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또 달려서 운동을 시작했다 . 목표는 건강증진 . 40 대가 되면 ‘ 체력이 다 ’ 라고 선배들이 누차 말했고 그 말에 통감한다 . 사실 어느 세대의 누구에게나 운동은 필요하겠지만 젊음은 종종 그 사실을 잊게하니까 .
늙어가는 육체는 전에 내가 걷던 만큼의 거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할 때나 놀 때도 쉬 피로해진다 . 출근할 힘 , 친구 만날 힘 , 방청소를 할 힘 ,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일기를 쓸 힘조차도 체력에서 나온다 .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떨어진다 . 체력을 기르자 !
직접적인 계기는 건강검진이었다 . 자가진단표에 ‘ 지난 일주일동안 1 시간도 운동한 적 없음 ’ 에 답하고 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렇게는 안되지 , 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 신체활동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금과 같이 과체중 상태가 지속될 때 위험하다는 결과통보를 받았다 .
가벼운 우울증 소견도 나왔다 . 운동을 시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 체중 감량이 절실하고 운동뿐 아니라 식이조절도 시급하다 .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
우리 사회가 ‘ 다이어트 ’ 라는 말을 지나치게 미용 관점으로만 사용하고 있어서 ‘ 살을 뺀다 ’ 는 ‘ 예뻐지고 싶다 ’ 의 동의어로 , ‘ 예뻐지고 싶다 ’ 는 ‘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 ’ 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특히 여성에게 과도한 미의 기준을 들이밀며 음식의 칼로리를 일일이 따져가며 먹게 만들고 , 살찌는 것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 맛있는 걸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 , 내 식욕을 제어하지 않는 것인 그런 통념에 반하는 페미니스트의 실천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
마음 한 구석에서 살 빼야돼지 않나 ,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게 진짜로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사회가 주입한 외모강박에 의한 거니까 난 살빼지 않을 거야 , 라고 믿어버리곤 했다 . 솔직히 귀찮아서 그랬겠지 .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노력해서 좋은 생활습관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
건강한 신체와 행복한 생활을 위한 일일지라도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말하면 , 장담하건데 듣는 이의 90% 이상은 당연히 예뻐지려고 살을 빼겠지 , 라고 생각하고 ‘ 예뻐졌구나 ’ ‘ 살 빠졌구나 ’ ‘ 보기 좋구나 ’ 라는 말을 할 것이다 .
물론 ‘ 살이 하나도 안 빠졌네 ’ 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 . ‘ 아휴 ,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게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돼 !’ 도 빠지지 않는다 . 예뻐지려고 살 빼는 게 아니라고 덧붙여 설명해야할까 . 아니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가 .
혼자서 이런 성찰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연애하려면 , 시집가려면 ,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 둔해 보이지 않으려면 ,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려면 ,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려면 살 빼야 한다고 말한다 . 그것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빼빼 마르도록 .
그리고 또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취급을 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참견한다 . 다들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들이 많으실까 . 내가 알아서 운동도 하고 , 스트레스 관리도 하고 , 건강한 음식도 챙겨 먹는다니까 .
살이 빠졌든 쪘든 남의 신체적 특징과 외모를 평가하는 게 무례한 줄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 예뻐졌다는 칭찬은 듣는 이와의 친한 정도와 상황에 따라 전혀 칭찬이 아니기도 하다 .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외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게 좋다 .
쓰다 보니 흥분하느라 운동 얘기를 많이 못했는데 그래서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 나는 새벽에 달린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 시간 여유가 있으면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밖으로 나간다 .
발에 딱 맞는 운동화가 어둡고 조용한 길을 걸어갈 때 땅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좋다 . 서울 출장을 갔을 때에도 근처 학교 운동장을 뛰었다 . 아직은 추워서 몸이 녹을 때까지 동동거리지만 30 분쯤 땀을 내고나면 기분이 정말로 좋아져서 조금 더 달리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
출근시간에 맞춰야 해서 한없이 달릴 수는 없지만 . 운동을 시작한 지 보름 , 비온 날과 늦잠 잔 날을 빼고 열 번 나갔더라 . 앞으로도 꾸준히 달리기를 , 땀 흘리는 신체 활동의 기쁨을 누리기를 , 목표한 체중 감량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 함께 달리실 분도 환영한다 .
/바닥(bacac) 이보현은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글 쓰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읍내 아파트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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