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제 나를 확실히 알아본다. 내가 현관문을 들어서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뻗는다. 낳고 젖을 먹일 때는 ‘내가 엄마구나’란 생각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나를 알아보니 비로소 ‘제하 엄마’라는 것이 실감난다. 제하는 배를 밀어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한다.
‘엄마, 아빠’랑 비슷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8개월째 접어들면서 우리 부부에게 고민이 생겼다. 사실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전부터 계속한 고민이다. 둘째문제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둘째는 언제 가질 거야? 서둘러야지”라며 아이는 혼자 키워서는 안 된다며 “우리 애들은…
내가 아는 누구 애들은…” 생생한 예까지 들어가며 이야기 한다. 나도 삼남매로 자라 형제가 많은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 낳는 것도 문제지만 기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두 아이가 마당을 뛰어노는 상상을 한다.
아~ 모르겠다. ‘왜 이리 늦게 결혼하고, 첫애를 왜 이리 늦게 낳았을까?’ 그런데 이 문제는 내 또래 20-30대가 겪고 있는 문제다. 얼마 전 ‘이케아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라는 책 서평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다.
이 책은 ‘기성세대가 기획한 표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고 거부할 수밖에 없는 2030세대의 거친 현실과 이로 인해 한국이 감당해야 할 거대한 충격을 말하고 있는 책’이란다.
‘취업-연애-결혼-출산-양육’이라는 정규코스를 밟는 것이 힘겨운 일이 되면서 이를 피하려는 또는 두려워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나는 늦었지만 정규코스를 밟고있다. 그러나 늦게 따라가려니 몸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를 낳을까?
말까?’라는 내 고민의 끝에는 이미 ‘포기’라는 답이 나와 있는데 이 결론을 받아들이기 싫다. ‘둘째를 낳을까? 말까?’라는 아주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2030세대가 짊어진 답답한 현실까지 이어진다.
누군가 만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돈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철없는 생각이다. 철없이 저질러 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포기하고 있는 우리세대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없다면 지금의 ‘출산파업’은 이어질 것이다. 거창하게 한국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이어진다.
‘한 5~10년후 우리 마을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없다면, 지역 아이들이 지역에 남지 않고 다 떠난다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버려진 논과 밭이 황무지가 되고, 이 동네에 덩그러니 몇 집만 살게 될 일을 생각하니 상상도 하기 싫다.
완주군은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니 그분들을 위한 정책에 더 힘을 쏟겠지. 앞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이 어떻게 변할까? 철없이 그리고 무책임하게 둘째를 낳고 주변의 엄마들과 돈 없이 아이를 키우는 궁리를 하고 그렇게 철없이 행복하고 싶다. 둘째를 낳는 문제는 아무래도 계속 고민할 것 같다.
좋은 해답이 있으신 분은 연락주시라. /고산 제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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