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탓이다 논둑치기 작업이 늘어진 것은 무엇보다도 날씨 탓이 가장 컸다 . 가히 ‘ 미쳤다 ’ 고 해야 할 날씨 , 최고기온이 33 도를 웃도는 날이 무려 20 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난생 처음 꼴이지 싶다 . 논둑치기와 거의 겹치는 기간이다 .
오전 9 시만 넘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 오후 7 시가 가깝도록 열기가 식지 않으니 낮에는 엄두도 못 내고 , 아침 - 저녁 한 두 시간을 쪼개는 것도 쉽지 않아 날짜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지난해 8 월호 < 농촌별곡 > 내용이다 .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 아니 더 심해졌다 .
며칠 째 한낮 기온이 섭씨 35 도를 우습게 넘기더니 오늘은 아예 아침 11 시에 35 도를 기록했다 . 그러니 아침이고 저녁이고 아예 논배미에 나가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 조금만 움직여도 비 오듯 땀이 쏟아지니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 .
기상청 예보로는 이달 중순까지 찜통더위가 이어질 거라니 8 월이야말로 ‘ 잔인한 달 ’ 에 어울릴 듯싶다 . 문제는 이게 ‘ 유난히 무더웠던 그해 여름 ’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 기후변화라는 되돌리기 힘든 흐름이라는 점이다 .
지구가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 건 100 년 전 , 다시 말해 전 세계가 산업화로 치달으면서부터다 . 그 에너지원으로 석유 ,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쓰면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그것이 온난화를 불렀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 인류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인 셈이다 .
국제사회가 그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모양이다 . 하여 이대로 가다가는 갈수록 뜨거워져 21 세기 말에는 평균기온이 3~6.4 도 치솟아 대다수 생물체가 멸종하리란 우울한 전망이다 .
나아가 기후변화가 차츰차츰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언제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이변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것이다 . 한낮에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 마침내 ‘ 섭씨 38 도 ’ 를 찍었지만 에어컨도 틀지 않는 방에서 꾸역꾸역 원고를 채워가고 있다 .
잘 알다시피 에어컨은 ‘ 전기 먹는 하마 ’ 다 . 그 전기는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했으니 온실가스 배출을 재촉하는 셈이 된다 . 또한 실내공간을 식히면서 기기가 엄청난 열을 내뿜으니 바깥 온도는 되레 치솟는다 . 나아가 에어컨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에서 수만 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
기후변화를 일으켜 여름을 달궈놓고는 그 더위를 참지 못해 에어컨을 틀어대고 ,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 차마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심정은 좀 비감하다 . 물론 에어컨을 들여놓지도 않았다 .
그래봤자 지구 온도가 0.1 도 아니 1 앞에 0 이 수십 개 붙을 만큼이나 내려갈까 마는 그렇게라도 가치를 지켜보려는 발버둥이겠지 . ‘ 공장식 축산 ’ 으로 배출되는 매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0 배나 강한 온실가스임을 알고 10 년 넘게 채식 ( 페스코 ) 을 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사실 이런 식의 ‘ 작은 실천 ’ 이 핵심이 아님은 물론이다 . 온실가스를 내뿜는 산업생산이나 개발을 통해 이득을 얻은 기업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 오염방지 비용을 부담해야 마땅하다 . 나아가 국가정책이나 국제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규제 - 방지체제를 서둘러 갖출 일이다 .
그래도 나는 에어컨 없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보려 한다 . 물론 실내 사무공간에서 일하는 처지였다면 꿈도 꾸기 어려웠을 거다 . 너무 더워서 논배미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집안에 홀로 틀어박힌 농사꾼이니 그나마 엄두를 내보는 거 아니겠나 .
수은주는 여전히 37 도를 가리키고 ,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을 토해내는 끔찍한 저녁시간이 흐르고 있다 . /차남호(비봉면에 사는 귀농인)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