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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6.20

유송이의 술과 함께 열두 달 30

단오 창포주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6.20 16:05 조회 4,0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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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창포주 음력 5 월 5 일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크게 쉬어가는 명절이다 . 씨름 , 그네타기 , 창포물에 머리 감기 등 여러 세시풍속을 즐기며 , 단오 전에 나는 봄철 재료인 창포와 수리취 , 쑥으로 술과 떡을 빚어 기력을 보충하는 날이다 .

독특한 향이 나쁜 액을 막아주고 건강을 지켜준다고 여겨 단오에 먹던 창포주와 수리취떡은 세시풍속이 점점 사라져가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세시음식이다 .

창포주의 재료, 석창포 뿌리
창포주의 재료, 석창포 뿌리

‘ 석창포 ( 石菖蒲 ) 1 치에 9 마디가 있는 것으로 5 월 5 일에 뿌리를 채취하여 짜서 즙을 취해 찹쌀밥과 고운 누룩을 넣고 섞어 술을 빚는다 .

복용하면 신령과 통하고 수명이 연장된다 .’ -< 고사십이집 攷事十二集 >- 조선후기 실학자 서명응이 집필한 < 고사십이집 攷事十二集 > 에 인용된 중국 갈홍 葛洪 의 기록에 따르면 도사 한중 韓衆 은 창포를 13 년 복용하여 몸에 털이 나서 겨울에 벗고 다녀도 추위를 타지 않았고 하루에 만 가지 말을 기억하였다 하고 , 안기생 ( 安期生 , 중국 고대 신선 이름 ) 은 1 치에 9 마디가 있는 창포를 복용하고 신선이 되었다 한다 .

이러한 중국의 기록은 우리술 고문헌에 기록된 28 가지 창포주 주방문에도 영향을 끼친 듯 ‘ 단오 , 석창포 , 1 치에 9 마디 , 신선 , 장수 ’ 라는 단어가 거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우리 조상들은 창포라는 재료가 얼마나 맑은 정신과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었는지 주방문마다 여실히 드러나 있다 .

창포주를 빚을 때 쓰는 창포는 연못가나 정원에 노랑 , 보랏빛으로 곱게 피는 붓꽃과의 외래종 꽃창포가 아니다 . 생태계가 잘 보존된 물가나 습기가 많은 바위틈에 자라는 천남성과의 석창포를 사용한다 . 석창포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지 않지만 , 뿌리를 달이면 강한 휘발성 향을 낸다 .

정유 성분에서 나는 이러한 향 때문에 조상들은 단오에 연못가에 나가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즐겼고 , 재액을 막아준다고 믿어 창포주를 빚어 마시며 한해의 건강을 기원했다고 한다 .

창포물을 달일 때 나는 향을 가까이서 맡아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향이 강해 , 술을 빚을 때 사용한다면 적은 양으로 창포향을 은은하게 이끌어 창포주의 매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

완주 고산면 창포마을은 운암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내려다봐주고 , 대아호에서 바로 떨어지는 맑은 물이 흘러드는 고산천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이 사계절 아름답다 .

소향리의 안남 , 신상 , 운용 , 대향 4 개 마을을 연합해 주민들이 마을에 자생하던 창포를 재배해 창포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주는 완주의 스타마을이다 .

십여 년 전의 규모는 아니어도 생태계의 위협 속에서 갈수록 사라져가는 수창포와 석창포를 보존해 창포비누 만들기 , 창포물에 머리감기 등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 우리가 사는 지역에 소중한 생태자원을 보존하는 곳이 있으니 창포주를 이야기할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지곤 한다 .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단오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명절이 되어버렸다 . 모내기를 끝내고 한껏 놀아보는 조상님들의 여유를 따라 막걸리 한잔에 쑥 인절미를 얹어 잠시 한숨 돌리고 쉬어보면 어떨까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장 사진

단오 창포주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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