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로 접어든지 달포가 지났다 . 하지만 몸과 마음은 전혀 한가롭지 못하다 . 무능하고 부패한 최고권력자의 뻔뻔한 버티기로 ‘ 국력 ’ 은 물론이요 내 보잘 것 없는 기력도 허비하고 있다 . 이 문제에 대해선 이미 지난 호에서 다룬 바 있다 . 거기에 더 보태거나 뺄 것이 없다 .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 . 그럼에도 끝까지 버틴다면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부패구조와 거대자본 지배체제를 혁파하는 대장정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 갈 길이 멀다 . 그런데 박근혜와 재벌체제 말고도 이 고장에는 퇴출시켜야 할 게 또 하나 있다 .
바로 비봉면에 들어서 있는 초대형 돼지농장이다 . 이 농장은 최대 1 만 2 천 마리까지 키울 수 있어 그 규모만으로도 악명 높은 ‘ 돼지똥 냄새 ’ 를 막기 어렵다 . 게다가 과거 농장 운영자들은 여러 차례 축산폐수를 천호천에 그냥 흘려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
주민들은 창문도 열지 못하는 악취에 시달렸고 , 천호천은 목숨붙이가 살지 못하는 죽은 내가 되었고 , 식수로 쓰는 지하수마저 오염됐다 . 이에 격분한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거세게 반발하고 , 완주군도 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 취소처분을 내리면서 농장은 지난 5 년 남짓 휴면상태로 지나왔다 .
그 사이 돼지똥 냄새가 사라졌음은 물론이요 수달을 봤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하천생태계도 되살아났다 . 그러나 지역주민의 삶과 자연생태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 지난해 4 월 이 농장을 인수한 농축산재벌 이지바이오가 재가동을 꾀하고 있는 탓이다 .
얼마 전에는 축산업 허가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미돼지 14 마리를 농장에 밀반입해 이 고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 주민들이 곧바로 농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 지탄여론이 들끓자 회사 쪽은 보름 만에 돼지를 빼내고 , 대책위 관계자를 상대로 낸 모든 사법제소를 취하했다 .
그러나 돼지를 사육하겠다는 뜻을 접지는 않았다 .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설비를 개선한 뒤 농장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 나는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장 가동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 대다수 주민 또한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
아무리 최신설비를 갖춘다 하더라도 돼지똥 냄새를 근원적으로 막기는 힘들다 . 게다가 제대로 하려면 수백억이 든다는 설치비용도 비용이지만 1 만 마리가 계속 쏟아내는 분뇨를 처리하는 비용 또한 엄청나다고 한다 .
고기 값이 떨어져 수지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되면 설비가동을 멈추고 몰래 흘려버리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 게다가 농장 바로 앞에는 천호천이 흐른다 . 과거에도 그랬다 . 이 곳에 터 잡고 살면서 농장의 횡포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산 증인이다 .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
이윤추구가 목적인 대기업의 축산업 확장과 시장잠식은 축산농가의 생존을 위협한다 . 그렇기 때문에 이지바이오를 비롯한 양돈대기업들은 지난 2013 년 3 월 ‘ 전업농과 상생하기 위해 사육두수를 현재상태에서 늘리지 않기로 ’ 한돈협회와 협약을 맺은 바 있다 .
하지만 이들 축산자본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고 잇따라 농장을 매입하고 사육두수를 늘려왔던 것이다 . 그러니 이 지역은 물론이요 , 전국의 축산농가가 비봉농장 퇴출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
이렇게 봤을 때 이지바이오가 거센 반대여론을 뚫고 비봉농장을 돌리기는 쉽지 않거니와 설령 가동에 들어간다 해도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게 뻔하다 . 다행히도 완주군이 당장이라도 농장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고 하니 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 그것이 상생하는 길이다 . /고산 어우리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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