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여전 김제 진봉면에 있는 지애의 봄향기 양조장의 함지애 대표는 ‘ 초야 ’ 라는 백화주 과하주를 빚는다 . 여러가지 꽃을 넣어 쌀과 누룩으로 발효주를 빚은 후에 40 도 이상의 소주를 부어 다시 발효시켜내는 백화주 과하주는 들이는 정성뿐 아니라 전통 양조기술의 백미를 담아낸 술이라 하겠다 .
얼마 전 그녀가 내게 뜻밖의 말을 건네왔다 . 농협 조합원 행사에서 전통주 시음행사를 하러 갔다가 나의 엄마를 만났다는 것이다 . 김제가 아무리 작은 소도시라 해도 일면식도 없는 나의 엄마를 그 많은 사람 속에서 어떻게 만났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장난기가 많은 함지애 대표는 내 놀란 표정을 즐기며 뜸 들이며 얘기했다 . 전통주 시음 부스에 찾아온 한 무리의 할머니들에게 술을 맛보여 줬더니 , 한 할머니가 “ 어 ? 우리 딸 술이랑 비슷헌 맛이네 ?” 라고 했다는 것이다 .
“ 따님도 술을 빚으시나 봐요 ?” 라고 물었더니 잠깐 사이에 나의 신상을 나열하신 엄마 덕에 그 딸이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했다 .
서울에서 귀향해 전국을 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함지애 대표가 농사철에 논밭을 나설 일이 없는 나의 엄마와 우연히 만나 술 이야기를 나눴다니 넓으나 좁은 세상 인연이 새삼 신기하고 놀라웠다 .
게다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학습된 엄마의 입맛으로 함지애 대표의 술을 알아보았다니 나는 엄마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 우리술을 맛보았을 때 외국인마저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맛은 단맛 , 신맛 , 쓴맛이다 . 이 세 가지 맛이 잘 조화되었을 때 술맛이 좋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
매운맛 , 떫은 맛 , 짠맛 , 청량미 , 감칠맛 , 구수한 맛 등은 좀 더 섬세한 평가 기준인데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술맛을 달리 느끼게 하기도 한다 . 우리가 그동안 마셔온 술맛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인공적인 맛인가 , 자연스러운 맛인가이다 .
근대화 이후 양조장마다 앞다퉈 받아들인 입국과 효모를 사용해 빚는 막걸리는 숙성 기간이 짧고 , 알코올 도수를 낮추느라 희석시키는 물양이 늘어남에 따라 여러 첨가물로 맛을 인위적으로 끌어냈다 .
설탕의 200 배나 되는 단맛을 지닌 아스파탐은 적은 양으로 많은 양의 쌀에서 나오는 단맛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첨가물이었다 . 그러니 기존의 막걸리를 마시고 나면 입안에 인공감미료의 맛이 오래 남는다 .
레시피나 양조 기술에 따라 술맛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쌀 , 누룩 , 물로만 빚어낸 전통방식의 술에서 인공적이지 않은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 아마도 엄마는 어려서부터 맛보았던 기억으로 지금껏 그 맛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 술을 빚어놓으면 언제나 충실한 나의 고객은 엄마다 .
냉장고에 한 병씩 놓아두면 조금씩 줄어들어 있다 . 줄어드는 술병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 점심식사 시간에 한 잔씩 곁들이는 모양인데 동생은 그런 엄마를 술꾼이라고 놀리곤 한다 . “ 많이 먹가니 . 딱 한 잔씩만 먹어 .
힘쓰고 일허고나서 한 잔 마시고 나믄 도로 힘이 생겨야 .” 엄마는 농사의 여왕이다 . 온 힘을 다해 농사에 매진하는 엄마 덕분에 자식들의 밥상은 철마다 풍성하다 . 햇감자를 포슬포슬하게 쪄서 술맛 좀 아는 모녀가 한잔 씩 낮술을 마셨다 .
그런 날이면 나도 고단했던 일주일의 피로가 다 풀리고 도로 힘이 난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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