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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07.03

완주행보

우선광고于先廣告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7.03 14:26 조회 5,2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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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선광고于先廣告 ‘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 과 ‘ 비혼여성 귀농귀촌 지원센터 ’ 이번에도 제 가게 이야기입니다 .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고 ( 무려 마음의 준비도 아직입니다 ) 확신도 없지만 우선 동네방네 떠들어야 말이 일을 만들고 , 일이 사람을 부르고 , 사건이 생기고 어쩌고저쩌고 .

저는 서점을 차릴 겁니다 . 책을 팔 거고요 . 만화방 라면과 사이다 같은 간단한 음식도 팝니다 . 만들기 귀찮으면 근처에서 커피와 떡볶이 , 먹을 것들을 사와서 먹는 상차림 서비스도 좋겠네요 . 직접 맛있게 만들 자신은 없습니다 .

완주행보 그림 201707
완주행보 그림 201707

제가 읽고 좋아하게 된 책을 골라서 들이고 각종 귀여운 잡화들을 떼다 팔겠습니다 .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생활을 지켜보고 조용히 응원하는 모임이 생겨도 좋고 ,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하는 생활글쓰기를 함께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 책방 이름은 ‘ 걸어서 ’ 입니다 .

책이 많이 팔려서 월세도 내고 쌀과 커피 , 떡볶이도 걱정 없이 사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아직 가게 자리도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 곧 인연이 닿겠지요 . 한켠에는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섹션을 마련할 겁니다 .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의 고단함을 미리 알려주며 겁먹게 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모를 수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여성혐오 범죄와 공기처럼 익숙한 미묘한 차별 . 거리에서든 학교에서든 직간접적으로 성추행을 경험했을 겁니다 .

버티는 힘을 기르는 수밖에요 , 함께 싸우는 수밖에요 . 저 역시 부족하고 공부해야할 게 많아서 여전히 ‘ 시대에 뒤떨어진 ’ 생각과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 더 시끄럽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성범죄에 준하는 행적을 치기어린 장난이라고 가볍게 넘기는 일이 2017 년에도 실제로 벌어집니다 . 물론 모르고 실수하는 사람도 있고 ,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몰라도 되는 무신경함과 신경쓰지 않도록 훈련된 무신경함은 둘 다 문제적이지요 .

일상생활 속 아슬아슬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내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고 자책하고 ,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읽어내기 시작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평할 거리가 많아질 것입니다 .

그렇지만 세상의 변화 , 내 삶의 변화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듯 그 불편을 똑바로 바라보고 바로잡는 것이야 말로 정의가 아닐까 , 내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 삶의 평안을 위해서라도요 .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그 사랑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 성별이 삶의 영역을 제한하고 억압하지 않는 것 . 그래서 나이 , 인종 , 출신지역 , 직업 , 삶의 형태 등이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는 세상이 제가 바라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

가게 앞에는 간판을 하나 더 달 건데요 . ‘ 비혼여성귀농귀촌지원센터 ’ 입니다 . 귀농귀촌캠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시에서 지역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비혼여성들이 꽤 많고 실제로 귀농귀촌을 한 비혼여성들이 있습니다 .

모든 귀농귀촌인이 알아서 집과 일을 구하고 , 지역을 만나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하겠지만 혼자서 이를 감당해야할 비혼여성에게는 특히나 어려운 일이 아닐까해요 .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 누군가를 만날 때나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신경써야하는 안전에 대한 부담감 , 경제적 불안함 , 부부나 가족들과 비교되는 불편함 , 지역사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 같은 문제들에 부딪히게 되겠지요 .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그저 다만 필요하지 않을까 , 이름을 붙이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당장 귀농귀촌을 떠올리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누구든 먼저 내려와 살고 있는 선배귀촌여성을 만나고 싶다 , 라고 하면 함께 만나 이야기하고 동네친구가 됩시다 . 라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정도로요 .

그러다 구체적인 일을 꾸미게 된다면 이주를 고민할 때 가장 큰 걱정은 주거와 일지리라고 하니 몇 달이라도 편히 지내면서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누군가의 집 방한 칸도 좋겠고 , 모여살 수 있는 쉐어하우스도 좋겠네요 .

일이 필요한 사람과 사람이 필요한 자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겠고요 . 저는 여전히 이번달도 지난달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하지만 아주 조금 이런 생각을 하며 기뻤습니다 . 지역으로 오고 싶어하는 도시 비혼 여성들이 왜 오고 싶은지 ,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조금 더 조사해봐야겠습니다 .

그래야 더 많은 친구들이 올 테고 그러면 제 심심함도 조금 가실테니까요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현장 사진

우선광고于先廣告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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