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어느덧 겨울이 훌쩍 다가왔다.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경험한 것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얻게 된 지혜는 무엇일까. 올해는 내게 평생 기억되리만 치 소중한 한 해가 된 것 같다. 20대 때부터 차곡 차곡 쌓인 경험들이 빛을 보게 된 한해였으니까.
처음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고 가족과 친구들에 게 이야기했을 때 얼마나 많은 걱정과 염려를 받 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처럼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힘든 시기를 거쳐 왔다. 처음 귀촌했던 곳은 타 지역으로 개인적으로도 그렇 고 환경적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배고팠던 기억, 능력의 부족, 주거지와 교통 등 관계적으로도 어려움이 참 많았다. 자급 을 하고,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하고 싶어 농사를 짓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갔던 농촌에서 라면을 주식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었다.
지금의 짝꿍을 만나 완주로 오게 되면서 나는 일 자리와 집을 구할 수 있었고, 가능한 기회가 닿 는 대로 일하였다. 완주의 유명 축제와 농사 아 르바이트, 삼례 청년공간에서 인턴을 거쳐 림보 책방에서 환경 워크숍을 진행하고, 작년부터는 ‘씨앗받는농부’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농교육을 하고 있다.
항상 감사하게 느끼는 바이지만, 완 주에서 오랫동안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한 지역 사람들과 공동체의 탄탄한 사회적 기반이 아니었다면 꿈에 그리던 농촌에 서의 삶을 뒤로하고 도시로 되돌아가야만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덕분에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돈도 일도 싫다던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던 괴리감을 뒤로하고 어느 정도 삶의 균형을 찾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작년에 청년이음정책을 통해서 토종씨앗으 로 농사를 짓는 ‘씨앗받는농부’ 교육농팀에 합류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올해에는 이음지원을 받지 않고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되어 현재는 삼우초등학교와 고산고등학교 두 학교에서 농사 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농사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적인 부분도 더욱 쌓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지 역의 문화와 기반 덕분에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 었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에서 완주에 오는 청년들을 만나 내가 책이 되어 나의 이야기 를 들려주는 ‘사람 책’을 했었는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인생 사진을 떠올리며 정말이지 감회 가 새로웠다. ‘입동’은 한해를 거치며 쌓아온 지 혜를 나누는 절기라고 한다.
부족하지만 그동안 받은 만큼 나누는 마음을 기르고 추위에 앞서 사 람들과의 정과 온기를 더해가고 싶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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