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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4.18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다스림을 위한 축언의 기도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4.18 16:35 조회 2,3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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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림을 위한 축언의 기도 - 젠킨스의 [ 베네딕투스 ](“Benedictus”) 지난겨울 뜬금없는 계엄으로 온 나라가 얼어붙었습니다 . 이어진 탄핵으로 나라는 여지없이 두 쪽으로 갈라져 살벌한 말들이 난무했습니다 .

궁지에 몰린 계엄 무리의 험한 발버둥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염려하는 쪽에서도 그에 뒤질세라 극단적인 발언들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로 인해 우리들 성정도 매우 거칠어지고 말았습니다 . 탄핵 인용으로 극한의 위기는 벗어났으니 이제 우리들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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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먼저 긴요한 것이 말을 순화시키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 가파른 말들은 우리들 감정을 더욱 격화시킵니다 . 저주와 욕설과 분노의 아우성은 우리 정서를 극단으로 내몰 뿐입니다 . 이럴 때는 이런 시 하나를 나지막하게 읊조려보는 것이 한 방책일 수 있습니다 .

“ 외치지 마세요 / 바람만 재티처럼 날아가 버려요 .// 조용히 /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 아래로 낮추세요 .//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 모여들 와도 //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 가슴으로 머리로 / 속속들이 굽이돌아 적셔보세요 .// 허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 언어들을 고되게 / 부려만 먹었군요 .// 때는 와요 ./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 이야기 할 때 // 허지만 / 그때까진 /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 채워야 해요 .

( 신동엽 시인의 「 좋은 언어 」 ) 이런 음악이 동반된다면 더욱 안성맞춤일 것입니다 . 칼 젠킨스 (Karl Jenkins,1944~) 의 「 베네딕투스 」 !

이 곡은 젠킨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 『 평화를 위한 미사 』 ( The Armed Man: A Mass for Peace ) 의 중심 작품입니다 .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음악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 미사곡은 깊은 감동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특히 이 곡 「 베네딕투스 」 는 극적인 대비와 감성적인 선율로 유명합니다 . 초반의 잔잔한 관현악 반주는 고요 속에서 다가오는 희망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 곧 이어 첼로 독주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곡 전체의 정서적 중심을 이룹니다 .

첼로 선율은 부드럽고 명상적이면서도 절절한 감정을 담고 있는데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처럼 들립니다 . 부드럽고 감성적인 연주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이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점진적으로 더해지면서 장엄한 분위기로 발전합니다 .

특히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 찬미 받으소서 ) 라는 가사가 울려 퍼질 때의 웅장함은 숭고한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

이러한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조화는 단순한 선율이지만 다양한 악기와 합창이 쌓이면서 점점 더 깊고 웅장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 『 평화를 위한 미사 』 전체 작품이 전쟁과 평화의 극명한 대비를 표현하고 있다면 이 곡 「 베네딕투스 」 는 그중 평화를 위한 간절한 기도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

특히 앞선 곡들이 격렬한 분위기를 띠는 것과 달리 차분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더욱 인상적입니다 . 이 곡은 단순한 종교 음악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고통과 희망 그리고 궁극적인 평화를 노래하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이 곡을 들으며 우리는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 또한 젠킨스가 만들어낸 감성적인 선율은 우리 내면의 평온함과 위로를 찾아가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칼 젠킨스는 웨일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음악가로 ,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음악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인물입니다 .

그의 작품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 그는 클래식 , 재즈 , 월드뮤직 , 뉴에이지 요소를 혼합하여 강렬한 리듬과 선율을 창조합니다 .

그는 반복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 등 비언어적 요소를 활용하여 , 대표작인 「 아디에무스 」 (“Adiemus”) 에서처럼 , 가사 없이 ( 아니면 최소화하여 )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

제목 「 베네딕투스 」 는 라틴어 ‘ 좋은 ’(bene) 과 ‘ 말 ’(dictus) 의 결합으로 영어로 하면 축복 , 축원 혹은 축언 (benediction) 에 해당합니다 . 종교적으로는 ‘ 축복의 말 ’ 뜻을 넘어 신을 찬양하고 거룩한 존재를 맞이하며 경배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

이 곡 들으시며 분노와 공포로 강퍅해진 우리들 마음 달래며 희망의 불씨 소중하게 키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 좋은 말로 조용히 속삭이면서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 사진

다스림을 위한 축언의 기도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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