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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3.14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슬퍼도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3.14 10:39 조회 2,39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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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도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15) 풀림앙상블 - 어디 있나요 우리 전통음악 경계선 넘기의 놀라운 성취로 손꼽이는 작품이 있습니다 . 풀림앙상블의 [ 어디 있나요 ](“Where Are You?”) 입니다 .

풀림앙상블은 ‘ 한국 무용음악의 대중화와 더불어 한국인의 정서를 현대화하는데 기여해온 ’ 홍동기 음악감독이 창단한 퓨전앙상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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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주단은 특히 한국 호주 수교 50 주년 기념식의 개막 및 폐막 공연에서 기립박수의 환호를 받은 바 있으며 발매한 음반도 대중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며 한국적인 음악의 힘을 맘껏 보여주고 있습니다 .

특히 이 곡은 피아노와 첼로 ,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와 우리의 해금이 만나 그리움의 정조를 매력적으로 그려줌으로써 한국음악을 낯설어하던 많은 이들의 감수성을 활짝 열어주고 있습니다 . 어디 있는지 모를 임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우리들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동시에 담고 있어 더 깊게 다가옵니다 .

처음 피아노 건반위의 빠른 손놀림은 떨어지기 전 가을 나뭇잎들의 바람에 휘둘리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 아니 다가올 이별의 아픔으로 먹먹해진 마음을 달래듯 간지럽히는 듯하기도 합니다 . 이어 첼로와 해금이 위로하는 듯 하면서 오히려 슬픔을 정조를 고조시켜줍니다 .

이별은 불가피한 것 ,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근원으로 환원하는 것임을 알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감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이어 바이올린이 나서 맑고 고운 선율로 애이불비 ( 哀而不悲 ) 의 절제를 권합니다 .

이후 타악까지 어우러지면서 슬퍼도 비탄에 잠기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우리들 존재의 근원에 대한 염원을 겸하여 번갈아가며 제기합니다 .

‘ 그대는 어디 있느뇨 / 죽지 않는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고나 ’ 한용운 시인의 절규처럼 ‘ 천추에 죽지 않는 논개 ’ 로 표상되는 제대로 된 임은 항상 부재 ( 不在 ) 로 존재합니다 .

‘ 숨은 신 ’(Hidden God) 이 그러하듯 온전한 것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는 숨어 있습니다 . 하여 ‘ 어디 있나요 ?’ 를 되뇌게 합니다 . 독일 쾰른지방의 어느 건물 지하실 벽에 이런 글귀가 피맺힌 낙서로 새겨져 있었다지요 ?

' 태양이 구름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을 때에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는다 .

비록 하나님이 침묵하고 계실 때에라도 나는 하나님의 사랑이 엄연히 계심을 믿는다 .’ 요즘처럼 자아의 진실과 세상의 허위 틈에서 고뇌하는 우리들이 택할 수 있는 , 아니 고수해야 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 비극적 세계관 ’ 이 아닌가 합니다 .

세상이 온통 거짓과 부패 속에 빠져 있을 때 , 그런 세상에 굽히고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 . 거짓 세상을 버리고 초월적 진실 속으로 은둔해버릴 수도 없을 때 현실이 싫지만 이 현실을 통하지 않고는 진실에 이를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비극적 역설 앞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부재로만 존재하는 진실 . 다시 신동엽 시인은 이를 먹구름에 갇혀 하늘을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비유했습니다 . 푸른 하늘이 엄존하지만 구름 껍데기에 가려 볼 수가 없습니다 . 하여 ‘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탄식하며 ‘ 껍데기는 가라 ’ 외치는 것입니다 .

임의 부재로 인한 안타까움은 우리들 삶의 실존적 상황일 뿐입니다 . 그러니 낙담하거나 비탄에 침잠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기나 긴 암흑의 터널 .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게 스산합니다 . 그렇다고 절망에 몸을 내맡길 수는 없습니다 .

이 연주 반복해 들으시며 그런 우리들 마음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 특히 이 연주에서 주목할 일은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서양악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찰현악기 특유의 매력을 듬뿍 보여주고 있는 해금의 당당함입니다 .

우리 악기 중에서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해금은 겨우 두 개의 현으로 우리들 마음을 맘껏 풀어주기도 하고 다소곳이 다스려주기도 합니다 . 이런 우리 악기의 당당함에 기대서라도 움츠러드는 마음 다잡아보시기 바랍니다 . 여하튼 봄입니다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 사진

슬퍼도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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