파 , 마늘 , 새우 , 홍합 , 고춧가루 등으로 조미해 물만 부어서 바로 끓여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

맹물에 청국장 한봉지를 넣고 끓였는데 , 여태껏 청국장으로 유명하다고 소문난 백반집의 청국장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만큼 맛있었다 . 담백하면서 고소한 청국장 고유의 맛은 살아 있고 , 적당량의 시래기가 풀어져 있어 다른 부재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

한식을 좋아하지만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청국장을 먹고 난 뒤에 남는 쿰쿰한 냄새가 적어서 좋았다 . 로컬푸드에서 두부와 버섯을 사와서 함께 끓이면 찌개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음식솜씨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2 년 이상 숙성된 재래된장을 쓴 된장국은 레시피에 적힌 물의 양대로 넣어 끓이면 염도가 적당하면서도 된장의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 생산 시기에 따라 3 년 숙성된 된장을 맛보는 행운을 얻을 수 있는데 , 이번에 맛본 된장국은 유난히 구수해서 물어보니 3 년 숙성된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엄마가 끓여준 된장국 , 청국장보다 더 맛있어서 엄마에게 선물해 드렸다 . * 구입문의 : 010-6309-3617 홈페이지 : https://kigogeulfood.modoo.at/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현장 사진

⑩ 기고을식품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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