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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2.11.29

유송이의 술과 함께 열두 달 11

술지게미와 모주(母酒)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2.11.29 11:34 조회 4,3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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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지게미와 모주(母酒) 술 을 짜내고 나면 홀쭉해진 밥알과 누룩 속 밀이 뭉쳐져 한 덩어리의 술지게미가 남는다 . 밥알 뭉치에 누런 밀기울이 잡곡처럼 박혀 있는 모양새인데 , 아무리 술을 야무지게 짜냈다 해도 술지게미에는 약간의 술과 전분 , 발효 미생물과 영양성분이 남아있다 .

입에 넣고 씹으면 술맛 나는 밥을 먹는 느낌이다 . 술지게미는 술을 빚고 남은 마지막 형태의 부산물이다 .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역사를 지나온 부모님 세대에서는 술지게미에 대한 추억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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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지게미를 얻어다 끼니를 때웠다거나 술지게미를 먹다 술꾼이 되어버렸다는 어르신들의 회상 속에서 술지게미는 어린아이가 견뎌야 했던 배고픔과 힘겹게 살아냈던 지난 세월을 선명하게 소환시키곤 했다 . 풍요가 절정에 달한 작금의 세상에서도 술지게미는 여러 쓰임새가 있는 식재료이다 .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전주 콩나물국밥에 곁들여 마시는 해장술로 유명한 모주 ( 母酒 ) 다 . ‘ 어머니의 술 ’, 모주의 유래는 조선 선조의 계비였던 인목대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

광해군에 의해 인목대비는 서궁으로 쫓겨나고 , 제주도로 귀향 보내진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 부인은 섬사람들에게 술지게미를 얻어다 물에 타서 재탕한 막걸리를 팔아 궁핍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

제주도 사람들은 대비의 어머니가 빚은 술이라 하여 ‘ 대비 ( 大妃 ) 모주 ’ 라 부르다 지금까지도 막걸리를 모주로 부른다고 한다 .

당시의 모주가 술지게미에 물을 타서 부박한 막걸리로 재탕한 술을 의미했다면 근대의 모주는 술지게미를 뜨끈하게 끓여낸 술 , 현대에 이르러서는 완성된 막걸리에 여러 약재를 넣고 끓이다가 흑설탕으로 가미한 알콜도수가 매우 낮은 음료로 변화되었다 .

이것은 술 찌꺼기를 걸러 마시는 것이며 , 술 중의 천품이며 빈곤한 자와 노동자의 반 양식으로 없어서는 안될것이다 . 첫 새벽과 해질무렵에 이러한 사람들의 일등가는 큰 요리라 할 수 있다 . 무청김치에 비지전골이 상등이고 고춧가루 섞은 소금은 혓바닥에 칠하는 안주인 것이다 .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중 > 1924 년에 제작된 최초 컬러판 요리책인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 에 기록된 모주에 대한 기록은 궁핍했던 당시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술맛이 가장 떨어지는 술지게미를 거른 술이지만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끼니를 대신하는 양식이었고 , 새벽 속풀이나 해질무렵의 한잔 술로 무청김치나 비지전골 안주나 있으면 다행이고 그도 아니면 고춧가루 섞은 소금을 안주 삼아 배고픔과 피로를 달랬던 장똘뱅이 , 지게꾼 , 날품팔이들에게 모주는 큰 위안이 되었던 음식이었다 .

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인 술지게미에서 탄생한 모주는 이렇듯 수백 년의 역사를 관통해 오면서도 서민의 삶과 함께해온 고마운 음식이다 . 모주를 끓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 계피 , 생강 , 대추를 넣어 끓여 우려낸 물에 술지게미를 넣고 끓이다가 흑설탕으로 단맛을 가미한다 .

오래 끓이기 때문에 알콜은 대부분 증발하고 칼칼하고 알싸한 생강과 향긋한 계피향이 어우러져 남녀노소가 즐길만한 음료가 된다 . 술지게미가 없다면 시중 막걸리를 같은 방식으로 끓이면 된다 .

겨울엔 뜨겁게 , 여름엔 차갑게 마시면 모주의 맛을 훨씬 더 즐길 수 있으며 , 힘든 노동 후에 한잔 들이키면 최고의 피로회복제라 할만하다 . 게다가 여기는 생강의 고장 , 완주가 아니던가 .

진한 향을 품은 토종생강 수확이 한창인 요즘 , 우리 고장에서 키워낸 생강으로 모주를 뜨끈하게 끓여 늦가을의 으슬으슬한 추위를 견뎌봐야겠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장 사진

술지게미와 모주(母酒)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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