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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10.31

농촌별곡

잦은 비..나라꼴마저..타는 농심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10.31 14:26 조회 5,4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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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풍년이 아니었다 . 벼이삭이 패고 익어갈 무렵 “ 올해로 4 년 내리 풍년 ” 이라는 전망이 퍼졌더랬다 . 그 바람에 ‘ 풍년의 역설 ’ 이라고 , 쌀값이 폭락을 넘어 ‘ 붕괴 ’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풍년과는 거리가 멀다 .

우리만 해도 작년보다 20% 남짓 소출이 줄었다 .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제대로 여물지 않은 탓이다 . 가을철에 때 아닌 잦은 비로 일부지역은 멀쩡한 벼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까지 더해 피 해가 크다고 한다 .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셈이다 .

농민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요즘이다 . 나라꼴도 말이 아니다 . 엉망진창인 이유가 있었다 . 검증되지도 , 선출되지도 않은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허깨비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캐도 캐도 끝이 없는 형국이다 .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

마치 왕조시대 어리석고 멍청한 임금을 다룬 사극을 보고 있는 듯하다 . 민주화된 공화국에서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정녕 이게 나라인가 . 누군가 이를 ‘ 중우정치 ’ 라 조롱하고 , 미개한 정치수준을 경멸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 누굴 탓하겠는가 .

현실정치와 멀리 떨어진 한낱 농사꾼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 아울러 ‘ 그 때 박근혜를 뽑은 우매한 대중 ’ 을 원망하기에 앞서 어쩌다가 박근혜 따위에 패배하게 됐는지 , 그런 어이없는 정치적 선택에 스스로 빌미를 제공했던 건 아닌지 반성할 일이하고 본다 .

물론 지금은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는 것에 이의가 없다 . 그런데 이 사태의 최종책임자는 문제의 심각성도 ,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 같다 . 외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든다 .

느닷없이 개헌카드를 꺼내는가 하면 하루도 안 돼 들통날 ‘ 거짓 사과 ’ 로 주권자를 얕잡아 본다 . 참 구질구질하다 . ‘ 가짜 ’ 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도대체 무슨 낯으로 대통령 노릇을 계속 하겠다는 건지 . 여론추이를 보더라도 박근혜는 이미 끝났다 .

깨끗이 물러나 그나마 동정표라도 얻을 일이다 . 한편 ‘ 최순실 테블릿 PC' 를 입수한 JTBC 의 보도 이후 상황이 급반전되고 그 동안 가려졌던 추악한 진실이 우후죽순처럼 드러나고 있다 .

게 중에는 ‘ 사생활 ’ 의 영역까지 무차별 폭로되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도 하는데 좀 진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사실 최순실 일당의 국정개입이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것은 농단 ( 壟斷 ), 다시 말해 ‘ 부당하게 일을 벌여 이권을 독차지 ’ 했기 때문이다 .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 만약 저들의 개입이 애초 공약이었던 ‘ 경제민주화 ’ 를 실현하고 근로대중의 권익을 신장하는 방향이었다면 문제로 불거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 나아가 최순실 일당만 배를 채운 게 아니란 사실 또한 눈여겨볼 일이다 .

예컨대 문제의 미르재단 ‧ K 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재벌들이 기부금을 강요당한 피해자로 등장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 그 과정이 정경유착의 고리였고 , 일방적으로 ‘ 삥뜯긴 ’ 게 아니라 더 큰 이득으로 돌아왔음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 그 뿐인가 .

거대자본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장원리주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단해졌다 . 그 반작용이 ‘ 성과퇴출제 ’ 같은 정책이고 , 노동자 절반이 월급 2 백만원도 안 되는 불평등한 현실이다 . 20 년 전으로 후퇴한 ‘ 농민값 ’ 은 그나마 안중에도 없다 .

철없는 가을비까지 더해 아직도 벼수확을 끝내지 못했지만 , 나라꼴을 바로잡는 일에 뭐라도 힘을 보태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이유다 . /고산 어우리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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