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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5.06.07

더불어 숲

자본주의와 바이러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5.06.07 22:59 조회 5,47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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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분야에서 병해충은 식물이 병균이나 벌레에 의해 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수확한 농산물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로부터 병해충을 막기 위해 애써왔다. 인간과 병해충과의 전쟁은 화학농약의 발전으로 끝나는 듯 보였으나 원래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여름철의 파리는 알에서 성체가 되는데 보통 6일이 걸리고 한 마리 성체는 일 년에 600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이 모두 성체가 된다고 가정하면 집파리 한 쌍으로 여름 한 철 동안 지구표면을 수백 미터로 덮을 수 있는 파리가 성체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생태계의 건강성이 이러한 끔직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조절하고 있다. 병해충을 모두 없애려면 병균과 곤충의 알이 잠재되어 있는 지구상의 모든 토양, 물, 유기물을 소독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식물에게도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Virus)는 일반 생물과 달리 영양분을 만들거나 섭취하는 대사활동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에 들어가서 자신을 복제한다.

바이러스는 식물 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질병을 일으키는데 그 구조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쉽게 복제하면서 변종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흔한 감기도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낫기 위해서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약을 먹지 않으면 7일이 걸린다고 말이 있기도 하다. 최근 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지난 5월 20일 중동지역에서 체류하다가 귀국한 첫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후 면역력이 약화된 고위험군 환자가 사망하였고 수십 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초기 발병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는 늑장 대응, 감염환자 및 병원에 대한 미온적인 조치, 관련 정보의 미공개 등으로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스스로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지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메르스와 관련된 상황은 세월호 사건과 닮아 있다.

작년 4월 16일, 안산의 한 고등학교의 수학여행객을 포함한 승객 476명을 싣고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이 배는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하여 172명만 구조되었고 300명이 넘는 사망, 실종자가 발생하였다.

세월호사건과 메르스의 확산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였다. 또한 두 가지 사건의 원인이 ‘돈’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습성과 관련되어 있다.

보다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싣기 위해 불법으로 배를 개조하고 복원력을 좌우하는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아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고 메르스의 확산과정에서 정부는 시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확진환자가 생겨나고 확산의 진원지가 된 병원에 대한 정보를 밝힐 수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대형병원의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를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 고약한 습성은 언제든지 우리 사회에 재난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바이러스와 같다.

이 바이러스는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고 상황에 따라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이 바이러스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런데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는 농업을 경시하는 이 사회가 얼마나 그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임경수 귀촌인·화성시농산물유통사업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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